동화작가로 일하면서 디지털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수업도 맡고 있다. 아동문학에 관심 없이 문창과에 들어와서 여러 가지 수업을 신청하다 우연히 아동문학 수업을 듣는 분들이 많다. 이런 저런 동화책을 분석하거나 소개하면 어릴 적에 책이 없어서 책을 많이 못 읽었는데 요즘 동화책 그림책이 참 좋은 게 많아서 어린이들이 부럽다고들 하신다. 그렇지만 막상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뭐 재미나게 읽었냐고 물어보면 시간이 없어서 교재에 나온 동화만 읽었다고 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교재나 교과서에 나온 동화는 전문을 실을 수 없어서 토막을 내거나 무리하게 줄여서 올리는 경우가 많으니 안타깝다.
한 학기를 끝내고 나면 학생들은 교수평가를 쓰게 되는데 한 학기 동안 동화를 읽으며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 문장이 많다. 훌륭한 아동문학 작품은 어린이에게만 감동과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어른에게도 감동과 재미를 준다. 물론 감동과 재미가 와서 박히는 층위는 약간 다르다.
우리 마음속에는 길모퉁이에서 울고 서 있는 아이가 있다.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마른 입술을 손등으로 비비며 초조해하는 아이가 있다. 두툼한 어른의 손에 의지해 낯선 곳으로 가면서 떨리는 희망을 부여잡은 아이가 있다. 햇살에 개울의 물살이 환하게 빛나는 걸 보며 아무런 걱정 없이 웃던 아이가 있다. 이제 우리는 어른이 됐고 그때의 두려움은 눈에 안 보이고 더는 눈물짓지 않고 센 척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 기억 속 얼룩과 고요한 기쁨들은 우리 몸속 어딘가에 숨어있다.
어른이 되면서 웃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무얼 봐도 덤덤하기만 하다. 짜증은 늘고 세상에 화를 내는 일이 많아진다. 나이들면 저절로 마음이 너그러워질 줄 알았다. 자동으로 지혜로워지는가 싶었다. 어른이 되면 뭐든 척척 해낼 줄 알았다. 그렇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울고 싶고, 두렵고, 사랑받고 싶은데 어디에도 말 못 하고, 인정받고 싶은데 뒤로 물러서는 날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럴 때 천천히 동화를 읽으시라. 오래 묵은 민담도 괜찮다. 그 안의 인물들이 장난스럽게 움직이고 웃고 실수하고 그 실수를 극복하는 걸 조용히 응원하시면 된다.그런가 하면 동화 속에서는 현실의 이야기도 차근차근 보여준다.
그림책으로 나온 『나의 독산동』(유은실 글, 오승민 그림)을 보면 공장이 많은 우리 동네가 살기 나쁜 동네라고 써야 정답이 되는 시험지를 들고 주인공은 고민한다. 우리 동네는 참 좋은데 이상하네. 엄마들이 우리 동네 작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 우리가 골목서 뛰어놀면 서로서로 지켜봐 주시고 참 좋은데 왜 공장이 있는 동네는 살기 나쁜 동네라는 거지? 우리가 가진 편견,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들이 현실 속에는 많지만, 동화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바로잡아 간다.
이현 작가의 동화 『짜장면 불어요』를 보면 잠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열 네 살 용태가 유쾌한 중국집 배달원 기삼이에게 묻는다. 짜장면 배달하면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냐고. 기삼이는 당차게 말한다. 내가 짜장면을 가져가면 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하는데 그런 날 무시하겠느냐고. 동화 속 인물들은 슬픔 속에서 좌절하지 않는다.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는다. 동화를 읽는 시간은 나도 모르게 내가 미워했던 나를 용서하고, 내가 얕잡아봤던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 된다. 동화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랑을 믿는 이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살고 싶은 방식이 바로 그거였음을 다시 깨닫는 순간 우리는 평화로워진
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말한다. 우리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그냥 이 모습 그대로. 우리는 알고 보니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랑은 낡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른이 동화를 왜 읽어야 하는가. 나를 사랑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