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음식과 권력

클레오파트라가 카이사르(기원전 100~44년)와 안토니우스(기원전 83~30년)를 만나지 않았다면, 혹은 최고 권력자 아우구스투스를 만났더라면, 어쩌면 독사에 물려 자살하는 비극은 없었을지 모른다. 세계 3대 미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집트 파라오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의 권력자 카이사르를 만난 건 여자로서 한참 나이인 스물한 살, 기원전 48년이었다. 당시 카이사르는 서른한 살 위인 52세였다. 이 둘의 만남이 당사자는 물론 유럽 세계의 명운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역사는 이렇듯 소수의 지배자에 의해 달라진다. 또 하나의 대표적 만남은 종교와 관련이 있다. 대제(大帝)라 불리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본디 태양신을 섬기던 인물이었다. 그가 330년 사방에서 가혹한 박해를 받던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고 수도를 비잔티움으로 옮기면서 유럽의 역사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유럽 대륙의 변두리에 위치한, 대단찮은 그리스 식민지였던 비잔티움은 일약 제국의 수도가 되어 천년 영광을 누리게 된다. 비잔티움(Byzantium)이라는 이름은 기원전 658년 그리스의 도시 메가라에서 온 이주 집단의 우두머리 비자스(Byzas)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안토니우스를 위해 베푼 성대한 연회에서 클레오파트라는 식초가 담긴 잔에 자신의 진주 귀걸이를 담아 단숨에 마셔버렸다.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의 대범함에 반해 자신의 항의를 철회하고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 덕분에 그녀는 지중해 최고의 권력과 부를 다시 갖게 된다.  21세의 여왕, 카이사르를 사로잡다 18세에 권좌에 오른 클레오파트라(기원전 69~기원전 30년 8월 10일)의 정확한 이름은 ‘클레오파트라 7세 필로파토르’다. 300년간 이집트를 통치한 그리스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여왕이자 마지막 통치자였다. 그녀는 누구보다 권력 욕구가 강한 여자였다. 그러나 그를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권력 의지라면 그녀의 어린 남동생도 누이 이상의 강한 욕구를 지닌 남자였다. 권좌를 놓고 벌이는 쟁패에 우애와 양보가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 이타심으로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모성애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 인간은 고매한 윤리 규범을 항시 준수할 만큼 고결한 존재가 아니다. 이런 마음의 속성과 그 작용을 제대로 보여주는 권력욕의 사례를 클레오파트라의 언행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녀는 단순히 예쁘기보다는 매력적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정적 폼페이우스를 뒤쫓아 알렉산드리아 앞바다에 나타난 로마 최고의 실력자 카이사르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녀는 공격적인 미인계를 썼다. 클레오파트라가 카이사르를 만날 당시에 그녀는 정치적으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다. 권력 다툼에서 승리한 그녀의 남편이자 남동생인 프톨레마이오스 14세가 그녀를 폐위시켜 유배를 보내려는 순간이었다. 그때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가 이집트로 진격해 왔다. 이집트를 정복하고 알렉산드리아의 궁전에서 회의를 하고 있을 때, 카이사르 앞에 상인으로 위장한 병사가 둥글게 만 양탄자를 둘러메고 나타나 클레오파트라의 선물이라고 전한다. 카이사르가 양탄자를 펼치자 젊고 아름다운 반라의 클레오파트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카이사르는 물론이고 그의 부하들도 그 눈부신 모습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날 이후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는 연인이 된다. 클레오파트라에게 권력자는 정복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카이사르를 이용해 정적들을 제거하고 왕권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나일강을 유람하면서 선상에서 화려한 주연을 베푸는 등 끊임없이 카이사르의 호기심을 자극해 자신의 매력 속으로 그를 빨아들였다. 그녀는 카이사르와의 사이에 ‘작은 카이사르’라는 뜻의 카이사리온이라는 아들을 낳았다.후대 역사가들의 상반된 평가기원전 44년에 카이사르가 암살된 뒤에는 안토니우스가 그녀의 목표로 떠올랐다. 안토니우스는 로마제국의 초대황제가 된 옥타비아누스의 동생 옥타비아와 결혼한 유부남이었지만, 둘은 사랑에 빠져 자녀 셋을 두며 10여 년을 같이 살았다. 그리고 함께 죽었다.클레오파트라는 미인의 대명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금도 그녀를 빗대어 미인에 대해 평가할 정도다. “클레오파트라의 콧대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역사가 뒤바뀌었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유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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