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감정노동, 이렇게 대응하면 어떨까?

최세연 방송대 교수(경영학과)

감정노동 문제가 심각해지면 대개 개인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적절한 운동, 자기계발, 취미 생활처럼 잠시 그 상황을 잊을 수 있는 방법부터 정신과 상담이라는 전문적인 방법까지 동원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정신과 상담 이력이 추후 경력에 문제시될까 봐 전전긍긍한다면? 개인의 진료 이력은 공개할 수 없으므로 안심해도 좋다. 업무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는다면, 전문가의 상담(약물 치료 포함)이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세연 교수는 개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조직 차원에서 감정노동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개인적으로 여러 방안을 찾을 수 있지만, 스트레스가 끊임없이 주어지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폭포가 떨어지는데 숟가락으로 퍼내는 건 불가능하죠.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조직이 나서야 합니다. 조직의 생산성과 성장, 발전에 감정노동의 폐해는 큰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니까요”라고 설명했다. 더 자세한 이해를 위해서는 「조직행위론」 강의 중 ‘감정노동’ 챕터를 참고하면 좋다고 부연했다.

 

조직이 감정노동 문제에 대응하는 순서는 △경영방침 수립 및 발표 △조직의 감정노동자 현황 파악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직장문화 조성 △고객과 갈등 시 대처할 수 있는 재량권 부여 △ 사업장 내 고충처리 위한 건의제도 활용 △휴게시설 설치 순으로 이뤄진다.

 

모든 것은 경영방침을 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제도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조직의 리더가 감정노동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점이다.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성원 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고객이 1순위면 직원은 0순위’라는 슬로건으로 ‘Fun경영’을 가능하게 한 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예로 들며 “항공사 직원의 감정노동은 그야말로 최전선에 있습니다. 회사가 어떻게 직원을 보호해주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고 조직의 성과와 생산성까지 높아진다는 점이 증명됐죠”라고 말했다.

 

직장문화에 대해서 최 교수는 “직장문화라고 하지만 조직문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구성원은 회사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것,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지시를 받는 것, 이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등을 가장 두려워하겠죠. 내 마음대로 했다가 해고당하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회사가 나를 지지해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는 정말 다르죠. 이걸 ‘심리적 안정(psychological safety)’이라고 합니다. 직무만족, 성과, 결근률, 이직률 모두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한 부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감정노동 문제가 발생할 때 조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매뉴얼에 따라 대처한 구성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금지해야 한다. 매뉴얼에 따라 응대했다면 잘한 것인데,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징계한다면 구성원의 감정노동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최 교수는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선 단계에서의 현황 파악이 중요한 이유다.

 

또한 직장 내 지원 체계를 마련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최 교수는 “이런 교육은 신입사원 OT에서부터 명시해야 한다고 봐요. 사후 조치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니까요. ‘문제가 생기면 이야기하라, 회사가 지지할 테니 걱정말고 일하라’고 한다면 든든한 뒷배가 있는 거니 그 상태에서 일하면 자신감 있는 대처가 가능한 거죠”라고 말했다. 더불어 감정노동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현재 감정노동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방향을 잘 잡고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매뉴얼, 안내멘트, 예방 관련 교육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뿐만 아니라 관리자 교육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구성원의 업무가 지속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조직이 해야 할 책무라고 봅니다. 관리자는 그런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동안 구성원의 감정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측면이 있죠. 사실 감정노동을 하는 직군이 상당히 넓어요. 언제 어디서든 문제가 일어날 수 있고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죠. 구성원의 감정노동에 관리자가 끼치는 영향이 크기에 관리자에 대한 회사의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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