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감정노동, 이렇게 대응하면 어떨까?

강상준 방송대 교수(사회복지학과)

사회복지학의 관점에서 볼 때 강상준 교수는 우선 공동체가 유지되는 두 관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공동체 최선의 목표는 행복’이라는 관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행복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시장주의적 관점이다. 그러니까 행복은 구조의 책임인가 아니면 개인의 책임인가에 대한 2천500년 전의 논쟁이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감정노동을 들여다봐야 대응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감정노동의 문제는 행복을 개인의 차원으로 원자화, 파편화시키는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필연적으로 파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본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강 교수는 ‘H(행복: Happiness)=C(소비: Consumption)/D(욕망: Desire)’라는 공식을 가져왔다. H로 대변되는 행복 지수는 1일 때 행복을 느끼게 되며, 의식주 영역 모두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식’에서는 하루 3끼를 먹는 것이 D이고, 실제 먹는 식사가 C가 된다. 결식아동, 무의탁 노인은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1 이하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행복 지수 1에 미달하는 것도 개인의 잘못이 된다는 점이다. 위험도 보험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주의 사회에서 분모인 욕망을 줄이는 것은 종교적인 방법 말고는 요원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분자인 소비를 줄여야 하는 것인데, 이 책임을 공동체(국가)가 질 것인가, 개인(시장)에게 귀속할 것인지를 선택할 문제가 남는다. 이른바 복지의 영역이다. 강 교수는 한국 사회가 전통적으로 개인을 중심으로 놓는 사회 분위기에 더해 현재에는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 강화하는 헤게모니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강 교수는 감정노동의 대표적 상징성으로 첫째 여성노동자가 많다는 점, 둘째 외주화를 시킨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복지국가는 남성 노동자(특히 제조업)를 중심으로 조직화, 중앙화됐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의 연대가 국가의 복지 정책에 영향을 준다. 여성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점에서 감정노동은 구조적인 접근이 어려워진다는 것.

 

또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외주화한다는 점도 감정노동의 원인이 된다. ‘건 바이 건’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개인화, 원자화, 파편화를 드러내는 단적인 징후이기 때문이다. 법률과 제도가 존재함에도 결국 이 두 특징으로 인해 감정노동에 대한 구조적 접근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강 교수 역시 개인 차원의 접근으로 심리적 지원의 중요성과 법률 및 제도의 중요성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법률과 제도 차원에서도 허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상대방이 성희롱적 발언, 욕설을 하면 1차 경고하고, 2차로 ARS 경고를 합니다. 또 3차 경고까지 가는데 이 시간 텀이 굉장히 길어서 그 과정까지 가기 힘들어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법률과 제도가 제대로 완비된 것이 아니라 이것마저 소비자 중심으로 갔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회복지 측면에서는 어떤 대책이 있을까? 홉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을 자연상태에 그대로 두면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어떻게 동물의 약육강식 논리와 원칙을 극복하고 ‘만인 대 만인의 협력’을 이뤄내고 연대할 수 있을까?

 

강 교수는 노동에 대한 가치를 국민 모두가 명확하게 인식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국가에서 우리 모두는 노동하는 시민입니다. 유럽 국가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에서 노동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철저히 이뤄지죠.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에 대한 교육 자체가 의무교육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어요. 시장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잘 돼 있는데 말이죠. 저 사람이 제공하는 상품, 서비스를 내가 소비해야 행복하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돈을 지불해서 저 사람의 노동을 사는 거니 그 사람의 감정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거죠. 노동에 대한 교육보다 개인에 대한 책임을 가중하는 철학을 강화한다면, 10년이 지나든 30년이 지나든 감정노동에 대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해요. 어렸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가르쳤듯 이제는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교육해야죠.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자라는 것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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