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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 2005년)에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다. 자주 회자된 것은 “넌 내게 모욕감은 줬어”라는 대사일 터다. 개인적으론 선우(이병헌 분)가 집단린치 이후 생매장까지 당하며 우여곡절 끝에 탈출,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향해 복수를 다짐하며 읊조리던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대충 이런 대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모르겠는데, 끝까지 한번 가보려고”라는.


살다보면 종종 이 말을 하게 될 때가 있었다. 일상에서 퍽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계속하겠다며, 나 홀로 “끝까지 가보겠다”고 작정하는 순간들이 그러했다. 의학기자인 본인은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를 끝까지 다뤄보겠다고 결심했다. 또 분쟁지역을 처음 방문해 느낀 충격, 현지 사람들의 인권 문제를 계속 글로 쓰겠다고 작정하기도 했다. 보건복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절절한 사연을 제보 받았을 때에도 제도가 바뀔 때까지 끝까지 가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완주의 의지는 대개 희미해지곤 한다. 다른 일로 바쁘다거나 몸이 아파서, 개인사 등을 이유로 정말 끝까지 갔던 적은 많지 않았다. 부끄러운 일이다.


최근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완주’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나는 올해 보건환경학과 1학년으로 입학했다. 고백 컨데 방송대 입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대부분 중간에 흐지부지. 채 한 학기를 유지하지 못하곤 했다.


이번만은 다르게 해보자고, 꼭 4년을 완주하자고 칼을 갈았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현재 기준 첫 학기는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이제 1학년 1학기니 앞으로 4년 더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만약 과거 방송대에 입학했을 당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이어갔다면 어쩌면 지금은 졸업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랴, 그저 가보는 수밖에.


달리기는 별다른 준비 없이 그저 달리면 된다.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은 헐떡이고 목에서는 피맛이 난다. 그만 달리고 싶다. 그때를 넘겨 체력이 한계에 이르면 점차 무릎 아래의 감각이 둔해지며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는 호르몬의 교란이다.

 

이 느낌 덕분에 완주가 가능해진다. 주말 온종일 대면수업을 마치고 온 내게 아내가 끓여주는 라면 한 그릇의 맛. 이런 ‘러너스하이’의 잔재미가 있으니 방송대 4년을 완주할 힘이 날 것 같다.


저녁 약속을 줄이고, 주말에도 책상에 앉아 있으면서 4년을 이어간 이후 얻게 될 것은 무엇일까. 그때 가보아야 알겠지만, 꼴랑 방송대 졸업장 한 장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지 궁금해 끝까지 가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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