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방송대 인권센터

“또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이야?”
“다 아는 건데 굳이 교육을 들어야 해?”

성희롱·성폭력 교육을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흔히 나오는 반응이다. 하지만 방송대 인권센터(센터장 서지원, 생활과학부) 정인혜 연구원은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건강식이 몸에 좋으니 먹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항상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성희롱·성폭력 문제는 인간의 본능과 연관돼 있고, 여기에는 위계에 따른 힘의 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 <KNOU위클리>는 「“억울한 일 당했다고요? 불안해 말고 전화하세요”」(166호) 기사 후속으로 인권센터를 찾았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성희롱·성폭력의 정의부터 들어보자
방송대 인권센터 규정으로 소개를 한다면, 성희롱은 ‘교육·학습·업무 등과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이 원하지 아니한 성적 언동이나 요구를 함으로써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인권침해와 업무상 피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 규정한다. 성폭력은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성폭력 범죄를 통칭한다. 하지만 성희롱·성폭력으로 제한하기보다는 통틀어 ‘폭력 예방 교육’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왜 ‘폭력 예방 교육’인가
폭력이라는 건 지위와 힘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가진 힘을 다른 사람에게 위협이 되지 않게 행사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내가 가진 힘의 크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마치 손에 망치를 든 사람이 망치가 가진 힘의 크기를 모르고 자유롭게 휘두른다면 주위에 큰 위협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신의 지위, 속한 단체, 나이 등에 따라 상황별로 각각 다른 힘을 가지게 되고, 이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나의 힘을 행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폭력예방교육을 매년 수강해 줄 것을 권한다.

 

방송대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크게 3개 사례를 소개하겠다. 우선 학생회·스터디 회식, 출석 수업 뒤풀이 등에서 성적인 농담을 한다거나, 술 게임 등으로 신체적 접촉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 자리를 주도하는 이들로서는 ‘즐거워지자고 하는 건데 문제가 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자리에서 모임 참여자들은 불쾌감을 느꼈거나 희롱을 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

 

둘째는 규모가 작은 부서에서 동료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의지한다거나, 손을 잡아달라던가, 퇴근 후 업무 외적으로 연락을 하는 경우다. 대부분 직장 상사가 그런 요구를 하는데, 아랫사람으로서 어느 정도까지 인간적인 관계 안에서 받아줘야 할지 혼란스럽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토킹 사례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그 교수의 수업이나 세미나 등을 모두 따라가서 듣고 핸드폰 번호도 알아내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다고 하자. 학생의 마음에는 교수에 대한 존경의 의미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개인적 호감을 표시하거나, 반복적인 표현이 교수의 사생활을 침범할 때 교수 입장에서는 학생의 학습권을 고려하면서도 학생에게 어떻게 명확한 경계를 그어 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짧은 사례들로 다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사례들이 교내에서 발생할 수 있다.

 

폭력 사태 발생 시 인권센터의 조치는
<KNOU위클리> 166호에서 자세히 설명한 것처럼 인권피해 사례와 동일한 절차를 진행한다. 상담, 조사 진행, 조정, 중재, 인권침해심의위원회에서 심의, 의결, 징계 요청하는 방식이다. 그보다 인권센터는 폭력 사례가 일어나기 전 충분한 교육을 통해 이를 예방하는 데 힘쓰고자 한다(표 참조). 온라인 폭력예방교육은 매년 상시 진행하고 있고, 참조된 표처럼 실시간 교육 또한 매 홀수 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2시로 정례화해 진행하고자 한다. 이 기사를 읽고 폭력예방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마음이 움직이셨다면, 꼭 온라인 폭력예방교육을 들으시길 바란다. 주변 학우들에게도 참여를 독려해주면 좋겠다.

 

방송대 구성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안전제일(Safty First)’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구호다.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먼저 ‘나의 안전과 우리의 안전’이 최우선과제라는 생각으로 폭력예방교육과 함께 해주길 바란다. 입학 시점부터 우리가 관계하는 사람들은 변화하고 넓어지며, 그만큼 힘의 관계도 복잡해진다. 학년이 올라가고, 관계하는 사람들의 지위도 바뀌거나 구성원이 바뀌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상대방이 가진 힘을 이해하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폭력예방교육을 추천한다. 교육 이수를 시발점으로 서로 존중하는 안전한 캠퍼스 생활을 함께 만들어가길 소망한다. 아울러폭력 예방과 관련한 아래 O, X 질문에 답해보면서 이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OX 퀴즈>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서 위력의 개념은

폭행, 협박 등 유형의 힘만을 의미한다”
정답은 ‘X’다. 보통 폭력 예방이라고 하면, ‘어, 나 다른 사람 안 때렸는데’, ‘나 맞고 다니지 않는데’하고 자신은 폭력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다, 앞서 말했지만 이 폭력에는 지위, 심리적 압박 등 무형의 힘에 의한 폭력도 포함된다.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개인적인 업무를 지시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 요청하면 거부하기 힘든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반면 상사는 상대가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응했기 때문에 상호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상사와 부하직원은 각자의 지위에 따른 힘에 대한 이해가 갈린 것이다. 폭력이라는 개념에 신체적 폭력, 협박뿐만 아니라 지위나 상황에 따른 심리적 위압감 또한 포함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정체성 및

사적 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
정답은 ‘O’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례다. 예를 들어 무거운 물건을 드는 남자 직원에게 “남자가 이 정도 근육은 있어야 힘을 쓰지”라든가, 여자 직원에게 “예뻐서 정말 좋겠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칭찬하는 사람은 좋게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당사자는 자신의 외모를 평가해 자신을 대상화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성적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성매매 방지를 위해서는 성매매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시각과 감수성이 가장 중요하다”
정답은 ‘O’다. 성매매 예방 교육을 하면서 왜 성매매를 예방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자신이 정당하게 대가(돈)를 지급했고 상대방도 동의한 일이며, 심지어 성매매가 합법인 나라도 있는 상황에서, 성매매 예방 교육이 오히려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성을 사고, 팔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마치 ‘왜 1+1은 2인가?’를 두고 논쟁하는 것처럼 사안을 바라보는 기본 시작점이 달라서 더 이상의 대화가 어려워진다. 성매매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은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다’라는 사회구성원들의 기본 인식의 합의이다.


“가정 폭력의 본질은

가족원에 대한 신체적 폭력이다”

정답은 ‘X’다. 가정 폭력의 본질은 신체적 폭력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 대한 ‘통제’다. 이것이 신체적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흔히 이야기하는 가스라이팅 등 심리적 통제의 방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폭력이 본질적으로 통제의 방식이라는 사실은 타 폭력 사례 전반에 걸쳐 적용된다.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가정폭력 등 다양한 폭력행위들은 타인에 대한 통제감을 통해 나의 우월감을 느끼려는 심리적 기제가 근저에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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