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밥상으로 대변되는 음식은 오랜 문화의 풍경을 지녀왔다. 밥상의 변천은 식문화의 의미 변화를 보여준다. 동시에 밥상은 건강한 신체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영양 문제도 환기한다. 방송대 교재 가운데는 이런 문제를 잘 살펴낸 책들이 있다. 생활과학부 식품영양학 전공의『식생활과 문화』(김선아·고성희·이영미·정윤희 공저)와 『영양 판정』(김동우·곽호경·백희영 공저), 보건환경학과의 『보건영양』(정효지·이경무 공저) 등이다. 교재를 집필한 전공 교수들에 따르면, 식문화로서 음식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는가 하면, 균형 잡힌 개인 영양 섭취까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건강한 삶을 위해 영양을 섭취하는 일련의 활동이 ‘공공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인식 전환까지 가능하다.

음식은 문화다
『식생활과 문화』를 집필한 김선아 교수(생활과학부 식품영양학 전공)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식문화는 음식을 조리(cooking)하고 공동체가 함께(with) 식사를 하면서 나타나는 모든 정신적·물질적 활동”으로 정의된다. 저자들은 공동체 고유의 식생활양식은 오랜 기간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사회문화적 체계가 분화하면서 다양하게 변화했지만, 음식을 조리하며 공동체가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은 원시인류부터 지금까지 전승돼 온 식행동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의 식습관 역시 오랜 세월 종교나 관습 등 공동체 사회규범의 영향으로 형성되는데,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식생활 양식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이러한 식생활 양식은 공동체의 사회규범이나 개인의 도덕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저자들은 “오늘날의 조리는 전처리된 식재료가 폭넓게 이용되면서, 가정간편식이나 신선편의식품처럼 대부분의 가공이 공장단위에서 이뤄지고, 가정에서는 간단한 조리 또는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미래에는 가정에서의 조리단계가 더 이상 필요없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라고 소개한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조리단계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조리(cooking)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역시 다양하게 변화한다는 지적인데, “편의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조리단계가 거의 없는 간편식을 선호하지만, 조리행위를 즐기는 사람은 원재료를 산지에서 직접 구입해 세척, 절단, 가열 등 모든 단계를 거쳐 음식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자기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모든 단계를 거쳐 음식을 완성하는 과정’을 동반한 오래된 조리방식을 선호하는 경향도 존재한다는 진단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 영양을 섭취하는 일련의 활동을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으로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조절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식품구성자전거를 아시나요?
한 끼 밥상이 공동체의 식문화를 축약한 것이라고 한다면, 오늘 우리의 밥상은 어떤 영양을 제공해야 할까? 조금 오래된 「2001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보고서」(한국산업진흥원 보건의료사업단 보건영양팀)를 참조할 수 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식물성 식품군에서는 곡류 및 그 제품의 섭취량은 감소한 반면, 음료 및 조미료의 섭취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2020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거듭 확인된다. 곡류, 채소, 과일류 섭취는 여전히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여준다.
이런 추세 속에서『영양판정』을 저술한 김동우 교수(생활과학부 식품영양학 전공) 등 저자들은 ‘영양판정’에 특히 주목했다. 이들에 따르면 영양판정은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식품 및 영양소 섭취자료, 신체측정 자료, 생화학적 분석자료, 생화학적 분석자료, 임상적 증상 및 징후 등을 분석해 영양 및 건강 상태를 진단 및 판정하는 학문으로 궁극적으로는 질병의 예방뿐 아니라 건강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에 필수적”이다.
특히 교재에는 2020년 새롭게 제정된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및 국가 통계자료 등을 수록해 건강과 영양에 관한 국민적 이해를 돕는 한편, 구체적인 식생활지침까지 제시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가 제안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활용」(2021)을 적용한 ‘식품구성자전거’다. 자전거 타기가 건강을 위해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기에, 식품구성자전거는 자신에게 맞는 영양소 섭취 기준을 한눈에 파악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품구성자전거는 우리나라의 6가지 식품군을 사용해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 바퀴는 매일 충분한 양의 물을 섭취해야 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으며, 자전거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은 매일 적절한 신체활동을 권장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식품구성자전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전거의 뒷바퀴로, 2천kcal의 권장 섭취열량을 예로 들면, 곡류는 하루 3.25회, 고기·생선·달걀·콩류는 하루 3.75회, 과일류는 2회, 우유·유제품류는 1.5회 그리고 유지·당류는 5회의 섭취를 권장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모형의 변경은 과거 식품구성탑과 비교했을 때 식품군 간 면적비율을 통해 섭취분량을 일반인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식생활과 보건영양
보통 영양 섭취는 개인의 일로 간주하기 쉽다. 그러나 『보건영양』의 공저자인 이경무 교수(보건환경학과)는 공공의 책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개인 영양에서 영양역학이나 식품안전성 문제까지 살펴보고자 한다면 이 교재는 매우 유용한 안내서가 될 수 있다.
저자들은 보건영양을 가리켜 “건강한 삶을 위해 영양을 섭취하는 일련의 활동을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으로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조절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정의한다.
이처럼 보건영양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학문이 바로 보건영양학이다. “보건영양학은 건강과 관련된 식행태 및 식생활환경의 바람직한 변화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건강증진사업은 식행태 및 식생활환경의 변화를 촉진하거나 건강한 식행태 및 식생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실시한다.” 건강한 식생활 교육사업, 건강한 식환경 조성사업 등이 사회생태학적으로 분류한 보건영양사업의 구체적 사례다.
여기서 눈여겨 볼 수 있는 게 바로 ‘건강증진사업의 주체’인데, “개인, 가족, 집단을 포함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뿐만 아니라 보건영양활동과 관련된 기구 및 조직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를 좀더 들여다보면, 개인과 집단, 중앙, 광역 및 기초 정부, 시민사회, 공공보건 관련 조직, 민간 산업체, 국제기구 및 조직 등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이 강조했듯 보건영양학이 “스스로 식생활을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개인,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노력할 수 있는 활동의 개발에 초점”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생활 분야에서 개인의 영양과잉 및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 영양섭취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곧 소득계층별, 연령별, 지역별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기에 이는 사회적 접근이 필요한 의제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