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스펙 전성시대’에 석사 졸업장은 자칫 ‘가방끈 늘리는 수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학부에서 공부해본 것만으로는 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지 깨닫기 힘들 수 있다. 다른 대학처럼 ‘우리 연구실로 오라’며 손짓하는 대학원 선배를 현장에서 만나기 힘든 원격대학 방송대여서 더 그렇다. 이때 대학원장의 입학 서신을 미리 엿보며 마치 대학원생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대학원을 완주한 졸업생들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동문들이 사회 곳곳에 퍼져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방송대 대학원의 존재를 고백하는 간증과도 같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정민승 방송대 대학원장
To. 대학원 입학생들에게
대학원에 입학하신 여러분, 축하와 환영의 말씀 전합니다. 방송대 대학원이라는 본격적인 학문의 장을 선택하기까지 아마도 오랜 고민을 하셨을 것입니다. 생업과 학업을 다 잘해 낼 수 있을지를 염려하며 여전히 망설이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탁월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여러분의 선배들이 그 결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 대학원은 원격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자신의 시야를 깊이 만드는데 온전히 동원될 수 있는 자원이 가장 많은 대학원입니다. 특정한 사유의 방식을 익히는 데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전공마다 독자적인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우리 대학원은 국내 최대의 원격 대학원으로, 원생들은 원격 수업을 통해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교수님들의 안내를 따라 필요한 지식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2년 여의 시간은 자기 나름의 지식을 형성하는데 충분합니다.
또한 우리 대학원은 성인학습자의 지적 공동체로서, 여러분들이 다양한 원우들과의 교류를 통해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리 대학원에서는 공직자, 중견기업인, 전문직 종사자, 교직자에서부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젊은 직장인에 이르는 원우들이 함께 공부합니다. 연령별-직업별-지역별로 다양한 원우들은 학과의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통해 대면으로도 만나고 있으며, 이는 자칫 파편화되기 쉬운 지식에 현장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듯이,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과 사회문화적 급변은 지식과 창의력을 갖춘 전문인, 가속화된 삶의 속도에 자기중심성을 잃지 않는 지식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요구 위에서, 원생의 90%가 직장인인 우리 대학원은 현장의 실천성에 이론을 부여해 전문성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고, 7천여명의 선배 졸업생들은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사회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학문이라는 렌즈는 좀더 사태를 선명하게 규정하고, 구조적 깊이를 가지고 현장을 변화시켜가는 것, 그것이 우리 대학원이 지향하는 실천적 전문성입니다.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한 여러분이 힘차고 자신 있게 첫발을 내딛기를 기원합니다. 대학원은 그간의 축적된 역량을 토대로, 쾌적하고도 풍부한 학습환경을 제공해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From. 정민승 대학원장
후기1. 주말 봉사로 시작된 법학 석사 공부
나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선생이다. 평일에는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 봉사로 하는 일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며 이들을 향한 인권 침해 현실을 알게 됐다. 외국인 보호시설에도 인권 유린이 많이 벌어진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에 관심이 많아 자연히 대학원 법학과에 진학하게 됐고, 지금은 서울시립대에서 국제법에 대해 배우고 있다. 특히 국제인권법을 다루고 있다. 방송대 대학원에선 2020년 논문 「불법체류 외국인의 인권보호에 관한 법적 연구」로 졸업을 했고, 이 논문으로 방송대에서 우수 논문상도 수상했다. 나도 주위에서 ‘이 나이에 석사·박사 공부 계속해서 무얼 하냐’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듣는다. 그런데 나는 내 만족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내가 부족함을 느껴 공부하는 것이지, 특별히 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내가 조금 더 앎으로써 옆 사람에게 베풀 수 있어 공부가 참 즐겁다.
이지현 대학원 법학과 동문
후기2. 출장도 마다 않는 교수님 열정에 감사
나는 젊었을 때 직장생활을 하고 요식업을 오래 했다. 나중에 귀농할 생각으로 방송대 학부와 대학원의 농학과에 들어갔다. 이전에 농업 쪽에 종사했던 적은 없다. 50세가 넘어 방송대 공부를 시작해, 아주 쉽게 생각하고선 채소나 키우려고 했다. 실제로 와보니 나처럼 생각하고 공부한 후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의외로 농업직 공무원인 원우들이 많았다. 농업직 공무원의 소속 기관에 따라 석사 졸업장을 갖춰야 진급 가능한 곳이 있다. 그런데 나는 방송대를 졸업하고 우연하게도 농업직 공무원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노선을 바꾸게 됐다. 현재 한 유명 온라인 강의 업체 소속으로 강의하고 있다. 회상해보건대, 대학원 농학과 교수님들의 노고에 감사하다. 나는 지방에서 대학원 공부를 했었는데, 농학과 교수님들은 직접 무거운 실험 장비를 들고 지역으로 출장 와주셔서 실험하는 원우들을 도와주셨다. 출석수업이 아니더라도 와주셨던 점이 인상 깊었다.
김규리 대학원 농학과 동문(온라인 강사)
후기3 .공부하며 알게 된 초보 사회복지사 현실
내가 방송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간 것은 우리 대학원 사회복지학과만이 가진 사회복지 철학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방송대 학부 사회복지학과에서도 1기 졸업생, 대학원에서도 1기 졸업생이었다. 학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 사회복지사 2급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사회복지사가 되고 나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 이력서에는 이 자격증이 있다는 것 한 줄만 들어간다. 초보 사회복지사들이 이 이력서를 들고 현장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구직이 쉽지 않다. 또한 현장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취업했다가도 버티지 못하고 많이 나온다고 한다. 대학원 1기 졸업생들은 앞으로 계속 2기 졸업생들도 나올 텐데 이들을 어떻게 사회복지사로서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회복지사로서 지식을 더 익혀 1급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도 대학원에 있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일부 졸업생들은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회복지사들이 눈에 밟혔다. 유범상 교수님의 시민단체 마중물에서 이곳의 활동을 보며, 방송대 사회복지학과의 철학을 아는 사회복지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강민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동문(방송대사회복지사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