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학원에 대하여

 

방송대 대학원(원장 정민승)이 5월 17~26일 가을학기 신입생을 모집한다. 가을학기엔 올 한 해 정원 980명(경영대학원 포함) 중 210명을 선발한다. 메인인 내년 봄학기 모집을 앞두고 대학원은 한창 내실을 가다듬고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몇 년에 걸쳐 일반대학원·박사과정·전문대학원 등의 도입을 추진했고, 상담대학원 설치를 위해서도 정책 연구가 한창이다. 이같은 변화 모색이 가능했던 것은 나날이 성장하는 원우와 졸업생들 덕분이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대학원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학원에 대하여’다. 1면에서는 손진곤 교수(컴퓨터과학과)와 황우섭 동문(대학원 정보과학과)의 논문 작성 과정을, 2면에서는 방송대 대학원의 발전 방향 보고서를,  3면에서는 정민승 대학원장의 입학 서신과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살펴봤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진정한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다면
방송대 대학원에서는 졸업 시 논문이 필수가 아니다. 방송대 대학원은 특수대학원으로 분류돼, 5학기 동안 수업을 듣고 졸업 시험을 치르는 것만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타 대학의 일반대학원에선 논문을 쓰지 않으면 수료생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방송대에서 논문을 쓰겠다면 대학원 생활 중간에 논문을 쓰고 졸업하는 것을 선택할 수는 있다. 태생이 특수대학원인 탓에 논문으로 졸업하는 이들은 손에 꼽힌다. 학생도 힘든 일이고, 더욱이 교수 입장에선 학생이 논문으로 성과를 낸다고 해서 학교로부터 따로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논문 지도에 큰 열정을 쏟을 유인이 없다.


그럼에도 방송대 대학원에는 진정한 연구자로 길러내기 위해 제자들과 논문을 쓰자고 약속하는 교수들이 있다. 학부 때 본 교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대학원에선 적절히 당근과 채찍을 내리는 ‘서당 훈장님’이 된다. 2년 반 동안 피땀을 쥐어짜듯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하고 나면 제자들은 분명 학부 때와는 깊이가 다른 연구자로 거듭난다. 이런 교수들 덕에 일급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연구자들이 방송대에서도 알음알음 나오고 있다.


논문 쓰는 제자를 길러내는 대표적인 교수로 손진곤 방송대 교수(컴퓨터과학과)가 있다. 매주 화요일 손 교수로부터 논문 지도를 받는 대학원생들은 서울 방송대 대학본부 한 공간에 있는 연구실(랩실) ‘액트 랩(ACT LAB)’에 모인다. 대학원 이러닝학과와 정보과학과를 아우르는 손 교수의 랩실이다. 제자들은 지난 한 주 동안 발전시켜온 논문을 바탕으로 ‘숙제 검사’를 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화상회의로 만났다. 발표 시간 전까지 랩실에서 온종일 자료를 가다듬으며 발표 준비를 한다. 한 번에 모이는 인원은 평균 10명 정도다.


지난해엔 손 교수 랩실의 제자들이 최상위급(SCIE Q1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저력도 보여줬다. 지난해 4월경 정보과학과 황우섭 동문과 이러닝학과 백성범 동문은 비슷한 시기 각각 최상위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낭보를 전해왔다.


아마 많은 방송대 학부생들은 대학원에서의 생활이 어떨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격대학인 탓에 지역에서 이뤄지는 출석수업과 학과 행사가 교수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방송대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손 교수와 황 동문을 인터뷰했다. 각각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편의상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인터뷰처럼 기사를 각색했다.

황우섭 동문(이하 황): 저는 방송대 학부 컴퓨터과학과에 2013년 신입학으로 들어와 5년 만인 2018년 2월에 졸업했어요. 30대 후반을 방송대 공부로 보냈죠. 졸업과 함께 곧바로 3월에 대학원 정보과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처음에 논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어려서부터 컴퓨터 쪽으로 공부해오다 석사 학위까지 받으니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세 번째 학기쯤 논문 졸업을 하기로 결정했고, 논문 과목을 수강해 손 교수님 랩실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그런 결심도 바로 흔들리더라고요. 교수님이 하도 나오라고 하셔서 청개구리 심보가 들었어요. 처음엔 많이 몰라서 혼나기도 많이 혼났죠. ‘난 왜 이렇게 혼나고 있지’ 하며 자괴감이 들었고 처음 한동안은 안 나갔어요.(웃음) 제가 한번 인터넷에서 다른 학교 랩실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그때 우리 랩실 교수님이 정말 열성적인 분이란 걸 알았어요. 이후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어요.


손진곤 교수(이하 손): 저는 학부와 대학원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학부의 경우, 이미 만들어진 지식을 교수가 가르치면 학생은 뭘 배웠는지 시험·과제로 표현하면 됩니다. 연구가 중점적인 게 아니라 기존에 어떤 학자, 학파들이 만들어 놓은 이론과 그 활용법을 익히는 게 학부 과정이면, 더 깊고 넓게 지식을 얻으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 이제부터 자기 생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대학원 공부입니다. 내 생각을 감정적으로만 표현하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결함이 없도록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표현 방법은 구두로 발표하는 것도 있고 논문으로 써서 저널에 싣는 방법도 있습니다. 방송대도 원격대학이지만 이런 표현하는 활동을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 랩실에선 대체 무슨 일이?
황: 맞습니다. 저도 학위 논문을 완성하고, 이를 발전시켜 세계적인 저널에 논문을 게재해보니 교수님의 그 뜻을 알게 됐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논문 지도를 받는 과정은 그야말로 ‘조금씩 다듬고, 조금씩 다듬고’를 반복하는 것이었죠. 졸업을 위한 학위 논문 심사는 예심·본심·종심의 세 단계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학위 논문 제출 전 교수님은 저더러 약속을 하나 하자고 하시더군요. 학술대회에 먼저 선보이자고요. 그래서 저는 논문을 어느 정도 완성해 학술대회에 냈습니다. 이후 학위 논문 제출을 위해 점점 다듬어갔습니다. 한창 그 과정에 있을 때는 끝도 없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제출하면 교수님은 늘 ‘좀 더, 좀 더’를 말하는 분이셨어요. 참고 노력하며 버텼고 결국엔 잘 됐어요. 약 2년 전부터 서울여대, 숭실대, 동국대 등에 출강하며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손: 이러닝학과는 교수들이 처음부터 입학 지원자들을 면접할 때부터 ‘논문 꼭 쓰고 졸업합시다’하고 얘기합니다. 심지어 워크숍 때는 서약식도 해요. 그렇게까지 해서 과정을 운영하려 하지만, 사실은 학습자들은 본인 환경이 여의치 않으면 중간에도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서약을 어기고 논문을 포기해버립니다. 법적인 약속은 아니었으니까요.


황: 잠시 제 논문을 간단히 소개해드릴게요.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명은 <Human-centric Computing and Information Sciences(HCIS)>고, 논문명은 「Web Session Hijacking Defense Technique Using User Information」입니다. 정보보안 분야에서 웹 세션 하이재킹 공격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자 정보를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을 제안한 내용이죠. 쉽게 말하자면, 로그인하면 로그인된 사용자란 사실이 쿠키나 세션에 저장됩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암호화 공백이 생깁니다. 이때 외부 침입자가 동일한 네트워크에 들어와 데이터가 오고 가는 패킷이란 걸 캡처해 몰래 들여다볼 수 있어요. 저는 사용자의 운영 체제나 계정정보 같은 정보들을 암호화해 이 사람이 진짜 사용자가 맞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기술을 고안했습니다.


손: 황 동문 같은 연구자들을 길러내려면 결국 학교의 제도와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논문 쓰고 싶은 학생들이 잘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또 논문 지도교수들에 대한 대우도 좋아져야죠. 지금 논문 지도하는 교수들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하는 겁니다. 시수, 결국 수당의 문제인데 돈 주면 한다는 발상도 웃긴 것 같고요. 저처럼 고집 있는 ‘라떼의 교수’(‘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근속연수가 오래된 교수)가 말하는 건 안 어울릴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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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UEY***
    잘 쓴 논문은 아니었지만 컴퓨터과학과 학부 졸업때 논문을 처음 썼어요. 공부하는 우리들부터 논문쓰기에 관심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논문 쓰면 자신감도 단단해집니다. ^^
    2023-05-08 12:09:47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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