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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봄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어느 날 저녁, 학교에서 임원 모임이 끝나고 정문을 나서면서 우리 셋은 슬그머니 다른 학우님 눈을 피해 짝(호프집)으로 가고 있는데. “어디 가시는지요?”, “저도 끼워 주시면 안 되는지요?” 하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그 셋은 나와 안연선 대표, 손현숙 총무) “당근 되죠. 그런데 우리는 배도 고프고, 술도 고프고, 파전에 맥주 한 잔 하러 가는데, 술 함께 하시면 더 좋은데”라고 했더니, “저도 맥주 한 잔씩 해요” 하는 것이었다.


영 술 잘 먹을 사람 같지 않았다. 그때 그 첫인상이 얼마나 깔끔하고 순수하게 보였는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겨우 맥주 두어 잔 마시고 대리운전을 부르는 김지영 학우(편집부장), 3학년이 되도록 한 번도 실망을 주지 않는 모습과 티 없이 맑은 그녀의 성격 그대로 민화를 그리는 예술가였다. 그녀의 하루는 시간은 30시간일까, 하는 일도 많은데 모든 일이 완벽에 가깝다. 얼마 전 서울에서 민화 그림을 출품해 특선에 뽑혔고, 작년 부산지역 국문과 문예지 〈낟가리〉 39호의 표지 작품도 우수상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참으로 대단한 친구다. 이런 귀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이 살면서 그리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3학년이 될 때까지 호프집 짝에 가서 웃고 떠들고 수다를 떨었다. 그때는 9시 코로나 통금이 있을 때였다. 우리는 땡초 부추전에 후다닥 몇 잔의 소맥을 말아먹고 다져온 학우들이다. 그 재미는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그 후에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스터디가 기다려졌다. 그리고 93세 류광석 학우님도 청일점으로 함께 하셨다. 류 학우님은 스터디에서 우리에게 한문을 가르쳐 주셨다. 그렇게 결성이 되어 5명이 꾸준히 1학년을 지나고 3학년 되도록 서로 힘을 모아 학습을 공유하면서 여기까지 한 학년씩 무난하게 올라올 수 있었다.


지금도 스터디에 참여하는 인원이 스무 명정도 되며, 3학년 기말평가 준비를 서로 머리 맞대고 하고 있다. 스터디가 아니었으면 내가 과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나는 입학하고 학교 행사에 참여하며 학교생활을 즐겼을 뿐인데, 여러 학우님과 잘 짜인 강의, 그리고 실력 있는 교수님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우리들의 봄날은 다시 오겠지만 아름다운 학창시절은 시간이 추억 속으로 봄비가 예쁜 꽃잎을 데려가듯이 그렇게 데려가 버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작년부터 ‘늘창문학회’에서 시 창작 공부를 시작했다. 동문 선배님들이 오랫동안 이끌어 온 문학회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시 공부를 할 수 있고, 따뜻한 선배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시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

 

20대 청춘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내가 한 것은 시간을 쪼개어 대학 생활을 즐겼을 뿐인데, 어느덧 나는 지식인이 되어가며 미래의 멋진 나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이제는 나에게도 새로운 목표와 꿈이 생겼다. 학업을 마치고 나면 꾸준히 문학회에 참여하고 열심히 공부해 내 인생이 마감되기 전에 시집 한 권, 수필집 한 권, 소설집 한 권을 완성하는 것이다. 꼭 도전해서 이루고 말 것을 나 자신과 약속을 해본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서 오늘도 내일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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