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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니컬라 라이하니(Nichola Raihani)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진화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런던대 생물학과 교수로서 진화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진화심리학은 “진화생물학의 관점과 동물의 행동 패턴에 심리학 이론을 접목한 것”으로 『협력의 유전자』(김정아 옮김, 한빛비즈, 2022.9)는 그녀의 첫 번째 저서다. 이 책은 생명의 기원과 개체의 탄생, 가족, 그리고 가족을 넘어선 사회 공동체 및 대규모 사회의 탄생에는 협력의 유전자가 작용했다는 것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협력’이 인류의 본성이자 주특기이며, 협력을 통해 전염병, 환경오염, 전쟁 등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우리 인류 최초의 협력 공동체인 가정의 건강성이 회복되고,

더 나아가 사회 공동체가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의 바탕위에

당면한 위기와 문제들이 극복되고 해결되길 기대한다.

 

가정은 가장 친밀한 협력 공동체의 출발지
저자는 가정이 가장 친밀한 협력 공동체의 출발지임을 밝히고 있다. 가정 내에도 협력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과 갈등이 있다. 그래도 가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협력이 시작된다. 그래서 어릴 때 겪은 가정폭력, 가족 구성원 간 불화, 부모와의 불안 애착 경험은 이후 성인기의 삶에도 후유증을 남긴다. 심지어 가정폭력은 육체적 질병이나 우울증 등 정신적·육체적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다양한 결핍을 경험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2008년 아버지의 날 기념 연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오늘날 우리의 삶을 구축하는 많은 토대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떠올려 봐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모든 아버지들이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인정하고 그들을 존중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들은 선생님이자 코치입니다. 멘토이면서 롤 모델입니다. 그들은 성공의 본보기이며 우리를 성공하도록 끊임없이 밀어주는 사람들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회가 건강치 못한 신호다. 사회의 최초 출발점이 가정인데, 가정이 무너지면 더 큰 사회 공동체가 위험해진다. “국가 없는 가정은 있어도, 가정 없는 국가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사회를 건강하게 하려면 가정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일·가정 양립, 학부모 교육지원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저자는 협력이 인간의 본능이지만, 대의(大義)나 큰 공동체를 위한 목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때 ‘편 가르기’가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직 내 사조직이나 파당이 전체 공동체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단기적·파당적 이익을 우선시할 때 협력이나 신뢰 문화가 정착되기 어렵다. 이러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공정과 정의의 출발점이다.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전승이나 히딩크와 벤투 감독의 성공 신화는 특정 인맥이나 연고에 의한 선발이나 기용이 아닌 오직 실력과 팀 적합도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저자는 과거의 많은 문제들과 지금 눈앞에 진행되고 있는 환경오염 등 지구적 문제들은 인간의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도 ‘공유지의 비극’이나 ‘무임승차’의 유혹과 같은 사회적 딜레마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인류의 과제라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복잡한 이해당사자 간 문제는 엘리너 오스트롬의 제언과 같이 “지구적으로 생각하되,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방식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쓰레기 분리수거, 환경오염 저감장치 부착, 일회용 종이컵 사용 줄이기, 올바른 시민으로서의 덕목 실천 등이 이러한 사례들이 될 것이다.

교육은 중요한 협력 방식
우리 인류 문명의 발달 과정에서 교육은 중요한 협력 방식의 하나였다. 교육은 투자 대비 이익이 높은 경우에만 발생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함으로써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교육을 개인의 성취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교육은 공동체가 이익을 얻기 위해 협력하는 방식의 하나다. 교육은 투자 대비 이익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혁신돼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 내용에 협력적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 인간 본질적 측면에서 합당하다.

상호의존적인 세상에서 혼자서 암기하고 정답을 고르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은 개인적 승리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다. 개인적 승리(private victory)를 넘어 공공의 승리(public victory)를 이루기 위해서는 학생들 간에 협력하고 소통하는 역량을 길러 주는 교육적 요소가 강화돼야 한다. 초·중·고교 교육은 물론 대학교육에서도 프로젝트 수업, 팀 학습 등 협업적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학사구조 및 교육과정의 유연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교우관계를 경쟁 중심으로만 유도하지 말고 협력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스며들어 가도록 교육의 패러다임도 전환해야 한다. 암기나 신속한 업무처리는 이제 인공지능이 맡아서 할 것이니 인간은 그 특유의 창의성과 협력 정신을 바탕으로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사회적 본능을 잘 살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그런데 협력이 잘못된 집단규범에 동조(conformity)하는 것으로 나타날 때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같은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도 아이히만과 같은 반인륜적인 죄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나타나는 집단 사고(group think)는 합리적 소수의 의견이 배척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귀를 기울이고 숙의하는 절차를 도입한다든지,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협력의 본능에서 오는 위험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협력도 좋지만, 반드시 다수가 택한 길이라 하여 그것이 옳은 길이 아닐 수도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인간에게는 협력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선택을 통해 인간이 지구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종이 되게 했다는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우리 인류 최초의 협력 공동체인 가정의 건강성이 회복되고, 더 나아가 사회 공동체가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의 바탕위에 당면한 위기와 문제들이 극복되고 해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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