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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논어』의 첫 구절이라 읽기 전부터 들어온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 의미를 항상 음미하며 살아왔다. 배움의 기쁨은 아주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으며, 기쁨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배우기 위하여 노력하며 살아왔다.


아주 어릴 적에, 한학자이며 서예가이셨던 아버지는 나를 대학까지 꼭 보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덕택에 계속 공부하며,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어릴 적 그 암시가 평생토록 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인생은 배움에서부터 시작한다. 배움을 통해 옛 사람들의 지혜를 전수받고, 살아가는 바른 자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인들의 지식을 물려받는 배움 그 자체만으로는 책상물림이 될 우려가 있으며, 나름대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만 그 가치를 얻게 될 것이다. 남의 것을 무작정 따라 해서는 의미가 없다. 즉 내 것으로 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많이 배워도 그것이 내 것이 되려면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그 후에 기쁨이 온다. ‘學而思’, 스스로 사색하고 관찰하고 연구하고 이뤄내려고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해 쓰다. 배우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한편으로 위안을 삼는다면 끝없이 배우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은퇴한 이후에는.


44년 전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때 4학년이 되자, 그제야 대학공부를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문리가 조금 트였다고 생각했는데, 졸업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무척 아쉬웠다. 졸업 후 30여년 세월이 흐른 뒤, 그 때의 아쉬움을 덜어 보고자 하는 마음에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에 편입학했다.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라는 말처럼 아쉬움을 줄이고 또 기쁨을 얻기 위해 낮에는 직장일로 바쁘고, 밤과 휴일에는 학교수업에 최선을 다했다. 그저 기쁨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공부하다가 마지막 학기가 되자 이왕 졸업하려면 성적우수자로 졸업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마지막 학기 중에 수강 신청하는 동계계절수업에 C학점 1과목을 수강 신청했다. 기말시험을 치러보니 총학점이 3.45점(4.3점 만점)이 되어 성적우수자 기준 3.5점에 미달했다. 미리 수강 신청한 과목에서 점수를 올리려고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하던 중, 학점은 소수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2016년 퇴직한 후, 국어국문학과에 편입학했다. 문예작품 감상과 창작에 관해 상식으로만 알고 있던 지식과 방법을 정식으로 공부하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한가한 시간에 배우는 기쁨을 누리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문화교양학과 과목보다는 학습내용이 훨씬 어려웠다. 그래도 배우는 기쁨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이어서 그런지 더 컸다.


2019년에는 다시 중어중문학과에 편입학했다. 외국어 공부는 어려웠다. 어원을 모르고 사용하던 우리말 가운데 그 어원을 알게 될 때는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 중국 고전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스스로 더 유식해진 것으로 착각할 때가 종종 있었다. 중국 현대문학의 꽃인 신시기 작가들이 쓴 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들의 일상생활과 정신을 이해하고, 인류 보편의 느낌을 공감해 보는 시간이 되어 새로웠다.


배우는 기쁨을 계속 얻기 위해 앞으로 관광학과에서 공부할 생각이다.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의 생활환경과 문화를 배울 수 있다면 이 또한 삶의 기쁨이 아닐까 하고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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