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폐기된 간호법, 남은 과제는?

저는 방송대 대학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심재정입니다. 대구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20년차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 5년 동안 「환자안전법」에 따른 환자안전 전담인력으로 근무하다가 현재는 내과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송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이유는 환자안전 전담인력으로 의료기관 전반의 환자안전활동을 관리하는 데 저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년 넘는 방송대 대학원 생활을 통해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대한 이해와 최신 간호지식을 접할 수 있어 업무 역량이 향상됐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이유와 ‘간호법 제정’은 많이 닮아있습니다. 제가 일개 의료기관의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했다면, 간호법은 간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도모해 국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업무 과중에 사직하는
간호사가 늘고, 그 자리는
신규 간호사로 대체됩니다
숙련된 간호인력 부족은
환자 안전 위협 요인이 됩니다


최근 간호법 제정이 무산되면서, 임상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입장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이 비슷하겠지만,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동 간호사 중 50% 정도가 5년 미만 간호사이며, 1년 미만 간호사도 20%가 넘습니다. 휴직이나 사직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신규 간호사로 대체됩니다.

 

간호사들은 업무 시간 중에 기본적인 활력징후 측정과 의약품 투약 이외에도 수혈, 수술, 시술 전후 처치 및 환자 상태 모니터링, 낙상, 욕창, 감염 예방관리, 심정지와 같은 응급상황에서의     즉각적인 대처, 환자와 보호자 교육 및 정서적 지지 등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내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의료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처치에 대한 수가를 입력하고, 수행한 모든 업무에 대한 근거로 다양한 간호기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8시간을 바쁘게 움직이지만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업무 과중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을 선택하는 간호사가 늘고, 그 자리는 다시 신규 간호사로 대체됩니다. 숙련된 간호인력의 부족은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됩니다. 숙련된 간호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규 간호사나 부서 이동 간호사의 업무 적응 지원을 위한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결혼, 출산, 육아와 관련된 일·가정 양립 지원체계 마련, 간호업무 중 발생하는 고충에 대한 상담 및 정서적 지지 제공 등을 통해 간호사가 장기근속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간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감염관리, 중환자, 종양, 호스피스 등 13개 분야별 전문간호사를 의료기관 내에 배치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적 간호 실무를 제공하고, 의료진, 환자, 보호자에 대한 교육 및 상담,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간호의 질적 향상뿐 아니라, 일반간호사의 업무 부담 또한 줄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간호법 제정과정에서 지역사회와 관련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34.2%, 당뇨병 유병률은 16.7%이며, 유병자 중 목표 혈압이나 혈당을 유지하는 비율은 고혈압 48.7%, 당뇨 24.5%로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은 암이나 심장질환 등과 같은 중증질환 환자의 치료가 주로 이뤄지는 곳이지만, 최근 조절되지 않은 만성질환과 그에 대한 합병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를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평균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인구 증가, 높은 만성질환 유병률, 1인 가구 증가 등은 자기 돌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만약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를 통해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만성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률을 감소시킨다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환자와 보호자가 보다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상급 의료기관에서는 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 환자치료에 전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호법은 의료기관이나 지역사회에서 간호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법입니다.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해 간호법을 둘러싼 직역 간의 대립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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