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많은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 중 화두인 ‘지역사회’라는 문구는,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양측에 의해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 혹은 ‘절대 삽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간호법 제정의 각축장이 되고 말았죠. 지역사회 간호사는 대표적으로 보건소 간호사가 있지만, 산업장, 각급 학교, 노인장기요양시설, 정신건강복지센터, 치매안심센터, 각종 복지관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의 첫 간호 현장은 종합병원 중환자실이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중환자실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잠시 앉아 쉴 틈도 없이 밥은 교대로 얼른 먹어 치우듯 빠르게 ‘흡입’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안고 생활하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친 몸보다 저를 더 힘들게 한 것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마치 제가 시계의 부속품 같다는 느낌(당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신규 간호사로서 학교에서 배운 간호 이론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면서, 임상 경험은 간호사로서 기본적 소양으로 삼고, 대안을 찾은 것이 보건소 간호사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공무원은 낮은 보수 등의 이유로 인기 없는 분야였고, 이는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표적인 ‘지역사회’ 간호 영역이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입니다. 지역사회 간호 영역은 보건의료 환경과 패러다임의 변화로 치료중심에서 질병 예방 및 건강증진으로 변화됐습니다. 저는 1991년 처음 보건소에 임용돼 ‘가족계획’ 업무를 맡았습니다. 기존의 ‘가족계획 시술 건수’ 중심에서 시술 대상자에게 그림과 차트, 슬라이드를 활용한 가족계획 시술의 원리와 주의사항, 부작용, 관리 등을 교육했습니다. 하나의 작은 예시지만 처음부터 간호사의 전문성을 발휘한 케이스였습니다.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지역사회 간호사’는 향후
우리나라 미래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보건소는 국민건강의 최일선 공공 보건의료기관입니다. 1990년 이후「국민건강증진법」,「정신보건법」(약칭「정신건강보건법」) 등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법률의 제·개정 등 본격적인 질병 예방 및 건강증진 영역의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국민은 의료기관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건강증진사업, 정신보건사업,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질환 예방 관리사업, 가정이나 시설 등을 방문해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건강관리사업 등 보건소의 다양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전국 256개의 보건소, 1천337개의 보건지소, 77개의 건강생활지원센터와 1천901개 보건진료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보건의료 전문인력의 60% 이상이 ‘지역사회 간호사’입니다.
보건의료 환경은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로 ‘돌봄’이 지역사회의 큰 이슈와 문제로 다가와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전국에 찾아가는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를 도입해 전국의 모든 읍면동에 간호직 공무원(지역사회 간호사)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보건법을 개정해 지역사회 간호사의 읍면동 배치와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지역사회 간호사는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 문제를 사정해 간호 문제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선정합니다. 이렇게 선정된 지역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 수준을 증진하기 위한 기획, 교육 및 상담, 평가 등 보건소 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간호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가장 중심에 놓고 모든 기획과 실행을 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간호대학의 교육과정에서 양성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사회 간호사의 이런 자질과 능력은 모든 영역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저는 지역의 동 주민센터 동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간호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동 행정을 펼치는 데 매우 적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동 주민센터뿐만 아니라 복지 부서에 근무하는 많은 지역사회 간호사들도 위와 같은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지역사회 간호사’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큰 바위와 길이 가로막고 있어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가듯 ‘지역사회 간호사’는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