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뜨겁게 사회적 논란이 됐던 간호법. 하지만 언론에서는 간호법의 내용보다는 간호법 제정 시 파생될 직역 간 사회적 대립과 갈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함으로써, 정작 간호법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들을 짚어 봤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쟁점1 “90개국 있는 간호법”
대한간호협회는 전 세계적으로 90여개 국가에 간호법이 있으며, OECD 국가 중 아시아권역에서 간호법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설명한다.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간호사 양성을 위한 간호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한 이유다. 실제 간호사는 과중한 업무, 경직된 조직 문화, 낮은 임금 등으로 평균 근무 기간이 7년5개월이며, 인구 1천 명당 간호사 수는 3.8명에 불과하다(OECD 평균 8.9명). 평균 근무 기간이 짧다 보니, 빈 자리는 20~30대 신규 간호사로 대체된다. ‘티슈 노동자’(뽑아 쓰고 버린다는 자조적인 의미의 용어)로 지칭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지만, 숙련된 간호사 비율이 적어진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잘못된 수치라고 반박한다. OECD 38개국 가운데 11개 국가에만 간호법이 존재하고,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27개 국가에는 간호법이 없다는 것.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간호법 기준을 ‘Law, Act, Code’의 형식을 갖춘 국가만 포함했다(‘Regulation, Order’처럼 법 일부 또는 하위법 형태의 경우 불포함).
쟁점2 간호사의 단독개원 가능?
보건복지의료연대(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중심으로 모인 13개 단체의 조직)는 이번 간호법 제정을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했다. 그중 가장 파장이 컸던 이유 중 하나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의 ‘단독개원’이 가능해진다는 점이었다.
현재 의료법상으로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만 개원할 수 있다. 의료계가 ‘단독개원’의 예를 들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면에는 간호사의 입지와 영향력이 커지면서 의사 고유의 영역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 전문가를 비롯해 간호사들 역시 “의협의 해석이 너무 주관적이자 과장됐고, 의사 없이 단독 개원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의사는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 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 개원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처방의 주체는 여전히 의사이고, 간호사 면허 범위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우려를 과장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쟁점3 직역 간 갈등, 학력 차별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의 직업군이 간호사의 보조인력화 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언론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직역 간 갈등의 문제다. 특히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이 오로지 간호사와 관련된 내용만 담고 있고, 간호조무사의 처우 개선에 대한 법률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시각이 크다.
예를 들어 간호법에서 간호사는 ‘면허’로 간호조무사는 ‘자격’이라는 이유로 법정단체 기능을 달리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점, 장기요양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등 간호조무사 1인만 근무하는 지역사회 기관은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간호법 규정으로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현행 의료법에도 간호조무사 업무 관련 내용이 있다고 반박한다. 정부에서 의료계간 분쟁 해소를 위해 내놓은 절충안에서도 ‘병원에 고용된 간호사 외에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들의 문제’는 간호법에서 삭제했다.
더불어 최윤경 방송대 간호학과 학과장이 지적한 전공의 사례나,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등 여타 특수직역의 개별법을 비춰볼 때, 간호법이 유독 직역 간 갈등을 조장하는 법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쟁점4 지역사회로의 보건 패러다임 변화
국민의료법이 제정되던 1951년에 의료인 수는 간호사 1천700명, 의사 5천 명, 치과의사 800명, 한의사 1천600명이었다. 의사 숫자가 훨씬 많았던 시기를 지나 현재 간호사 수는 46만 명, 의사 13만 명, 치과의사 3만2천 명, 한의사 2만6천 명으로, 간호사 수는 의사 수보다 약 3.5배 많아졌다(2021년 기준). 하지만 숫자가 늘었다고 해서 업무강도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앞에서 보듯 우리나라 인구 1천 명당 간호사 숫자는 OECD 국가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적은 숫자로 열악한 환경에서 24시간 체제로 환자를 돌보다 보면, ‘주간-야간-새벽-휴무’ 형태의 쳇바퀴 노동 형태가 고착화한다. 번아웃, 과로로 인한 합병증을 견딘다 해도, 관행이 되어 버린 ‘임신 순번제’를 마주하는 순간, 많은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게 된다. 숙련된 간호사의 설 자리가 애초부터 적은 이유다.
지금까지는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 익숙한 광경이 됐다. ‘요양원’, ‘요양병원’ 대신 중증질환이 아니라면 통원 치료하면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환자들도 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지역사회에서 그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병원에서 지역사회로의 보건 패러다임 변화를 중심에 둔 의료법 개정 또는 간호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