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질병과 세계사

2023년 5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30일에 선언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3년 3개월여 만에 해제했다. 물론 아직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유행의 파고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마스크 없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비롯한 비약물적 개입과 더불어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개발돼 보급된 백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신은 감염병 유행 종식의 ‘키 플레이어’로서 흔히 ‘근대의학과 공중위생의 승리’로 표상되지만, 의약품인 이상 부작용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부작용으로 중증을 앓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개인과 국가 간의 갈등이 유발되는 국면은 낯설지 않다. 이러한 갈등과 논쟁은 언제부터 시작됐는가?세계보건기구에 의해 두창 박멸이 공식 선언된 1980년 이후에도개인의 이익(권리)과 국가의 이익(통계학적 위생)은 대립이 지속됐고,감염병 뿐만 아니라암을 비롯한 만성질환까지인구통계에 포섭되며모든 질병이 개인의 차원을 벗어났다.두창에 맞서 등장한 최초의 백신최초의 백신은 두창에 맞서 등장했다. 11세기부터 중국과 튀르키예에서는 두창 환자의 농포에서 장액을 뽑아 비감염자에게 주입하거나 환자의 딱지를 갈아 코로 들이마시게 하는 인두법(人痘法, variolation)이 실시됐다. 한번 앓고 생존하면 다시 걸리지 않는다는 경험에 의존한 처치였는데, 두창바이러스를 직접 감염시키다 보니 접종받은 사람이 사망하거나 전파할 위험이 있었다. 오스만제국 영국 대사의 아내였던 레이디 메리 몬태규(Mary Wortley Montagu, 1689∼1762)에 의해 1721년 영국에 도입돼 1745년에 창설된 미들섹스병원에서는 빈자를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개시됐다. 인두법이 적극적으로 실시된 영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볼테르 (Voltaire, 본명은 Francois-Marie Arouet, 1694∼1778)는 프랑스에서 인두법이 실시됐다면 수천 명의 목숨을 구했을 것이라며 한탄했지만, 1750년대 이후 인두법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1754년, 프랑스의 지리학자 라 콩다민(Charles Marie de La Condamine, 1701∼1774)은 영국 등지에서 실시된 인두 접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두창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70명 중 9명, 인두법의 경우는 376명 중 1명이라고 산출했다. 인두를 접종하지 않았을 때 자녀를 잃게 될 리스크는 접종했을 때보다 50배 크다는 것으로, 그에게 죽음이란 더 이상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에게서처럼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 아니라 통계와 확률을 통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선택 속에 있다. “자연은 우리 가운데 10명을 죽이고 기술은 우리 가운데 1,000명을 구한다.”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나 감염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의 안전, 즉 인구의 사망률을 바탕으로 개인의 위험도를 측정하고 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다. 1760년에는 스위스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 1700∼1782)도 가세했다. 그의 논문 두창에 의한 사망률과 그 예방을 위해 실시되는 인두 접종의 이점에 관한 새로운 이론에 따르면, 인두 접종을 실시하면 평균수명이 26세 7개월에서 29세 9개월로 3년 2개월 연장되며, 인두 접종으로 사망할 리스크는 약 200분의 1, 평균수명으로 환산하면 1개월 20일이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리스크를 측정할 때 “사물의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효용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인생의 모든 해가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인구 전체의 평균수명 연장이나 20세 이하의 사망률 감소는 이익이 아니지만, 인두 접종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성인 세대의 증가, 즉 노동력과 군사력의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이익이 된다. 이는 ‘기하학적’으로 옳기때문에 모든 합리적 인간이 따라야 할 원칙을 도출하며, 이 앞에서 국가와 개인의 이익이 일치한다는 것이다.수학자 달랑베르의 비판그런데 이듬해인 1761년, 프랑스의 수학자 달랑베르(Jean-Baptiste Le Rond d’Alembert, 1717∼1783)는 논문 두창에 대한 인두 접종에 통계 계산을 적용하는 것에 관하여에서 베르누이를 비판한다. “인두 접종을 받는 자는 도박을 하는 자와 거의 동일하다. 인두 접종의 경우 200분의 1의 확률로 하룻밤에 모든 재산을 탕진할 위험을 초래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자신의 재산에 액수를 알 수 없는 재산을 추가하는 것이며, 그 액수는 아주 작을지도 모른다. 또한 재산의 증가가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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