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물성의 사유로 읽어낸 역사 속의 여성

“당은 혼자서 걷는 법을 배워야 하고, 앞으로는 헬무트 콜과 같은 백전노장 없이도 정치적 라이벌 과의 싸움을 헤쳐나갈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당은 사춘기를 맞은 아이처럼 집으로부터 정신적인 독립을 하고 자기의 길을 가야 한다.”―이게르트 랑구트 글, 이수연 외 옮김,『앙겔라 메르켈』(2005) 중에서 32세에 동독에서 물리학 박사학위 취득2021년 겨울, 군악대가 연주하는「넌 컬러필름을 잊었어」라는 동독 가수의 노래를 끝으로 송별행사의 여운을 남기며 밝은 얼굴로 퇴장하는 여걸이 있다.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세계적 지도자 앙겔라 메르켈(Angela Dorothea Merkel, 1954~ )이다. 큼직한 재킷에 활동적인 바지, 편한 단화와 화장기 없는 얼굴에 퍼지는 소녀의 미소로 통일독일을 이끌어 온 최초의 여성 총리다. 그는 4년 연속(2006~2009) 포보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올랐고, 2015년 타임즈가 뽑은 ‘올해의 인물’이었다. 통일 독일이 힘들 때 총리가 되어 16년(2005~2021)간 강하고 아름다운 나라로 가꾼 그는, 지지율 80%라는 국민의 압도적 사랑과 신뢰를 뒤로 하고 홀가분하게 자리를 떠났다. 조용하게 보이지만 힘이 넘치는 그의 리더십은연방독일이 국내외의시련과 문제를헤치고 나가는 데 동력이 됐다.그래서 독일인들은 그를 서슴지 않고 ‘무티(엄마)’라고 부른다.냉철한 판단력과 간결한 말을 즐겨 쓰지만 어떤 이견도 다 소화해내는 그의 식물적인 피토크롬 근성은깨끗하고 강한 독일을 키워냈다. 그의 아버지 호르스트 카스너는 서독 함부르크 출신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와 농민의 국가인 동독을 탈출해 서독으로 한창 빠져나오던 시절, 카스너 목사는 동독의 복음화를 위해 부인과 함께 동독행을 택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2녀 1남을 두었는데 장녀가 앙겔라다. 1949년 독일은 분단되고 앙겔라가 7세가 되던 1961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설치됐다. 이전에는 앙겔라가 서독의 사촌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장벽 설치 후에는 소포만이 허용됐다. 앙겔라는 서독으로부터 책과 청바지와 파카 등 자유시장경제의 라이프스타일을 소포로 받았다. 공산주의 동독 정권은 교회를 박해했고 아버지 카스너 목사는 ‘사회주의 안의 교회’를 결의하며 체제에 순응했다. 아버지는 동독 내에서 종교계 유력인사였다. 탬플린에서 신학교 설립 임무를 맡았으며 고아원을 겸한 장애우 학교를 운영했다. 그 덕분에 자녀들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 헤를린트 카스너는 서독에서 영어와 라틴어 교사였으나 동독 이주 후에는 목사의 아내여서 일할 수 없게 됐다. 그녀는 삼남매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돌보고 가르쳤다. 아이들의 모든 일상을 소통하며 감정적 의지처가 되어 주었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강조했다. 학창 시절 앙겔라는 근면하고 신중한 우등생이었다. 앙겔라는 고등학생 시절 자유독일청년단 단원이 되어 활동했다. 앙겔라는 이성과 자제심이 돋보이는 학생이었다. 체육시간에 다이빙을 해야 했는데, 그는 다이빙대 위에 45분 동안이나 서 있었다. 수업시간이 끝나가는 마지막 순간에 그는 결심을 했고 다이빙에 성공했다. 1973년에는 라이프치히대학교에 진학했다. 평소 제일 낮은 점수를 받은 물리학을 선택해 도전했는데 졸업시험에서 1등을 했다. 석사학위 취득 후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32세에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정치활동에 나선 것은 35세(1989)에 민주약진(Demokratischer Aufbruch, DA)에 가입하고 대변인이 되면서부터다.피토크롬 리더십과 인권에 대한 순정 동독에서 개신교 목사의 딸로 태어나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베를린 연구소에서 실험과 연구에 몰두하던 조용하고 침착한 여성학자가 어떻게 연방독일의 총리가 되어 격동의 21세기를 헤쳐 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독일 통일 31주년 기념식 연설 속에 있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도전에 대한 해답을 찾고 우리의 미래를 구체화하는 것은 이제 다음 정부의 몫이다.” 메르켈 총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왔고 총리가 됐으며, 총리직을 수행했는지 알 수 있는 간명한 발언이다. 그는 도전을 정확히 인지했고 과학자의 시각으로 그것을 분석했다. 분석결과는 해답으로 도출된다. 그렇게 그는 한걸음 씩 앞으로 나아갔다. 결과는 그의 재임 기간 중 나타난 수치가 입증한다. 경제성장률의 가파른 상승과 실업률의 급격한 감소다. 도전은 환경으로부터 온다. 생명체가 살아간다는 것은 외부의 도전에 대응하는 시시각각의 결단이다. 조용하고 강인한 식물에는 피토크롬 단백질이 내장되어 있는데 식물의 생존에 필수 장치이고 요소다. 앙겔라 메르켈은 이 피토크롬 단백질을 가졌다. 피토크롬은 자연환경 중 식물에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햇빛에 민감하

1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