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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5년부터 교육학과 조교로 근무를 시작해 올해 7월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방송대와 함께 해왔고, 이번 학기에 첫 출석수업 강의를 시작하며 아직 소소하게나마 방송대와의 인연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사실 방송대 본부에 처음 방문한 것은 1997년 경, 초등학생일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유아교육과에 재학하시던 어머니의 새 학기 교재와 카세트테이프를 수령하러 대학로 대학본부에 온 날이었습니다. 두꺼운 교재와 카세트테이프를 무겁게 들고 오시면서도 어머니의 표정은 밝았고, ‘우리 대학교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교’라고 저에게 자랑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그날 저녁, 어머니께서는 이번 학기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교재와 카세트테이프를 타왔으니 열심히 공부해보자는 결의를 다지며 책을 펼치셨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에 강의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교수님 목소리를 들으시며 반쯤 졸고 계시던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그 때는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엽고 재미있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 모습이 참 대단한 모습이었다는 것을 압니다. 아마 2023년 지금의 우리 학생들께서도 그러하시겠지요.


방송대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은 2014년 9월, 석사학위 취득을 향해 막바지로 달려가던 무렵이었습니다. 교육학과 정민승 교수님의 TA 자리로 방송대와 다시 만나게 됐고, 이후 교수님의 추천으로 교육학과 조교로서 오랜 시간 근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 스쳐 지나갔다고 생각한 곳에서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근무를 했다니 방송대는 왠지 저와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만난 방송대 교육학과의 학생들은 제 어머니의 모습처럼 충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시고자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때로는 넘치는 의욕과 열정에 비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을 속상해하시기도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학업을 완주하는 모습은 얼마나 멋지던지요. 그렇게 만난 학생들 중 또 한 분의 소중한 인연이 생각납니다.


방송대에 근무하기 전 야학에서 교사로 활동했을 때 만났던 분을 교육학과 학생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입니다. 교육학과 한마음대회에서 “조교님!”하고 저를 불렀을 때, 눈이 마주치고 느꼈던 그 반가움과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분은 교육학과에서 스터디 활동도 매우 활발히 하셨고,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학과를 졸업하셨습니다. 다시 만난 방송대에서 저는 학과 조교로서 멀리서 응원의 마음을 보내드린 것이 전부였지만 한 분의 학습 생애 중 몇 번의 순간에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학과 조교로 근무하다보면 학과 행사와 관련해 학생회 임원진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게 됩니다. 제가 만난 교육학과 학생회 임원진들께서는 ‘배워서 남 주고, 남 주며 배우자’는 교육학과의 모토를 현실화한 것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학과와 학우들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항상 감탄했고, 그 분들의 모습을 통해 진심을 다해 봉사하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연락이 닿는 학생회 회장님들과의 인연은 저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하며, 조교로서 근무한 날들의 큰 보람이기도 합니다.


방송대에서 근무하는 동안 저는 방송대 학생들을 지켜보며 이렇듯 열정적인 삶의 자세를 배웠고, 앞으로도 살아가며 의지할 삶의 모델들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대와의 인연이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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