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47회 방송대문학상

1천만 원의 상금을 걸고 진행한 제47회 방송대문학상 결과가 나왔다. 올해는 시, 단편소설, 에세이 부문에서만 당선작이 나왔고, 단편동화, 희곡/시나리오 부분에서는 가작만 선정됐다. 작품 수도 증가했고, 작품 실력도 향상됐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당선자 공지와 함께 당선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대문학상의 의미를 짚고, 2면에서는 심사과정과 심사위원들의 평을, 3면은 옥중에서 방송대문학상에 도전한 한 학우의 감사편지 내용을 소개한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방송대에서 과제물을 작성하면서 글쓰기에 관한

관심과 흥미가 커지고, 성찰의 기회가 됐어요.

글을 쓰고 싶을 때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고 동기가 부족한데

각종 공모전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 같아요.

방송대문학상 공고를 보고 바로 준비해서 응모했습니다.


“시는 질문이지 답이 아니다”
“문학적 재능은? 글쎄요. 그냥 좋아서 시작했어요. 문학은 저의 조각배에 돛을 달아주었지만 바람이 불지 않았고 그 자리를 맴도는 일상이 또 지속됐습니다. 소설을 좋아하고 쓰고 싶어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시와 가까워졌죠. 시는 질문이지 답이 아니기에(?), 이런저런 방황이 이어졌습니다.”
「북극의 어느 생태학자에게」로 시부문 당선의 영예를 안은 정해숙 학우는 현재 휴학 중이다. ‘꽃일을 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하는 정 학우는 식물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방송대 농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자신의 일과, 주변 지인들의 추천에 따른 선택이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다시 고민이 생겼다. “학문 안에서의 식물과 현장에서 보는 식물의 간극이 크다는 걸 알게 됐죠. 게다가 꽃일이 주는 피로감이 만만치 않아서 좀 쉬어가야겠다 싶었어요. 휴학을 알아보던 중에 방송대문학상 공모를 알게 돼 응모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누군가 나의 시를 찬찬히 진심으로 바라봐 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응모했어요. 이미 수없이 낙선한 경험이 있기에 큰 기대는 갖지 않았고요. 시도 그 시를 알아봐 주는 이와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선 소식을 듣고 어쩌면 방송대가 저와 인연이 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가 응모한 시편들은 그의 오랜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작품들이다. ‘계속해서 고쳐 쓰고 또 고쳐 쓴 문장들’이다. 시적 표현과 시어, 그리고 구상이 일상 생활에서 오래 다듬어지고 묵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만 아는 저의 게으름을 반성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시를 쓰는 시인이 되라는 말씀으로 듣고 더 분발하겠습니다. 낯선 나를 마주하고 나를 수긍하는 시간들이, 또 다른 시들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하는 정 학우는 상금으로 낡은 노트북을 새로 바꿀지, 아니면 방송대 매 학기 등록금으로 쓸지, 여행 비용으로 사용할지 좀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회복지학 공부가 즐거운 이유
제주에 거주하는 김태완 학우「바다가 될」이란 여운 깊은 제목의 단편소설로 당선됐다. 그는 스스로를 제주에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방송대 공부를 함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취득이란 아주 현실적인 이유에서 방송대에 진학한 김 학우는 “방송대 진학이 기타 취득 과정과 비교했을 때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없었고, 직장인으로서 시간을 쪼개 쓰기가 편해서였죠. 그저 단순하게 자격증을 취득한다는 행위를 넘어 사회복지학을 학문으로서 왜 대학에서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됐고, 사회복지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으로 ‘사회복지정의론’을 공부하게 된 것이 즐거운 보람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방송대 선택을 두고 바둑판 용어로 ‘묘수’에 해당한다고 귀띔했다.
“묘수는 ‘생각해 내기 힘든 좋은 수’ 또는 ‘형세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절묘한 수’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 묘수가 왜 나왔을까요? 저의 바둑 형세가 불리했기 때문이죠. 내가 유리한 바둑에서는 묘수를 쓰지 않거든요. 제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불리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방송대라는 묘수를 찾게 됐던 것 같아요.”
사실 그는 글쓰기가 좋아 30여년 전에 소설을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경력이 있다. 소설 공부와 소설 쓰기는 전혀 다르다. 직장에 다니면서 7, 8년 전부터 습작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한 번 써보겠다는 욕심은 마음속에 일렁거기만 했지 불씨로 번지지는 못했다.
당선 상금으로 아내에게 명품백을 사주겠다고 말하는 김 학우는 “정말 우연히 방송대문학상 공모를 보고 응모하게 됐어요. 이번 수상이 저에게 작은 불씨를 만들어 주었습니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졸업 후 사회복지학을 좀더 공부할 계획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조금씩 써온 어느 섬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일상의 소중함 알리는 글 쓰겠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화병과 백팩(backpack)」로 에세이 부문 당선에 오른 유승본 학우는 1992년 방송대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한전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에 법학과에 진학했지만 ‘바쁜 현장업무를 핑계로’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이후 용인송담대(현 용인예술과학대) 전기설비과를 졸업하고, 이어 2008년부터는 내리 방송대 경영학과, 경영대학원, 중어중문학과를 거쳐 교육학과에 재학하고 있다.
유 학우는 자신의 방송대 진학에 대해 “경제적인 부담과 강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자율적이고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학교를 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라는 부사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는 교육학과를 졸업하면 또다시 방송대 영어영문학과나 다른 학과에 진학할 계획이다.
그가 계속 공부하는 이유는 자기계발과 사회봉사 활동에 중점을 두고 글쓰기를 취미로 삼고, 화목한 가정과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다. 그렇기에 방송대 선택을 두고 “인간과 세상,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변화(나아짐)”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유 학우가 제47회 방송대문학상에 응모한 이유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제물을 작성하면서 글쓰기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학우들에게는 솔깃한 내용이다.
“방송대에서 과제물을 작성하면서 글쓰기에 관한 관심과 흥미가 커지고, 성찰의 기회가 됐어요. 글쓰기가 취미가 돼가고 있는데, 글을 쓰고 싶을 때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고 동기가 부족한데 각종 공모전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 같아요. 방송대문학상 공고를 보고 바로 준비해서 응모했습니다.”
당선 연락을 받고 한동안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유 학우는 실제 에세이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어떻게 주제를 풀어가야 할지, 맥락과 구성 등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거의 한 달 이상을 고민했다. 에세이 장르는 자유로운 글쓰기라는 특성상 실마리를 풀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기 때문.
유 학우는 어떻게 준비했을까? 그가 말하는 비결은 단순했다. 방송대 「글쓰기」 과목이나 과제물 작성법 등을 이용했고, 회사에서 시행하는 북러닝에서 서평이나 독후감을 작성할 때 제시한 방법 등을 활용했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골고루 읽고 줄거리를 정리해 보는 ‘연습’도 되풀이했다.
상금은 가족과 사회에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다는 그는 평생학습의 태도를 견지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쉽게 읽히면서도 의미 있고 재미있는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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