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방송대에 입학한 10대 소녀가 있다. 강원지역대학 중어중문학과 1학년 지다함 학생이다. 열여섯 앳된 나이지만 외국어 실력은 전혀 어리지 않다. 중국어는 가장 어렵다는 HSK 6급을 초등학교 5학년 때 합격했다. 열세 살에는 프랑스어 델프 B2를 획득했다. 올해 시험 삼아 쳐본 토익은 950점.「영재발굴단」(SBS) 등 유수 언론사에서 이 ‘외국어 천재’를 섭외하려 했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딸이 방송을 타고 영향을 받을까 생각한 부모님은 거절했다. 단어는 외운 적도 없고,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10대 소녀는 왜 방송대를 찾았을까? 또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젊어지는 방송대’에 입학한 지다함 학생을 어머니와 함께 만났다.
춘천=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외국어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요
지다함 학생(이하 지) 초등학교 1학년 때 ‘방과후 피아노’에서 중국에서 온 또래를 만난 적이 있어요. 당시에 초등학생 필독 만화『마법천자문』시리즈를 읽느라 한자를 좀 알았거든요. 몇 마디 건넸는데 말이 통하는 거예요.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엄마한테 중국어 배우고 싶다고 말했죠. 그게 저의 첫 외국어였어요.
모친(이하 모) 그때가 2학년에 막 넘어가는 시기였는데, 하루 30분씩 말하기 수업을 했어요. 재밌다고 해서 수업을 한 시간으로 늘리기도 했고요. 1년쯤 하다가 선생님으로부터 대회에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지역 예선 1등을 하고 전국대회에서 1등 하더라고요. 외국어에 재능이 있단 걸 그때 알았습니다.
어학경시대회 1등을 휩쓸면서 외국도 많이 다녔다고요
지 3학년 때 HSK 3급을 다 맞았고, 4급은 한두 개 틀렸던 거 같아요. 한 대학에서 주최하는 경시대회였는데 1등 부상이 중국 연수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중국에 가봤어요. 그즈음에 다른 학습지에서 주최하는 시험에서 1등을 해서 일본에도 다녀왔고요. 중국은 3년간 베이징, 하얼빈, 톈진을 가봤네요.
모 6학년 때 연세대에서 중국유학박람회가 열렸는데, 초등학생 대표로 환영사를 했어요. 칭화대 교수님들이 꼭 중국으로 오라고 할 정도였는데, 중국은 18세 이상이 아니면 부모 동반이라고 해서 못 갔죠. 저희 부부는 원칙이 있어요. ‘네가 원하는 건 다 지원해준다.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할 것!’입니다. 다함이가 대회에 나가는 것도 자발적으로 하는 거예요. 제가 ‘극성’ 엄마라서 시킨다고 주변에서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절대 아니고요. 최근에는 토익 시험 부상으로 맥북을 준다고 해서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자발적으로 공부를 했어요. 하루 세 시간이 넘게요(웃음).
주변에서 ‘언어 천재’라고 하면 기분이 어때요? 부담되거나 그렇지는 않나요
지 언어 천재가 아니라서 불편하지 않아요(웃음).
그래도 출중한 외국어 실력에 배경이 있을 거 같은데요
모 특별한 건 없지만,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전집을 사서 읽어주고 다함이 스스로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번 돈은 다 책값으로 썼죠(웃음). 다함이가 읽은 책이 아마 1만 권이 넘을 거예요. 아빠도 춘천시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은 사람’으로 선정돼 상을 받기도 한 걸 보면, 아마 다함이 외국어 실력이 발현된 이유 중에는 분명 책이 있는 거 같아요.
지 기억이 나요. 어렸을 때 엄마가 책을 읽어주셨는데, 전집에서 제가 좀 흥미 없어 하는 부분이 나오면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제 호기심을 발동시켜 주셨거든요. 비문학 쪽에 특히 관심이 많아요. 과학책이나 식물도감, 인체에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동생한테 설명해주기도 했죠. 최근에는『총, 균, 쇠』를 흥미롭게 읽었어요.
저희 부부는 원칙이 있어요.
‘네가 원하는 건 다 지원해준다.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할 것!’입니다.
중국어, 영어, 불어 등 배웠던 외국어 중에 가장 어려웠던 언어는 뭐였나요
지 수어통역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저는 수어가 다른 세계의 말이라는 점에서 외국어라고 생각해요. 2016년에 수어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 수어가 제2의 국어로 인정받았어요. 뉴스 보면 아래에 작고 동그란 화면에서 수어가 나오잖아요. 배워보니 색다르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제일 어려웠어요. 외국어는 듣고 말하는 게 힘들진 않아요. 그런데 수어는 듣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눈을 계속 마주치면서 동시에 손동작도 봐야 하니까요. 아직 초보라 혹시 내가 하는 수어를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있는데 눈을 계속 마주치면 좀 부끄럽기도 해서요.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고등학교는 검정고시자격을 취득했어요
모 사실 지금은 어엿한 방송대생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에 다함이가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하루에 질문만 500개를 던지는 학생을 감당할 수 있는 교사, 학교를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 실정에서 찾기란 어려웠습니다. 혁신초등학교로 전학했지만 마찬가지였어요. ‘백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무엇인가’라는 선생님의 첫 질문에 다함이가 대답을 한 이후로는 발표 기회를 안 줬다더라고요. 저도 교사 생활을 했으니 선생님들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니죠. 저희 부부는 고민 끝에 홈스쿨링을 선택했어요. 서울에서 춘천으로 거주지도 옮겼고요. 다함이나 저희 부부나 모두 만족합니다. 다만, 시간 배분을 잘해서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모습보다는 게임에 열중하고 음악 듣는 모습을 볼 때면 속이 타기도 하지만요. 너무 공부를 안 해요(웃음).
유학 등 다른 길도 있었을 텐데 방송대를, 그중에도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지 사실 처음에는 저도 이름있는 대학에 들어가서 남들이 스무 살 때 하는 대학 생활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의사가 되려면 꼭 의대를 가야 하지만, 아빠의 직업인 공무원을 비롯해서 다른 직업은 그런 제한이 적잖아요. 학자가 돼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대학에서 공부해야 할까? 부모님도 좋은 대학을 졸업하셨는데 대학이 엄청난 곳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도 영향이 있죠. 유학은 좀 더 어른이 되면 가보고 싶어요. 제가 프랑스의 예술, 문화에 대한 낭만이 있어서 그런지 유럽도 가보고 싶고요.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거랑 외국에서 공부하는 게 어떻게 다른지, 정말 견문이 넓어지는지도 궁금해요. 그래도 당장 갈 수는 없는 상황인데, 방송대를 알게 된 거예요. 영어는 기본이니까 중국어를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방송대 생활은 만족스러운가요
지 시간 분배를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대만족입니다(웃음). 초등학교 다닐 때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100% 충족한 느낌이에요. 4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게 아니라 오늘 이만큼 할 분량이 있으면 제 마음대로 공부하다 쉬다가 하면서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제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시는 학우분들도 많아서 아직은 방송대 생활이 만족스러워요. 조기졸업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금 꿈은 뭐예요? 10개 국어 마스터라든가, 무얼 하고 싶은가요
지 외교관이 되는 게 ‘지금’ 꿈이에요. 통역 활동도 가끔 하고 있는데요. 춘천인형극제에서 순차 통역을 경험해보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외교영사직 공무원 시험 준비로 두꺼운 헌법책도 읽고 있어요. 7급을 할지, 5급에 도전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고요. 다른 건 진로라기보다는 의학 쪽에도 관심이 있어요. 적성 상 의사가 되기는 어려울 거 같지만, 의학 지식을 배워두면 유용할 거 같더라고요. 중국어 같은 외국어도 좋았던 것이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었던 것처럼, 의학지식도 실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