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젊어지는 방송대

방송대가 젊어지고 있다! 개교 이래 많은 이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온 방송대에는 40대 이상이 절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최근 첫 대학으로 방송대를 선택하는 20대부터 일반대 졸업 후 평생교육 차원에서 방송대에 편입하는 청년들도 많아지고 있다. 1면에서는 전국 20대들이 가장 많이 모인 ‘방통대 20대 모여라’ 오픈채팅방을 운영 중인 전·현직 임원진 5명을 만나 방송대 20대 모임을 결성한 이유를 들어봤다. 2면에서는 전국 20대 방송대생이 학교에 바라는 점을 알아본다. 3면에서는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10대 언어천재 소녀를 소개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직장을 다니다가 스물셋에 첫 대학으로 방송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안시준 학우(인천, 27세)는 또래 친구들이 궁금했다. 학생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20대 방통대 모여라’(이방모)를 개설했다. 2019년 2월 19일이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입학 시즌이면 20대 학우들이 알음알음 모여들었다.

 

이방모를 거쳐간 20대는 수천 명. 친구들이 떠나면서 안 학우는 부방장들을 선정해 이방모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 이방모에 공부 인증을 많이 하고, 학우들과 친하게 어울리는 이들에게 부방장을 제안했다. 대만에서 워킹홀리데이 생활 중 어머니 권유로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 조기졸업을 목표로 공부 중인 박정현 학우(서울, 24세), 미용일을 하다 미디어영상학과에 입학해 올봄 졸업한 이지혜 학우(충북, 27세), 전문대 졸업 후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며 미디어영상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째 학과인 사회복지학과에서 자격증 공부 중인 박경은 학우(경기, 27세), 특성화고 졸업 후 회계 업무를 하다가 학점은행제를 거쳐 경영학과에 입학한 장예지 학우(서울, 28세)가 부방장들이다. 서로를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5명의 학우를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방모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안시준  개설 초부터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는 일절 공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규칙이죠. 오프라인 만남이 생기면 공부라는 본연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요.
박경은  ‘1일1강’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하루에 강의 하나라도 듣자는 취지로요. 강의를 들은 학우들은 매일 올리는 공지에 투표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그러면 내가 언제 강의를 들었는지 자가체크를 할 수 있고, 다른 학우들이 공부하는 걸 보면서 동기부여도 되거든요.
장예지  최근에는 ‘방스토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공부에 주안점을 둔 커뮤니티는 맞지만, 20대 방송대생만의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주제 제한 없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방스토리’에 모아둬요. 맛집리스트, 버킷리스트, 공부 꿀팁 같은 것들이죠. 이걸 시행했더니 명언들을 주고받더라고요.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앞으로 가라’ 같은(웃음). ‘꼰대’ 상사나 이상한 직원들 이야기들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더 친밀해졌달까요?

 

과제물 제출기간이나 시험기간에 따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이지혜  따로 운영하는 건 없는데, 그 시즌에 질문이 엄청나게 올라오긴 해요(웃음). 운영진들도 일을 하니까 먼저 보는 사람이 답변을 달아주고 있어요.
장예지  학과가 다양하니 학과 관련 질문도 많은데요. 저희가 모르는 건 그 학과 학생들끼리 소통하면서 궁금증을 해결하더라고요!

 

20대는 어떤 계기로 방송대를 찾던가요
이지혜  가끔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 다들 비슷비슷한 거 같아요. 취업을 위해서, 꿈을 찾아서, 못다 한 공부를 하려고 같은 이유들이죠. 연세가 있는 분들과 크게 다르진 않은 거 같아요.
박경은  저는 친구(이지혜) 따라 방송대에 온 케이스인데요. 일하면서 공부하는 게 가능하더라고요(웃음). 벌써 두 번째 학과를 다니고 있어요.
장예지  일반대 졸업 후 다른 지식을 배우고 싶어서 오는 분도 있고요, 저처럼 학위를 따서 이직이 목표인 분들도 있죠. 또 대학원 진학 전 방송대를 찾는 분들도 있어요. 다양해요.

 

20대에게 방송대는 어떤 이미지인가요
박정현  원격대학 자체가 생소해요. 저도 몰랐고요. 그래도 유아교육과나 사회복지학과, 컴퓨터과학과 등 편입에 유명한 학과들은 알만한 20대는 다 알더라고요. 그 외에 전문대 졸업 후 학위 취득이나 승진을 위해 오는 대학이라는 이미지도 있습니다.
박경은  제게는 친구가 다니는 대학이었는데, 또 다른 친구는 “어르신이 다니는 대학 아니야?”라고 해서 좀 충격이었습니다.
안시준  솔직히 20대에게 방송대 이미지 자체는 ‘올드’하다고 봐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등록금도 합리적이고 그만큼 기회가 있는 대학이 아닌가 싶어요. 20대에게 방송대는 기회가 무궁무진한 대학으로 바뀔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장예지  20대만의 이미지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입학은 쉬운데 졸업은 어려운 대학’인 거 같아요.

 

20대에겐 여전히 ‘올드’한 이미지
가독성 떨어지는 학사공지
홈페이지 접속 오류 많아
용량 줄인 구글, 대안 필요

 

방송대가 젊은 학우들에게 더 다가가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요
안시준  학사공지 자체가 너무 중구난방입니다. 가독성이 너무 떨어져요. 그리고 서버 문제인지 홈페이지 접속이 잘 안됩니다. 아무리 학교에서 늘렸다고 하지만, 시험일에는 정말 잘 안 열려요. 구글 용량이 최근 줄었는데 대안도 없이 그냥 운영하는 것도 20대에게는 체계 없는 학교로 보이는 요인 중 하나죠.
장예지  맞아요. 정보를 찾아보는 과정이 정말 복잡해요. 20대인 저에게도 그런데 연세가 있는 분들은 정말 힘드실 거 같아요. 또 기본적인 이미지가 ‘올드’한데 그 이미지를 개선하는 노력을 학교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지혜  20대 커뮤니티 형성이 중요한 거 같아요. 나이가 있는 분들은 어떻게든 스터디나 동아리를 꾸리고 활동하는데, 20대는 ‘총대 메는 사람’이 잘 없어요. 이방모는 온라인 중심이지만, 오프라인 중심 커뮤니티들도 활성화돼야 할 거 같아요. 그래야 나중에 주변에 방송대를 추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정현  방금 지혜 언니가 말한 것처럼 교류 현장이 많아져야겠죠. 일반대는 축제, 체육대회 등 참여 프로그램이 많고, 참여율도 높은데요. 방송대는 그런 부분에서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방모 운영에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박정현  익명성을 방패로 무례한 분들이 많았던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익명이라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학우들을 비난하고 분위기를 흐리며 도움이 되지 않는 말로 도배를 해요. 처음에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친절하게 대응했는데, 수가 너무 많고 운영진도 사람인지라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이후 공지도 바꾸고 방장님이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하면서 정리가 되더라고요.
이지혜  지금은 익숙해졌는데 이른바 ‘빌런’이 등장하는 순간 바로 캐치해서 차단하는 부분이 어렵긴 해요. 빌런이라면 여러 유형이 있을 텐데요, 일단 이방모에서는 중고 거래가 불가합니다. 정보나 팁은 알려줄 수 있지만, 이방모 내에서 거래는 안 돼요. 오프라인 만남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설명하면 ‘왜 안되느냐’고 맞받아치는 경우도 있죠.

장예지  그런 분들이 생기면 어느 정도 선까지 제지해야 하는지 아직 감이 확실하지 않아서 좀 고민될 때도 있어요. 개인적인 홍보 링크를 올리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하나 더 말씀드리면 아예 하나도 찾아보지 않고, 무조건 질문만 하는 분들도 좀 그렇죠. 조금만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소한 것들까지 일일이 물어보거든요.

 

오프라인 모임을 원하는 이들이 있을 거 같아요
안시준  평소 공부 인증을 잘하는 분들, 학우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분들에게 뭔가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면학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됐다고 판단한 2022년 10월 16일에 열다섯 분을 선정해 청와대 견학을 갔습니다. 첫 정모인데 술만 마시는 모임보다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나누자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어요. 마지막에는 빈 책을 한 권씩 나눠드렸죠. 오늘 하루를 그림으로든, 사진을 출력하든 해서 글로 써서 나만의 동화책을 하나씩 만들자고요. 올해도 10월 15일에 10분을 선정해 용산에서 두 번째 정모를 했답니다.

 

이방모에 개선할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안시준  장기적 과제이긴 한데요. 공부 관련해서는 이미 자리가 잡힌 상황이라, 20대들만의 교류라든지 오프라인 모임을 어떻게든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할 거 같아요. 방식이 고민이죠.
박경은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활동하는 분들만 소통해요. 300명이 넘는데도 말하는 분들만 하고요. 주기적으로 유령회원을 정리하지만, 이야기하지 않는 학우들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3040과 연대할 계획도 있나요
안시준  20대 커뮤니티를 만든 것 자체가 20대 비중이 작아서였어요. 20대에게 방송대 진입장벽이 높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30대가 된다면, 음(고민), ‘90년대생’ 또는 ‘00년대생’ 등으로 또 방을 만들 수 있긴 할 거 같네요. 그냥 저는 2030 학우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게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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