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일상 속으로 들어온 AI

 국내 최초 로봇 지휘자 '에버 6'

방송대에 재학 중인 A학우는 아침에 일어나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불을 켜달라’고 하며 아침을 시작하고, 인공지능에 따라 적재적소 창고에 보관, 최단 시간에 배송된 ‘새벽배송’ 제품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오후에 방문한 식당에서도 AI 로봇이 음식물을 서빙해 주고, 과제물을 작성할 때도 챗GPT의 도움을 받는다. 휴식하며 OTT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AI가 성향을 분석해 추천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한다. 제품 관련 상담을 위해 전화를 하면 ‘AI 상담원’이 안내를 한다. AI 없는 하루가 불가능할 정도로 AI는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 1면에서는 AI시대 달라진 우리의 일상, 현주소를 살펴본다. 2면에서는 AI 시대 변화에 맞춰 어떤 직업들이 사라질지, 또 어떤 직업이 유망해질지 탐구해 본다. 3면에서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AI시대 달라진 미래상을 알아보고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방송대 대학원 B학과 공지사항 게시판에는 ‘중요’라는 문구와 함께 ‘과제물 관련 챗GPT의 부적절한 사용 불가 관련 지침’이 등장했다. 최근 학교 과제물 작성시 챗GPT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사례들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학과 관계자는 “챗GPT의 사용은 과제의 구상 등 계획 단계에서 부분적으로 참고하는 것은 일부 유용한 측면이 있지만 잠재적으로 표절에 가까운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과제 채점 시 부적절한 챗GPT 사용이 발견될 경우 즉시 0점 처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내 대학에서 챗GPT의 과제 대필 여부를 확인 하기 위해 인공지능업체의 AI논문 표절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로 대체 불가능한 직업은?
 
 
현재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 또한 변화와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1 한국의 직업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만6천162명을 대상으로 5년 이내 기술 변화로 현재 수행 중인 업무가 얼마나 대체될지 조사한 결과 57.5%가 업무의 25~50%가 기계나 장비로 대체될 것이라고 답했다. 업무의 75% 이상이 장비로 대체될 것이라는 응답도 3.5%로 나타났다. 총 응답자의 61%가 자신의 업무가 기계나 장비로 업무가 대체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39%는 현재 수행하는 모든 업무가 기계나 장비로 대체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 보고서는 향후 5년 이내에 현재 수행 업무의 75% 이상이 기계나 장비로 대체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 직업 30개와 대체 불가 비율이 가장 높은 직업 30개를 제시했다. 대체 전망이 높은 직업은 음료 제조기조작원, 검표원, 제분도정기계조작원, 경비원, 매표원 및 복권판매원, 은행 사무원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업무가 기계 장비로 ‘대체 불가’하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 직업은 개그맨 및 코미디언, 모델, 무용가, 지휘자, 사회복지관리자, 의료코디네이터, 영화배우와 텔런트 등으로 나타났다. 
<대체될 직업 20가지>
            
대체될 직업 20가지. 
<대체불가직업 20가지>
 
재직자 중 향후 10년간 일자리 변화가 감소할 것으로 응답한 비율은 40.2%였고, 일자리 변화가 현상 유지라고 응답한 비율은 57.6%로 나타났다. 반면에 증가할 것으로 응답한 비율은 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의 영역까지 넘보다
 
하지만 지휘자나 배우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알려진 직업까지도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9월로 예정돼 있던 미국 방송계 최고권위의 에미상 시상식이 할리우드 배우, 작가조합의 총파업으로 2024년 1월로 연기됐다. 여기에도 AI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라 불리는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이 동반파업에 나선 건데, 이는 지난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파업의 이유는 AI와 관련있다. 작가들은 챗GPT와 같은 AI를 사용해 각본을 쓰는 것이 곧바로 작가들을 실직자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배우들 역시 단역, 엑스트라 배우들을 AI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배우들은 자기 외모나 목소리가 AI가 생성하는 이미지에 무단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한다. AI는 24시간 휴식을 취하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다. 제작자로서는 AI를 쓴다면 엄청난 제작비를 아끼고 제작 기간도 단숨에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죽은 사람을 생전의 모습으로 불러내는 기술, 음성 재현 기술 등 실제로 영화에서의 AI 제작은 이미 흔하다.
 
인간과 AI와의 협업이 대세
 
아직까지는 인간의 일자리를 AI가 빼앗아 가기보다는 인간과 AI의 협업이 대세로 보인다. 가상 아이돌 에이미문은 스스로 작곡, 편곡하고 노래하는 인공지능 싱어송라이터다. 소녀시대 태연의 친동생인 하연의 데뷔곡 작곡을 비롯해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의 음악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 프로듀서들과 협업해 색다른 음악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AI 싱어송라이터 에이미문 
 
국내 최초 로봇 지휘자 ‘에버6’는 70분간 단독으로 지휘하기도 하고 사람과 함께 합동 지휘를 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의 한 음료회사에서는 AI모델을 등장시킨 광고영상을 공개했는데, 모델 뿐 아니라 직접 신제품 음료의 라벨도 AI가 디자인해 눈길을 끌었다. 회사는 이미지 생성 AI를 통해 12개의 라벨 디자인을 만든 뒤 인간 디자이너가 후보군을 추렸고 다시 AI의 평가를 받아 최종 라벨 디자인을 선택했다.A I와 인간의 협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남는다. 이에 관해 유찬우 방송대 교수(프라임칼리지 AI전공)는 “AI의 경우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하기에 유리한 언어, 영상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학습한 데이터와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 분포가 달라질 경우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의료사고를 AI가 책임질 수 있겠나. 책임을 물릴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의 딜레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황금주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는 『2024 대한민국대전망』(방송대출판문화원 지식의날개)에서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정의론’의 단골 소재인 ‘트롤리 딜레마’를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트롤리 딜레마란 사람들에게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상황을 제시하고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하는 문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트롤리 딜레마가 AI와 만나면 조금 복잡해질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행자를 보호하는 것과 자기 차를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AI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하는 것인데 간단히 답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 
 
황 교수는 “전쟁용 살상 무기를 AI가 조종한다면 AI는 테러범이나 적을 공격하는 순간 민간인의 피해가 예측될 때 어떤 판단을 할지”도 문제이다. 다른 이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가진 인간 밖에 없다. AI는 감정이 없고 측은지심도 없다. 인간만이 가진 이타성이 AI보다 뛰어난, 대체 불가의 영역이 아닐까? 
 
특히 가짜뉴스와 AI를 활용한 범죄가 극심해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윤리성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딥러닝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교수가 AI기술에 대한 위험을 비판하기 위해 구글을 그만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신지식인으로 선정된 바 있는 정병태 박사는 그의 저서『직업진로생존법』에서 “AI가 창작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정작 창작력을 갖춰 설득하고 감정을 자극하며 감동을 주어 행동을 취하게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단순 반복직업과 비숙련 노동은 기술로 대체 가능하지만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다루고, 동기를 부여하는 등의 창작 능력까지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래 사회에 중요해지는 핵심 역량은 창의적 사고, 분석적 사고, 호기심과 평생학습, 탄력성과 유연성 있는 태도가 아닐까. 
고서정기자 human84@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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