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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39회 한·일대학출판협회 국제세미나에 다녀왔다. 한국과 일본의 대학출판협회는 코로나19 같은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매년 특정 주제를 정해 양국의 출판산업 동향을 공유하거나 미래 발전계획을 모색하는 만남을 이어 왔는데, 올해에는 「생성형 AI시대의 대학출판」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누구나 알고 있는 생성형 AI는 ‘챗GPT’이다. 2016년에 세간의 관심을 받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있을 때만 해도 AI는 사람들의 가십거리 정도였다. 당시의 알파고는 사람들이 경험하고 마주할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2022년 11월에 등장한 챗GPT는 알파고 때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대화를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고, 인간(나)과 나눈 대화로 지식을 얻고, 반복된 학습으로 그럴듯한 ‘창작물’을 내놓을 수 있는 AI는 충격 그 자체였다. 출판산업 종사자 입장에서 말하면 챗GPT는 어릴 적 꿈에서 본 ‘괴물’ 같았다. 가까운 미래에 나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나를 헤칠 것 같은 그 괴물 말이다.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양국 대표 1명씩 생성형 AI와 대학출판에 관해 발표했다. 한국 발표자(김성주·방송대출판문화원)는 생성형 AI의 종류와 출판이 협업한 사례들을 심도 있게 다뤘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인간과 챗GPT가 공동 집필한 소설집 『매니페스토(Manifesto)』, 챗GPT를 활용해 만든 일본어 학습서 『일본어 챗(日本語 Chat)』등이 출판됐고, 네이버의 번역 AI 파파고가 번역한 일본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한국문학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 이미지 생성 AI ‘칼로’와 인간이 협업해 만든 이미지가 경제전문지 〈포춘 코리아〉 2023년 2월호 표지로 사용됐다고 한다. 일본 발표자(오하시 히로카즈·교토대학 학술출판회)는 생성형 AI에 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 생성형 AI의 이용을 금하지는 않지만, 그 내용에 대한 의심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대한 방증이 제도에서 드러난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생성형 AI가 영리 목적으로 데이터 수집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유럽은 옵트아웃제도(권리자의 정보 수집 거부권)가 있지만, 일본은 없다고 한다. 또 일본은 불법 사이트에서 얻은 데이터라 하더라도 학습 목적이라면 수집을 허용한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한국 발표자는 생성형 AI의 기술력에, 일본 발표자는 생성형 AI의 사회적 현상에 방점을 찍어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할 듯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발표 말미에 남긴 결론은 같았다. ‘AI를 배우고 익혀 잘 활용하자!’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생성형 AI는 정말 괴물인가? 어릴 적 꿈에서 만난 괴물은 어른만 한 크레파스였다. 이근호 방송대출판문화원 전략마케팅팀닳고 닳은 크레파스가 갑자기 커지더니 폴짝폴짝 뛰며 나에게 다가왔다. 만약 내가 도망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함께 그림 그리는 친구가 됐거나 잘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미술 선생님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AI도 마찬가지다.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온 AI가 괴물일지 친구일지 모르겠지만 어떠한 관계로 발전해 나갈지는 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AI는 가끔 실수하는 인간적인 ‘친구’이자 ‘동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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