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출판문화원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평화의 길을 가다’ 제1기 탐방팀이 지난 10월 27일부터 이틀간 철원 DMZ 접경지역을 다녀왔다. DMZ 접경지역은 그동안 분단과 전쟁의 상처가 남겨져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두 기관이 함께 기획한 ‘평화의 길을 가다’는 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인 일정으로 분단과 전쟁의 상흔에 가려진 DMZ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듣고 느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민통선 안의 다양한 근대 유적까지 탐방함으로써, 분단과 전쟁, 갈등과 대치를 넘어 생명과 치유의 시간을 성찰하고자 마련된 기획이다. 모두 10명의 동문·재학생이 참여한 ‘평화의 길을 가다’ 철원 탐방의 의미를 커버스토리에 담았다. 1면에서는 참가자들의 면면과 소감을, 2면에서는 DMZ 접경지역을 살펴본 부산 오유안 동문의 후기, 3면에서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74세 조숙현 학우의 사연을 담았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DMZ도 사람이 살고,
문화가 있고, 생명이 흐르는 곳,
쉽게 말해 무섭지 않은 곳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송대인들과
함께한 이번 여정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에서 해설과 안내를 맡은 남경우·박솔지 연구원이 먼저 나와 있었다. 부산총동문회의 손금산 회장과 이순남·오유안·김규랑 동문(국문)이 멀리서 달려왔다. 연천 소방서 직할대에서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경규 동문(보건환경)은 훈련 때문에 2일 차 일정에만 참가했다. 경제학과를 마치고 다시 농학과 3학년에 편입한 김병석 학우는 광주에서 새벽에 상경했다. 석사학위를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이인순 학우(영문 4)와 김원식·서재명 학우(중문 2)는 서울에서, 조숙현 학우(국문 2)는 수원에서 참여했다. 김원식 학우는 1980년대 초반에 경영과정을 마치고, 올해 중문학과에 다시 편입했다. 조숙현 학우도 1970년대 후반에 가정학과를 마쳤고, 역시 올해 국문학과에 편입했다.
일정은 간단했다. 1일 차에는 철원 고석정→한탄강 주상절리 은하수교→소이산전망대→수도국지→철원노동당사를 둘러보며, 2일 차에는 본격적인 민통선 안 탐방이었다. 철원평화전망대와 경원선 남측 마지막 역인 ‘월정리역’을 둘러보는 여정이었다.
해설과 안내를 맡은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의 남경우 전문연구원은 “DMZ 접경지역이 지니는 이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극한의 대립과 증오의 최전선인 동시에, 그런 속에서도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고, 생명의 소중함을 거듭 생각하게 되는 공간이다. 이번 탐방에서는 그런 이중성을 고민하면서, 어떻게 평화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생각했다. 방송대 동문, 학우들의 사려깊은 접근도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1일 차 저녁 식사 후에 탐방팀은 한 곳에 모여 DMZ 접경지역을 둘러본 소감과 각자의 생각을 교환했다. ‘평화의 길을 가다’ 프로그램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평화의 문제를 ‘나의 것’으로 고민하는 교육적 연장선에 서 있는 기획임을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다음에는 더 많은 분들 데리고 참여하겠다”
먼저 말문을 연 김병석 학우는 “위클리를 보고 곧바로 신청했다. 오늘 짧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10명이어서 오히려 더욱 인상 깊었고 좋았던 것 같다. 산만하지 않고, 주제에 집중해서 탐방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다음 기회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판문점, 강화도까지 함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백두산을 열 번 올라가 봤다고 말하는 서재명 학우는 “생각한 것보다 더 좋았다. DMZ를 보는 시각을 새롭게 생각하게 된 거다. 위클리에서 강조한 것처럼, ‘DMZ 접경지역, 평화의 길을 가다’라는 타이틀이 우선 마음에 딱 들었다. 와서 보니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참여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했으면 좋겠다”라며 다음 기회에는 동료 학우들과 함께 참여하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부산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장을 지낸 이순남 학우는 판교에서 손자들을 돌보다가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부산에 꼭 가야 하는 일정이 있지만, 그거 다 취소하고 여기에 참여했는데, 와서 보니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DMZ의 무거운 이미지 이면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식사도 그렇고 아주 멋진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생각하게 하는 여행이었다”
부모님 고향이 이북인 김원식 학우는 “단순한 여행으로만 생각했는데, 참가해 보니 이게 참 통일 문제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값진 프로그램인 걸 알게 됐다”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이 DMZ를 포용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런 문제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매길 수 있다.”라고 생각의 전환을 밝혔다.
전쟁 트라우마를 겪었던 조숙현 학우는 “오늘 와서 DMZ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 오늘 직접 보고 설명을 들으니 ‘이 프로그램 정말 필요한 거구나’라고 느꼈다. 다음 기회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 특히 함께 참여한 분들과 금방 친해져 이번 탐방이 더욱 뜻깊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의 음악 지도를 맡고 있는 이인순 학우는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것, 책에서 봤던 그 모든 역사적인 것들을 이렇게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분단을 넘어 평화를 향한 노력의 의미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현실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맛있는 밥도 너무 고맙다”라고 말했다.
손금산 부산 총동문회장도 참가 인원이 적어서 서운했지만, 90명 같은 9명의 여행이어서 만족한다고 말하면서 ‘평화’라는 단어 때문에 탐방에 참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참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역사가 곁에 있다는 걸 오늘 몸으로 직접 체험했다. 그게 저에게는 의미가 깊고,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때는 점심값까지 아껴 꽃을 샀다는 김규랑 동문은 20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충전을 위해 쉬고 있다. 그런 그가 솔깃한 말을 던졌다. 고석정 주변에만 꽃밭을 가꾸지 말고, 비무장지대 안에도 꽃을 키우고 꽃밭을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꽃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한다면, 누구나 자기 주변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손잡고 와서 이 무시무시한 분단의 땅을 돌아보게 될테고, 이런 DMZ 접경지역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면 그만큼 긴장과 대결 구도도 녹아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과 시각 공존해야
정년후 북한선교를 계획하고 있는 소방관 이경구 학우도 “의정부에 거주하면서 연천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이곳 철원 DMZ 접경지역은 좀더 인상적이다. 전체 일정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번 탐방을 통해 꿈을 좀더 분명하게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소감 발표가 끝난 뒤 남경우 연구원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건 다양한 의견들, 편향되지 않은 시각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간의 DMZ를 분단 고착화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DMZ도 사람이 살고, 문화가 있고, 생명이 흐르는 곳, 쉽게 말해 무섭지 않은 곳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송대인들과 함께한 이번 여정도 그런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의미를 매겼다.
‘평화의 길을 가다’는 2024년 일정은 △4월 김포·강화(혹은 파주·연천) △6월 인제·양구 △9월 고성 △11월 화천·철원(혹은 파주·연천)이며, 회당 참가자는 16명으로 제한해 운영할 계획이다. 14명 이하일 경우에는 해당 프로그램은 취소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