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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과 우리나라는

적어도 사람들이 노동에 부여하는 가치,

즉 노동이 인간에 대해 지니는 중요성에 관해서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 같다.

 

#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근교 벨빌의 제너럴모터스 사업장 앞에서 진행된 파업 노동자들의 피케팅에 참여했다. 평상복 차림에 모자를 쓰고 메가폰을 잡은 그는 “이 나라를 세운 것은 월스트리트가 아니다. 중산층이 나라를 세웠으며, 노조가 중산층을 만들었다”며 자동차 3사 동시파업을 주도하는 전미자동차노조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선언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바이든 ‘파업투사’로 … 자동차노조 시위 참여해 “포기 말라”」, 〈한겨레〉, 2023.09.27.).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임금인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중략) 기시다 총리는 재계 단체 게이단렌과 최대 노총 렌고의 신년회에 모두 참석해 임금인상을 부르짖는 등 땀나게 뛰고 있다. 심지어 게이단렌 신년회에서는 “렌고는 올해 임금인상률 목표를 5%로 잡았다”고 말하며 기업들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한국 대통령이 전경련 신년회에 참석해 양대 노총의 임금인상률 목표치를 들이대며 임금인상을 압박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일본 총리가 노총과 함께 임금인상 부르짖는 이유」, 〈한국일보〉, 2023.02.02.).


새 정부 들어 ‘가치동맹’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된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은 물론 지난 8월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여기에 일본까지 포함한 한·미·일 3국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규정하는 용어다. 여기서 ‘가치’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아마도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동맹의 목적이 결국 북·중·러에 대항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대충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또는 시장경제를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정치 전공자가 아닌 필자로서는 정치적 측면에서 한·미·일이 얼마나 가치를 공유하는지 논할 깜냥이 안된다. 한편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한·미·일의 자본주의는 북·중·러와 비교해서는 말할 것 없고 유럽의 오래된 자본주의 국가와 비교해 봐도 서로 유사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 두 사례를 보면, 미국과 일본의 자본주의가 우리나라의 그것과 과연 얼마나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두 사례 모두 우리나라, 적어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나라에서 대통령 또는 총리가 사기업 노조 파업 현장에서 지지연설을 하고, 노동단체와 합세해서 물가상승률보다 임금을 더 올리라고 재계에 으름장을 놓다니….


혹시 지도자가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만한, 경제적 측면의 ‘합리적’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대답은 ‘아니오’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 역시 30~4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리의 얄팍한 경제학 ‘상식’으로는 임금-물가 악순환(wage-price spiral)에 따라 물가가 더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작년 우리 정부가 그랬듯이―오히려 임금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하는 편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 남은 것은―손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정치적 이유뿐이다. 미·일의 지도자들이 우리가 볼 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결국 ‘표’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권자 다수가 지도자의 이런 행동과 정책을 실제로 원하거나, 적어도 원한다고 믿을 만큼 사회가 ‘노동’에 대해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 유권자 다수가 지도자의 그런 행동과 정책을 지지하는 건 고사하고 이를 용인할 만큼도 노동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사전에서 ‘가치’를 찾아보면,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이라고 써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일본과 우리나라는 적어도 사람들이 노동에 부여하는 가치, 즉 노동이 인간에 대해 지니는 중요성에 관해서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 같다. 한·미·일, 정녕 가치동맹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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