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7회 방송대문학상

희곡, 시나리오, 방송 대본 등 이른바 ‘극예술’은 시, 소설, 수필 등과 비교했을 때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장르다.
제47회 방송대문학상 현상공모 결과 올해도 희곡·시나리오 부문에 다양한 극예술 작품을 출품해 주어서 반가웠다. 다만 너무 익숙한 소재나 갈등 양상을 취했다든지, 극중 갈등의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한계점을 발견하게 된 것은 다소 아쉬웠다.
「매미 우는 계절」(박승아)은 타임슬립 모티브를 사용해 10년 전의 과거로 여행하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과거로의 타임슬립이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메시지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인물들 간의 갈등 조성이 부족해 보였다.
「메리골드」(박영숙)는 합창단원 사이의 오해와 갈등 및 해소를 풀어나간 작품이다. 대사와 행위를 통해 각 인물의 성격을 잘 표현했다. 극중 갈등 양상을 충분히 심화하지는 못했지만, 인물 관계 설정 및 극적인 상황 설정은 큰 무리가 없었다.
「낙인」(서정기)은 교도소 내 징벌위원회에서 재소자의 징벌 여부를 심의하는 과정을 풀어냈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상황 제시는 좋았으나, 심의를 받는 주인공과 교정위원들의 갈등 구도가 너무 사무적이고 일방적이어서 긴장감이 충분히 고조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할머니 먹방, 시작합니다」(석은영)는 먹방을 하는 할머니와 사업 부진으로 가게를 접는 청년 총각 사이의 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할머니와 청년 사이에 ‘삶의 어려움’에 대해 가벼운 논쟁도 있었지만, 할머니의 인생 체험과 훈계로 마무리되는 결말 구조는 아쉬웠다. 할머니와 청년의 세계관과 인생이 심각하게 충돌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오등(吾等)」(우운식)은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각자 자신의 사연을 소개하는 줄거리다.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꿈을 다양하게 소개한 것은 좋았지만 극적 갈등이 부족했다.
「신신 심학규 전」(윤명호)는 ‘마당극’이나 ‘마당놀이’ 형식을 취한 희곡이다. 금융 사기라는 소재는 현실적이지만, 사건 전개와 인물들 간의 갈등 구조는 참신하지 못했다. 주인공 심학규의 모노드라마라 할 만큼 대사가 집중된 것은 사건 전개의 긴장감을 약화시켰다.
「118동, 인디언 보호구역」(이민권)은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담을 쌓자고 하는 주민들과 임대주택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풀어내고 있다. 소재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 갈등 구도에 대학생 친구 두 명의 갈등과 화해를 녹여 냄으로써 입체적인 구성이 됐다. 다만 갈등 해소 과정이 지나치게 상식적이고 낭만적이어서 긴장감이 풀어졌다.
「남은 자들의 ‘그때’ 그리고 ‘지금’」(현찬홍)은 ‘그때’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아직도 지니고 있는 자, 그것을 빌미로 사기를 치려고 하는 은인의 아들. 인물들의 인생을 서서히 밝혀주는 방식은 좋아 보였다. 극적인 반전은 흥미를 주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가치관 차이 이외에는 인물 갈등 양상이 부족해 보였다.
작품은 사회적이고 시대적인 보편성과 작가만의 특수성을 균형감 있게 조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고한 작품들 모두 필자만의 색채와 가치를 지니고 있었고 시대적인 보편 감각도 보여주었다.「메리골드」가 인물 캐릭터 구축, 대사 운용, 플롯 설정 등에서 무난하다고 판단해,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결정했다.

박명진  중앙대 교수·희곡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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