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에서 진화한 다양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들이 나온 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됐다. 기술적 진보가 더 필요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도 사회 각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되짚어 보면 지금의 인공지능은 인문학적 사유로 축적된 방대한 성과물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 곁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함에도 현재 대학에서 인문학이 설 자리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책을 읽는 독자층이 줄어들고 검색으로 정보를 찾는 시대이지만 지식의 원천은 책에서 나온다. 책에는 인터넷의 단편적인 정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콘텍스트가 담겨 있다. 이런 지적 콘텐츠가 빼곡히 쌓여 있는 모노그래프에서 대학의 저력과 경쟁력, 사회적 영향력이 나온다. 대학출판은 그 역할의 중심에 있다.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대학출판이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출판기획, 편집, 마케팅 등에서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생긴 고충을 AI라는 도구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대학에는 시대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시대의 트렌드, 사회적 과제, 독자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대학출판은 갖추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라는 도구를 활용하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의 매체로 손쉽게 확장할 수 있어서 다양한 독자 취향에 부응할 수도 있다. 교재 출판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분석한 후 맞춤형 교재들을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고, 학술출판에서도 연구물의 수준이나, 연구 윤리의 위반, 용어 통일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출판물의 제작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교정·교열이나, 편집, 디자인 등에서 향후 생성형 AI를 도구로 적절히 활용한다면 이 기간은 더욱 단축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향후 편집자의 역할은 콘텐츠 기획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따라서 생성형 AI가 습득한 방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끌어낼 능력이 편집자에게 요구된다. 나아가 편집자가 새로운 시각, 남다른 해석,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지식을 큐레이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면 생성형 AI를 활용해 저자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아름다운 책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사유와 통찰이 담긴 텍스트, 텍스트가 지닌 맥락을 풀어내고 받쳐주는 디자인, 이를 물성으로 구현해 드러낸 형태미.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책에는 인간의 고민과 사유, 상상과 창의력이 담겨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에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런 무궁한 경험치가 없기에 여기까지 이르기는 사실상 어렵다.
인류의 문명은 도구 발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의 성능은 선형적이 아니라 지수적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그렇게 볼 때 현재 드러난 부정적인 요인들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더 정교하게 다듬어진 AI는 생산성을 높이고 삶의 여유를 가져다 줄 유용한 도구로 거듭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과도한 걱정도, 안이한 낙관도 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어떻게 적절히 대응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문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다.
출판은 올드 미디어가 아니다. 문화 및 지식콘텐츠산업의 뿌리이자 핵심이며, 미래에도 확장성이 큰 매체이기에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대학출판의 운영 역시 이런 관점에서 심도 있게 다시 살펴봐야 한다. 대학출판에 대한 저자와 독자들의 믿음은 곧 대학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대학이 우수한 지식 콘텐츠를 어떻게 창출·활용해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지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