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성당 안의 베르니니의 청동 기둥, 코르크 마개를 딸 때 쓰는 용수철 모양의 송곳, 사람의 DNA,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곧지 않다’는 거다. 성 베드로 성당 중앙에 베드로 무덤이 있다. 성 베드로 무덤의 닫집(baldacchino)을 만들면서 소용돌이치며 올라가는 거대한 도금 청동 네 기둥을 만든 사람이 잔 로렌초 베르니니다. 소용돌이치며 위로 올라가는 모양의 기둥을 보면서 인생길도 쭈욱 곧은 포장도로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인생살이도 굴곡이 많지만 결국은 천국을 향해 올라간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어쩌면 인생은 펴지지 않는 타래송곳(corkscrew)과 같은지 모른다. 코르크 마개를 뽑는 나선형의 타래송곳이 똑바로 펴진 모양을 하고 있다면 소용없다. 인생에서는 더해지는 건 없고 시간이 갈수록 까먹는 뺄셈의 법칙이 작용한다. 시간은 줄어들 뿐 결코 늘어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시간을 중요한 데 쓰고 있는지를 늘 점검해야 한다. 나선형이기는 인간의 DNA도 마찬가지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이런저런 것을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약 77%의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1주일 정도 지킨다고 한다. 약 19% 사람만이 새해 결심을 유지하면서 2년 정도 실천한다고 알려졌다.

인생은 편도이고 내일이라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초행길이다.
올해에도 어떤 일이 우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멋진
순간을 얼마나 가졌는가로 평가된다.
나이가 듦에 따라 철이 드는 건 아니다. 나이 드는 것은 강제적이지만, 철이 드는 것은 선택적이다. 나이는 세월이 주는 게 아니라 세상이 주는 것이다. 세월이 준 나이를 내세우면 꼰대다. 세상이 주는 나이를 내세우면 경륜이 된다. 올해도 연초에 선택하고 결정해 꾸준히 실천하면서 철들고 경륜을 쌓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인생길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다. 각자가 건설해야 하는 길이다. 그리고 각자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뻗어 나가는 길이다. 감정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으면 실패한다. 감정에 부대끼면 행복할 수 없다. 그냥 스쳐 지나가게 놔두는 게 상책이다. 그러면 감정이란 것은 머지않아 온데간데없어진다.
인생은 편도이고 내일이라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초행길이다. 올해에도 어떤 일이 우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항상 행복한 일만 있지 않고 힘들고 괴로운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거운 짐을 지고 숨 가쁘게 걷는 이유는 인생을 ‘곧은 선’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삶을 곧은 레이스가 펼쳐지는 경주처럼 생각하면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남을 쫓아 뛰느라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게 된다. 여기에 모든 문제가, 모든 괴로움이 있다. 자신을 알 기회를 놓친 채 뜀박질만 하다가 어느 순간 다리 힘을 잃고 마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많이 가져야 하고, 많이 이뤄야 하고, 많이 해야 한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한마디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성장 신화가 삶을 정복하면 불행해진다는 데 있다.
고대 철학자들은 인생을 ‘미로’ 그 자체로 인식했다. 숲과 황무지가 교차하는 변화무쌍한 풍경의 굽이진 길이 우리 인생의 본질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고 그것에 재빨리 도달하는 것보다 그 여정의 의미를 인식하는 것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가 그의 단편소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올라가야 할 계단도, 힘껏 열어젖힐 문도, 따라갈 복도도, 앞을 막아선 벽도 없다면 그것은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 메마른 사막에서는 생명이 움틀 수 없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삶의 난관 앞에서, 인생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 앞에서, 괴로워하지 않은 이유다. 인생을 자기 뜻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삶이 통제의 영역이라는 망상을 버려야만 균형과 평정의 삶을 살 수 있다.
하나하나의 삶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빛을 내뿜는다. 라일락은 햇살이 온기를 품는 봄에 꽃봉오리를 틔우지만, 해바라기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구절초는 일교차가 심한 농익은 가을에 비로소 만개한다. 이처럼 꽃마다 피는 시기가 모두 다르듯 우리 각자의 시간도 다르게 흐른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려면 내면의 토양이 건강해야 한다. 내면의 토양이 비옥해지면 알뿌리는 땅 아래에서 모든 힘을 그러모아 싹을 틔우고 꽃과 열매를 맺는다. 내면의 토양이 비옥해져서 새싹이 움트고 꽃과 열매를 맺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존재의 꽃 피움’, 즉 ‘자기 개화’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상태다.
인생길에서 고난은 ‘위장된 축복(blessing in disguise)’이라고 한다. 고난과 결핍이 축복이란 건 인생 최고의 역설이다. 고난을 이기고 나면 그게 바로 인생 백신을 형성하게 된다. 백신은 그 사람의 인품과 인격을 형성한다. 인생 백신을 얻게 되면 세상에 굴복하지 않게 된다.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멋진 순간을 얼마나 가졌는가로 평가된다.
방송대 명예교수·행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