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새로운 생각들이
배척받고 무시당할지 걱정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무리수를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무리수가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과 아름다운 화음을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소망해 봅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 남쪽으로 1천km 이동한 다음, 그곳에서 동쪽으로 1천km 이동하고, 다시 그곳에서 북쪽으로 1천km를 이동했더니 제가 있던 곳이 됐다면, 제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 그런 곳은 없지. 남쪽으로 갔다가 동쪽으로 가고 다시 북쪽으로 갔다면, 그곳은 원래 있던 곳보다 동쪽이 될 테니까 말이야.” 스승이 대답했습니다.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북극입니다. 스승은 2차원 지구에 살고 계시고 제자는 3차원 지구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수학 용어를 조금 써서 말하자면, 스승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말하시고 제자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말하고 있습니다.
수학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수학 역사에서 잘 알려진 살인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피살자는 히파수스(Hippasus)라는 젊은 청년으로 피타고라스학파의 일원이었습니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많은 철학자들이 만물의 근본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 이 세상이 흙, 물, 공기, 불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만물의 원리는 수(數)라고 주장하였죠. 모든 것이 수라니? 당시로서는 하기 어려운 생각이었지요. 남들은 눈에 보이거나 만질 수 있는 것들을 만물의 근본으로 찾고 있을 때, 보이지 않고 머릿속에만 있는 수를 만물의 근본으로 생각하였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죠. 철학을 의미하는 ‘philosophy’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으로도 유명한 피타고라스. 그런데 살인사건이라니요?
피타고라스는 모든 것을 자연수와 그 비율(比率, ratio)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답니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는 옥타브(octave)와 피타고라스 음률을 발견했으며 현의 길이를 2:1 또는 3:2 비율로 하였을 때 듣기 좋은 화음(harmony)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냈지요. 그런데 피타고라스학파의 젊은 제자 히파수스에게는 매우 간단한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를 자연수의 비, 즉 유리수(rational number)로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것은 √2 로서 무리수(irrational number)입니다. 즉, 자연수의 비율로 표현할 수 없는 수였죠. 피타고라스학파가 붕괴할 수 있는 이 문제를 제시한 이유로 히파수스는 암살됐다고 전해집니다.
세상은 새로운 것에 대해 저항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생각을 주장해도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세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테뉴어(tenure)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성직자와 대학교수에게 평생직장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성직자는 신앙의 자유를, 교수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대학에서 표현의 자유는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이념과 기술을 창조하도록 해줍니다.
한 학생의 말이 생각납니다. “교수님, 줌(zoom)으로 출석수업을 하시는데 가능한 날짜를 여러 개 두셔서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출석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저희에게는 줌(zoom) 출석수업을 어디에서 듣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 듣느냐가 중요하거든요.” 또 어느 교수님의 말도 생각납니다. “왜 꼭 객관식
시험으로만 평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 과목에 대해서는 주관식 시험으로 또는 구두시험으로 하면 좋겠는데 말이죠.”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생기기까지, 유리수의 세상에서 무리수를 포함하는 실수의 세계로 이동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을지 생각해 봅니다. 2024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새로운 생각들이 배척받고 무시당할지 걱정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무리수를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무리수가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과 아름다운 화음을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