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리 아이의 입시는 공정한가』 (이현·김용·박대권 지음, 지식의 날개)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최서원의 딸 정유라가 SNS에 남긴 글이다. 그의 말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모의 경제력도 능력이지만, 그 능력이 입시에 반영된다면 그것은 공정한가? 공정하지 않다면 부모의 경제력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을 방법은 있는가?
우리 시대의 화두인 ‘공정’과 교육, 두 주제가 한자리에서 만났다.『우리 아이의 입시는 공정한가』 (이현·김용·박대권 지음, 지식의 날개)는 ‘공정한 시험과 적합한 선발을 향한 끝없는 논쟁’이라는 부제를 충실하게 반영한다. 공정과 교육의 사전적 의미가 갖는 바른 이미지와 달리 현실 속에서 공정과 교육이 만난 자리는 항상 논쟁을 낳았다. ‘공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로 급부상할 만큼 중요한 개념인데, 동시에 민감하고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주제다.

 

 

‘공정한 입시’라는 것은 과연
도달할 수 있는 목표일까.
이 책은 도달하기 어려운
고차원의 방정식에 접근해 가는
과정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손을 내민다.

 


‘공정한 입시’라는 고차방정식
무엇이 공정한 것인지, 그 정의를 두고 벌이는 논쟁만으로도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을 정도다. 내 능력만큼 받는 것이 공정한 것일까, 동일한 출발선 상에서 뒤진 이들에게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를 취하는 것이 더 공정한 것일까. 사람마다 공정에 대한 정의나 관점이 다른 상황에서 또 입시를 통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현실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을 만족시키는 ‘공정한 입시’라는 것은 과연 도달할 수 있는 목표일까.
이 책은 이 도달하기 어려운 고차원의 방정식에 접근해 가는 과정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손을 내민다. 국가도 쉽게 손대지 못하는, 전문가도 쉽게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이 어려운 문제를 테이블 위에 놓고 돌아보게 한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이 책에 관해 “저자들의 관점은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고 공정과 평등을 가로지른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입시제도 대논쟁을 겪은 시민, 학부모, 학생, 전문가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평했다.

‘우리 아이’의 입시라면?
여기에 자녀 문제가 개입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의대에 입학한 것을 놓고 사회 일각에서 제기한 특혜·부정 시비가 대표적이다. 고등학생이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학술논문의 제1 저자로 등록되고, 한 대학의 의과학연구실에서 인턴 경험을 한 것을 두고 ‘특혜’라고 지적한 것인데, 이런 사례가 알려지면서 불투명한 수시모집 대신 수능이 공정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과연 수능 성적으로 정시에 입학하는 것이 가장 공정할까? 입시 비리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시 전형을 확대해야 공정하다는 의견과 수시전형을 통해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수시가 더 공정하다는 주장도 있다.
인공지능이 일상으로 파고들었고, 사회가 다변화되고 각 분야에서 요구하는 능력도 다양화됐다.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최적의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입학전형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서 누군가는 이익을 얻지만,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이 수긍하고 합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다.

입시제도 변천 과정 한눈에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쉬운 수능’ ‘킬러 문항’ 등 교육 이슈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 교육 정책에 대한 분석부터 ‘2028 대학입시제도개편안’에 대한 분석도 생생함을 더해준다. 또한, 이공계 대학 진학자에게 인문계 수준의 수학만 공부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없는지도 놓치지 않는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왜 비판받는지도 신랄하게 조명한다. 특히 학종이 농어촌, 저소득층, 일반고에 유리하다는데 그게 정말인지, 서울대가 학종으로 일반고를 배려하고 있는 게 맞는지도 따져본다.
시점은 과거로도 확장된다. 예비고사와 본고사의 병행, 학력고사의 등장과 그 폐단, 마침내 등장한 수능. 수능은 계속 진화를 거듭해 왔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냐에 따라 입시정책이 달라지면서 혼란을 주기도 했다. 정부의 입시정책에 따라, 또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은 변화하며 강한 적응력을 보였다. 수능은 어떻게 탄생한 시험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을까. 본격적인 정시모집 전형 중인 지금의 시점에서 이 책의 미덕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이런 수능의 진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정리했다는 점이다. 각 정부별 교육제도의 변천과정을 일별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외에도 학교 밖의 선발 방식의 변천 과정, 고등고시의 해체와 폐지과정, 기업의 선발방식의 급변 과정 등도 읽을거리로 손색이 없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과정 눈길
교육 제도의 도입 과정이나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설명했다는 점도 이 책의 주요한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입학 사정관제를 모방해 도입했는데, 미국의 경우 입학 사정관제의 도입 배경에는 ‘특정 집단 학생의 입학을 제한하기 위한 의도’가 놓여있었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미국의 백인들이 유대인에 대한 적대감에서 명문대 입학을 제한하기 위해 고안했던 제도라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나 학생부 종합전형처럼 주관적 서류로 학생을 선발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정도다.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내신(內申)’이라는 단어는 본래 일본어라는 점도 밝혔다. 내신의 뜻은 ‘내밀하게 말씀드리는 일 혹은 그 내용을 기록한 문서’를 뜻한다.

 


책 속으로
결국 대학입학예비고사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이 등장하고, 이 시험은 대학입학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이름을 바꾸어 가면서 지금까지도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국가는 시험의 형식과 시험 대상 교과목을 포함하여 대학입학전형의 거의 모든 요소를 결정했다. 한국의 대학입시에서 가장 오랫동안 주연을 맡았던 주체는 국가였다.
― 20쪽


 

흥미로운 사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두 내신을 절대평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는 점이다. 보수적 교육계는 내신을 절대평가하면 특목고나 자사고 등을 중심으로 고교 서열 체제를 확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한다. 반면, 진보적 교육계는 내신 상대평가는 옆 친구를 경쟁자로 만드는 비인간적인 제도라는 문제를 지적한다.
― 89쪽



시험성적이 아니라 학생이 제출한 서류와 면접으로 대입 선발을 확대해 온 지난 25년간 우리나라 고등학교 현장은 교육적으로 훌륭하게 변화했나? 창의력이 뛰어나고 인성이 좋은 학생을 양성해 왔나? 미래 역량이 길러지고, 미래 인재가 대학에 입학해 왔나? 수험생의 학습 부담은 경감됐나? 사교육비는 줄어들었나? 공교육은 정상화됐나?
― 180쪽

 

 


2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