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taste)와, 취미에 기반을 둔 취미활동(hobby)은 모두 근대적 여가 개념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러나 이 말이 취미의 탄생이 근대에 접어들어서였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교산 허균(1569~1618)은 청나라에 갈 때마다 다른 새로운 물건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책만 사서 돌아온 걸로 유명하다. 아마도 이 서적들의 상당 부분은 강릉 초당 옆 경포호 근방에 그가 세운 ‘호서장서각(湖墅藏書閣)’에 보관됐을 수도 있다. 16세기 후반과 17세기 초를 살았던 허균 역시 지독한 독서광이었으니, 이 역시 ‘취미’와 취향이 그 바탕에 있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면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따라가면 내가 몰랐던 진정한
취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겨울방학이 끝나고 봄학기가
시작되기 전, 혹시 그런 취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방송대 생활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취미’라는 말은 언제 등장했을까
그럼에도 오늘날 일상화된 취미와 취미활동의 확산 이면에는 근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연구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취미(趣味)’라는 어휘가 출현한 것은 1900년을 전후한 때라고 한다(문경연, 『취미가 무엇입니까?-취미의 일상 개념사와 한국의 근대』, 한국개념사총서 일상 편 3 취미, 마티, 2019). 1900년이라고 하면, 대한제국의 근대 국민국가 담론이 형성되던 때이기도 하다.
그의 설명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1900년 전후 한국에서 ‘취미’라는 개념어가 출현한 맥락적 의미를 짚어낸 부분이다. 개화기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은 ‘문명’과 ‘계몽’ 담론이었고, 이들 담론 안에서 취미는 ‘문명’, ‘문명을 담지하는 자질’, ‘근대적 앎에 대한 흥미’ 등의 의미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1900년대에 취미는 한 개인이 근대인이자 문명인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기호(記號)였다.”
물론 여기에도 또 다른 역사적 중첩을 더 고려해야 한다. 1910년 이후 ‘일제의 식민지’가 되는 역사적 사태는, 일제가 조선인을 제국의 신민에 합당한 문명인이 될 것을 강요하는 상황을 빚어냈다. 근대인이자 문명인의 일원에서 ‘제국의 신민으로서의 문명인’으로의 변질은 결코 등가적이지 않다.
1920년대를 거치면서 취미는 근대적 도시 생활을 배경으로 형성된 근대인의 공적 사회생활과 사교의 필수 조건이 됐다. 이 시기 영화와 유행가가 범람했으며, 독서 붐과 각종 기호품에 대한 선호가 증폭됐다.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취미는 오락과 여가의 의미로 수렴됐다. 대중연극계가 성황을 이뤘고, 외화 상영이 늘었으며, 배우와 가수들이 팬덤을 형성했다. 언론과 잡지들이 대중문화적 취미와 취미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결혼과 연애의 조건 중 하나로 ‘취미가 풍부한 자’, ‘취미가 같은 사람’이 선호될 정도였다. 이러한 현상은 1900년대 초기의 문명, 교양, 정신개조와 이어졌던 취미의 사명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문경연의 말대로, “해방 이후 다이내믹한 현대사의 사건들과 정치·사회적 격변을 통과하면서 취미는 추적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변화와 방향의 진폭이 확대됐다.” 이제 취미는 개인의 내면에 있는 미적 경험이면서, 대중문화의 자장 안에서 존재하는 스타일이나 기호의 문제로 전화(轉化)됐다.
여기서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의 미와 아름다움, 취미에 관한 아이디어를 소환할 수 있다. 데이비드 흄은 취미를 아름다움의 발견 문제로 이해하면서 중요한 주장을 펼쳤다. “아름다움은 사물들 자체 안에 존재하는 성질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사물들을 관찰하는 정신 안에만 존재하며, 가각의 정신은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자각한다.”(『취미의 기준에 대하여/비극의 기준에 대하여 외』, 김동훈 옮김, 마티, 2019). 흄이 말한 아름다움은 더 이상 대상의 속성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하는 인간 내면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긍정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 취미가 무엇인지 그 기운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취미 역시 개개인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긍정적 변화를 반영한 자기 활동이기 때문이다. 취미가 교육, 교양, 자기완성이라는 개념과 만날 수 있는 대목이다.
취미활동을 즐기는 현대인
그렇다면 오늘날 현대인들은 취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세를 떨치전 2022년 3월 현대그룹의 한 계열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참조할 수 있다. 현대제철 직장인들의 94.9%가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가장 즐기는 취미활동은 헬스, 캠핑, 등산과 같이 몸을 움직이는 스포츠 활동(51.5%)이었다. 영화 감상, 게임, 스포츠 관람 등의 문화 활동(21.2%)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에는 시간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고 있었다. 43.9%의 직장인이 취미활동에 3시간 이상을 할애한다고 응답했다. 취미활동은 해를 거듭할수록 재미가 더욱 쏠쏠해지게 마련인데, 5년 이상 이어오고 있다고 대답한 이들이 절반을 넘었다(53.0%).
취미활동은 ‘비용’도 따르게 마련이다. 이들은 취미활동을 위해 한 달에 평균 15만~20만 미만을 쓴다는 대답(33.3%)이 가장 많았다. 5만 원 미만으로 알뜰한 취미활동을 즐긴다고 응답한 이들도 30.3%에 이르렀다.
취미활동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즐거움이 배가된다. 현대제철 직장인들의 53.0%는 가까운 지인과 함께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으며, 회사 동호회(18.2%)를 통해 같은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취미생활에 끼친 변화다. 안전하게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취미생활을 변경했다는 대답(37.9%)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아예 취미활동을 중단했다는 대답(31.8%)도 있었다.
코로나19로 방송대 동아리 침체
방송대 학우들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동호회’ ‘동아리’ 활동이 주춤했다. 단적인 예가 있다. 지난해 8월 개강을 앞두고 위클리가 학우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지역대학 활용도 설문조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설문조사에서 학우들은 동호회 활동에 참여한다고 응답한 학우(14.9%)보다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학우(85.0%)가 훨씬 많았다. 해당 기사는 “대학 생활은 ‘공부’ 못지않게 다양한 교양 활동도 의미 있는데, 학업 외의 자기계발과 관련된 지역 동호회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신영수 제41대 전북총학생회장도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많은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2023년 8월 설문조사에서 확인한 것처럼, 동호회나 동아리 활동은 학우들의 관심밖에 놓여 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공부만 할 수는 없지 않나. 각자의 개성과 끼를 발휘하는 동아리나 동호회와 같은 통로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신영수 회장의 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원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한 한 학우는 “취미는 마음이 움직여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엔 마음이 가는 곳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아마도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면 자신의 진정한 취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내면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따라가면 내가 몰랐던 진정한 취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겨울방학이 끝나고 봄학기가 시작되기 전, 혹시 그런 취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방송대 생활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