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수업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사회 상식과 가치 형성하는 데
일조하는 대학 교육의 근간"
기자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 중 어떤 내용을 독자들에게 알릴 것인지 판단한다. 판단 기준에는 공공의 가치, 사건의 희소성, 사건 당사자의 사회적 영향력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가 위법성 여부다. 법을 어기는 사건이 발생하면 왜 그런 행위가 일어났는지, 법 자체의 문제는 없었는지, 이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아오다가 업무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면서, 법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졸업 이후 10여 년 만에 방송대 법학과에 입학해 헌법과 민법 등 다양한 법을 공부하면서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공부하면서 계속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법을 공부하면 주로 법조문과 대법원의 판결인 ‘판례’를 보게 되는데, 이 판례에 ‘사회 통념상’이라는 기준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현직 판사나 법률전문가들의 견해를 찾아보니 사회 통념은 ‘사회일반에 널리 퍼져 있는 공통된 사고방식’,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흔히 받아들일 수 있는 관념’ 정도로 정의되고 있었다. 이 기준이 법의 판단, 재판, 해석에 일정 부분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불확실한 기준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미리 법의 기준을 마련해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벌어지면 그를 예방하기 위해 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더라도 법은 사회 현상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그러한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판사들은 사건을 판결해야 한다. 기준인 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여기서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이 주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판결해야 재판에 참여한 원고와 피고가 판결에 납득할 가능성이 높아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사회 구성원들이 무엇을 공유하고 있는지, 즉 사회적 상식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렵다. 공동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정치권력의 지향점, 발전의 속도, 기존의 문화 등등 수많은 것들의 영향을 받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중에서도 이를 연구하고 고민하고 공유하는 고등교육기관이자 평생교육기관인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교양 수업이 직접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전문지식이 많고 법적인 기준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빈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틈을 메워 일을 완성시키는 것은 사회적 상식이다. 교양 수업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사회의 상식과 가치를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대학 교육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성과’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국립대학교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라도 교양수업을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