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1학기에 10명 이상 방송대 입학시킨 홍성수 학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퀴 달린 장바구니에 방송대 일본학과 팻말과 홍보용 배너를 늘 싣고 다니는 이 사람, 63세의 일본학과 학생회장 홍성수 학우다. 출석 수업이나 시험 당일에 서울지역대학 등에서 일본학과 팻말을 든 홍 학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학우들보다 1~2시간 전에 미리 와서 학우들의 안내를 자진해서 도와 왔다.
“한 50대 학우가 시험장에 자기 이름이 없다는 거예요. 강의실을 못 찾는데 알고 보니 전날이 시험일인데 잘못 온 거였죠. 아이를 데리고 시험을 보러 온 주부도 있었는데, 시험 보라고 아이를 대신 맡아주기도 했죠.”
시험이 있는 날에도 봉사를 하면 공부는 언제 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공부나 점수 잘 받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홍 학우는 40여년 연극배우로 일한 천생 예술인으로 「아가씨와 건달들」을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해 연극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다. 하지만 현재 일본학과 공부와 학생회장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의 진면목은 봄학기 신·편입생 모집 기간에만 혼자서 10여 명 이상 방송대에 입학시킨 ‘방송대 홍보대사’에 있다. 왜 그렇게 ‘방송대 입학 권유’를 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가장 좋은 홍보는 구전이라고 생각해요. 연극은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고전 방식이 최고인 것처럼요. 학교 홍보도 일본학과 학생 1천 명이 있다면, 1천 명이 한 명씩만 학과에 데려와도 벌써 2천 명이 되잖아요. 누군가가 이런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안 하다 보니 학생 숫자가 늘지 않는 거죠. 어디에서든 누군가를 만나면 ‘나 오늘 학교 나왔는데 정말 좋더라. 어렵게 졸업은 했지만~’ 이런 식의 대화가 일상생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그걸 잊지 않고 끊임없이 말하는 스타일이고, 또 방송대 다니고 있는 걸 자랑스러워하거든요. 그래서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입학 권유를 하는 것이죠.”

2022년 12월 '크리스마스캐롤' 연극 공연장에서 사회자 역할을 맡은 홍성수 학우

홍 학우는 2004년 문화교양학과 1기로 입학했지만 졸업은 쉽지 않았다. 연극배우로 주말마다 공연을 하는 그에게는 밤샘 공부를 하고도 중간·기말시험을 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직접 제작하고 기획한, 80대의 황혼을 담은 「두 남자」라는 연극이 취소되고 나서야 비로소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살아야겠다는 힘이 났습니다. 18년 걸려서 2022년 2월에 문화교양학과를 졸업할 수 있었죠.” 졸업 후 한 달 만에 바로 일본학과에 입학했다. 


그에게 졸업과 방송대의 공부는 어떤 의미일까. “4년짜리 성취감이 아니라 20년짜리 성취감이죠. 일본학과에서도 사실 저는 지금도 인간 승리 중이에요. 불과 2년 전에 처음 일본어를 배운 사람이 지금 일본학과 학생회장을 하고 있거든요. 신입생 OT때 말할 거예요.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저처럼 회장이 될 수 있고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이죠.”


그의 관심은 대체 뭘까. 관심사를 물으니 출석수업표를 꺼내 보였다. 출석수업마다 학우들을 찾아가 봉사하기 위해서다. “우리처럼 디지털화되지 못한 사람들은 자꾸 처지게 되요. 저도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탈락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어서 나이 많은 학우들을 위한 오프라인 스터디를 만들고싶어요.”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큰 자부심이다.


연극배우로 희곡 작품을 공부한 문학도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홍성수 학우의 향후 계획은 일본 작품을 원서로 직접 읽고 번역해 본인이 직접 연출을 맡는 것이다. 본인의 이름을 딴 ‘홍성수 연극 구락부’를 만들어 공연하는 게 꿈이다. 실제로 방송대 학생들이 참여한 일본어 연극의 예술 감독으로 활약한 경력도 있다.


일본어 연출을 위한 꿈을 이루려면 봉사활동 대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는 없냐고 묻자 홍 학우는  ‘무구비어일인(無求備於一人)’이라는 『논어』의 한 구절로 답했다. ‘한 사람에게 다 갖추기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그는 일본학과 학생회장을 하는 동안은 방송대를 위한 봉사와 홍보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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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12 15: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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