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저탄소 다이어트 어때요?

2월 설 명절을 지난 날씨가 예년 같지 않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여느 때와 다르게 다가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일부터 염려한다. 국가나 세계, 인류의 문제는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기후위기가 훨씬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바로 지금 나의 문제’로 여겨지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은 일상생활 속 실천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주제로 ‘저탄소 다이어트 어때요?’를 잡았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내가 선택하는 먹거리 실천이 나의 건강도 살리고,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1면에서는 최근 사회 곳곳에서 일고 있는 ‘저탄소 다이어트’의 의미를 짚고, 2면에서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김동우 교수에게서 저탄소 다이어트를 일상생활 속 식단을 통해 실천하는 방법을 들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기후변화 심상치 않아
탄소배출 줄이는 노력 시급
방송대도 온실가스 감축 앞장서
상차림 장바구니에도
이제는 지속가능한 식품으로

 

다이어트라고 하니 으레 뱃살을 줄이는 방법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저탄소 다이어트(탄소저감 다이어트)는 생활 속 식습관과 식단 개선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의미한다. 기후위기라는 중대한 인류사적 문제와도 이어지다 보니 최근 많은 기업, 기관까지 이 저탄소 다이어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물론 기업들 가운데는 저탄소 다이어트를 식단과 연계하는 대신 나무 심기 등 지구환경과 연계하는 곳도 있다. 그러니까 저탄소 다이어트는 중층적 의미를 지닌 실천 운동인 셈이다.

탄소배출 줄이는 노력의 배경
미국 일리노이대의 한 연구진은 2021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육가공 식품 제조의 근원인 축산업을 시작으로 사료 및 기타 가공식품 제조, 포장 및 완제품 유통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식품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5%에 해당하는 약 173억 톤에 달하며, 이 중 약 60%가 육류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2023년 5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식품 시스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억1천210만 톤으로, 우리나라 총배출량의 약 16%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탄소 다이어트가 확산하는 배경이다.
흥미롭게도 생산·유통 단계에서부터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식품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른바 지구환경도 살리고, 개인의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품’에 대한 관심과 맞닿은 부분이 있어서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네스카페는 2021년 하반기부터 커피와 환경의 미래를 위한 친환경 캠페인 ‘Cup of Respect’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네스카페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에는 현재 수준의 50%까지 탄소 배출량을 감축, 2050년에는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도 SK에코플랜트는 ‘탄소 줄이고 체중도 줄이고 일상 속 탄소저감 다이어트’를 소개하면서 ‘에코 다이어트’를 직원들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풀무원 올가홀푸드 역시 2021년 저탄소인증을 받아 가치소비를 돕는 저탄소인증 햇과일과 채소 7종을 출시했다. 저탄소 인증은 친환경 농산물을 대상으로 생산 단계에서 필요한 난방 및 농기계 에너지와 용수 등 농자재 투입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제품에 부여된다.
풀무원에 따르면, 올가의 저탄소 아리수 사과(1.8㎏) 한 봉지를 소비할 경우 0.37㎏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 18봉지를 소비하면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데,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는 연간 6.6㎏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식품 부문은 아니지만 방송대도 저탄소 다이어트와 무관하지 않다. ‘온실가스 감축 우수기관’으로 9년 연속 선정됐기 때문이다(2022년 기준). 2022년 12월, 온실가스 감축 우수기관으로 연속 선정된 이후 고성환 총장은 “방송대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 이를 위해 노후 시설 개선 및 에너지 절약을 꾸준히 실천, 지구적 환경 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ESG 경영에도 적극 나서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로컬푸드와 친환경 농산물 활용하기
그렇다면 좀더 일상 가까운 곳에서 저탄소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이는 없을까. ‘늘 공부하라’라고 말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언에 따라 2010년 방송대 법학과 3학년에 편입했던 김춘진 동문은 ‘저탄소 다이어트’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가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수년 전부터 저탄소 다이어트를 전사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그는 2021년 9월 15일 KBS2 「통합뉴스룸ET」에 출연해 저탄소 다이어트를 어떻게 회사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지 대중에게 들려줘 화제가 됐다.
김 동문은 지난해 12월 말 방송대발전후원회(회장 박인주·제니엘그룹 대표)와 KNOU리더스클럽(회장 장재진·오리엔트그룹 회장)이 함께 마련한 ‘정기총회·송년회’ 자리에서도 저탄소 다이어트를 소개해 참석한 이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구내식당에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은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를 실천하고 있다. 저탄소 친환경 인증 농산물로 식단을 꾸린다. 바로 여기에서 탄소 배출을 평상시보다 55%를 줄일 수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로컬푸드와 친환경 농산물로 식단을 꾸미면 탄소 배출을 그만큼 감소시킬 수 있다. 친환경 농산물은 생산 단계에서 화학 비료를 적게 쓰는 농산물이다. 화학 비료를 적게 사용하면 흙에서 CO₂ 가스가 적게 배출된다. 가공식품보다는 가까운 데 있는 농산물을 찾게 되면 유통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준비한 음식을 남김없이 비우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가 남지 않으니 그만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작은 실천이 변화를 만든다”
저탄소 다이어트에 관심을 보이는 학우들도 많다. 방송대 미디어영상학과 3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한 학우는 결혼 2년 차 주부다.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식단까지 맡고 있는 그의 고민은 ‘균형 잡힌 영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그의 고민이 저탄소 다이어트로 이동했다.
“맞벌이 생활을 하다 보니 늘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했다. 주로 밀키트 등을 이용해 간단하게 식사했는데,「생명과환경」수업을 듣고 부터는 기후위기에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작게나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찾았다. 저탄소 다이어트가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아 요즘 여기에 꽂혔다.(웃음) 몸도 건강해지고, 기후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니 좀더 실천해 볼 생각이다.”
50대 초반의 문화교양학과 학우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가족 건강을 책임진 그는 가까운 곳에 있는 로컬푸드 매장을 이용하며, 가공육보다는 과일과 채소, 콩, 두부를 좀더 챙기는 방향에서 저탄소 다이어트를 실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작은 실천이 변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일을 한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하루의 식단을 어떻게 짤 것인지 고민하는 건 모든 주부의 숙명일텐데, 이왕이면 희망이 있는 내일이 좋겠다고 생각해, 저탄소 다이어트에 동참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많이들 관심을 가지는 눈치다.”
설 명절로 비대해진 몸, 저탄소 다이어트로 균형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게다가 어렵게 생각했던 ‘탄소발자국 지우기’를 일상생활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니, 더욱 솔깃하지 않은가?


3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