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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최고의 경쟁은 자신과의 경쟁일 것이며

그 성취의 진정한 등급은 남과의 비교에서보다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서 
내가 드높인 질량의 차이에 따라 매겨질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야 익숙하지만, 정작 주변을 돌아보면, 성인이 ‘학생처럼’ 공부한다는 것은 의외로 흔한 풍경이 아니다. 어쩌다 맥락도 없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 가서 영문법을 공부하게 됐던 중3 때, 첫날 나 말고는 전부 직장을 다니는 그 어른 학생들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출장으로 빠진 뒤 필기한 것을 부탁하고 자신들이 모르는 것을 어린 내게 묻는 그 어른 학생들에게 또 놀랐다. 일상에서는 접하지 못한 풍경이었다. 
 
그때까지 내게 어른은 공부하는 사람도, 어린 이에게 자신이 모르는 공부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사람도 아니었다. 당시 어린 생각에도 나이를 가로지르는 무엇인가가 배움에 있다고 여겨진 순간이었다. 그런데 성인이 이런 배움의 순간을 하루 이틀이 아니고 몇 달, 몇 년을 이어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주체적으로 배분해 끊임없이 질문과 결합시키며 그 집중을 확장해 가는 동력에 늘 감탄한다. 이런 동력이야말로 우리 학교의 최대, 최고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간에도 상담 게시판과 이메일에서 학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모든 질문은 상대로부터 그에 응하는 에너지를 요청하는 주문이다. 문답은 서로를 마주해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우리의 질문과 답변은 때에 따라 서로 자리를 바꾸면서 우리 앞에 숙제로 다가오는 재료들을 자르고 붙이는 가위와 접착제의 역할을 한다. 그렇게 개인의 삶과 사회의 성장에 요긴한 형상이 하나둘 만들어진다. 
 
배움의 핵심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답을 찾으려면 먼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물음이 차오르지 않는 정신에 던져주는 것은 답은커녕 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움켜쥔 답의 유효 반경은 그것이 남들로부터 몇 번의 질문을 견디어 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몇 걸음 못 가서 말문이 막히는 자리, 거기에서 공부가 다시 새로 시작된다.
 
앎의 문제는 정서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 화가 나는 일이 많다면, 그것은 내 감정이나 마음이 수양이 안 되어 생긴다기보다는 내 알음알이가 앎의 진전을 멈추고 스스로 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해진 궤도만 맴돌기 때문일 수 있다. 충돌과 갈등은 이럴 때 빈번하다.
 
우리 사회에 졸업식이 한창이다. 우리 방송대도 기쁘게 졸업생을 내보낸다. ‘졸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 ‘graduate’의 어원에는 ‘어느 정도까지 정제하고 정련하다’는 뜻과 ‘등급(degree)을 나누다’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학위(degree)를 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습득하고 그 과정의 환경에서 자신의 인성도 정제했다는 의미다. 그와 동시에 거기에는 각자가 기울인 노력에 부합하는 상이한 등급(degree)을 받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물론, 언제나 최고의 경쟁은 자신과의 경쟁일 것이며 그 성취의 진정한 등급은 남과의 비교에서보다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서 내가 드높인 질량의 차이에 따라 매겨질 것이다. 
 
이제 졸업생들은 ‘학위’(degree)의 어원에 담긴 ‘계단’(a step, stair)이라는 뜻대로 한 걸음 더 올라서서 이전보다 더 높아진, 더 트인 지평에서 새로운 방향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그 길에 행운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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