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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승 교육학과 교수

“쟤, 다문화니?”

누군가를 가리키며 하는 이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문화’는 마치 ‘아프리카인’만큼이나 선명하게 ‘출신 성분’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본래, ‘다문화’는 ‘다문화주의’의 줄임말이고, 그래서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인정’이라는 지향성을 가지는 윤리적 용어지만, 현실 속에서 ‘다문화’는 인종적 내포를 가진 용어가 되어버렸다. 모든 집단은 다문화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다문화여성’ ‘다문화학생’은 말이 안 되는 용어지만, 쉽게 통용된다. 일종의 낙인이다. 한번 다음 내용을 보자.

“사회경제적 분포를 보면, 상층출신은 13.1%, 중간층은 63.1%이고, 하층 출신은 23.8%다. 학력별 분포는, 중졸 이하가 36.1%, 고졸이 42.3%, 대졸 이상이 20.6%다.”

어떤 집단에 대한 설명일까? 경제적으로는 중간, 학력으로는 고졸이 가장 많으니, 도심의 자영업자집단 정도가 아닐까 싶다. 틀렸다. 정답은 국제결혼이주여성이다. 이런. 생각보다 대졸과 상층이 많다. ‘편견이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뿐이다. 하나의 편견은, 그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주는 정보가 나온다고 해도 잘 깨지지 않는다. 설사 이주여성들의 출신국 학력이나 계층이 높다는 통계를 보더라도, 후진국 출신이니 그 통계는 별 의미 없다는 방식으로 해석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에 대해, 인간이면 대개 가지게 되는 일종의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자신의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심리적 경향이다. 그래서 편견이 깨지기 위해서는 ‘의외의 사건’이 필요하다. 흑인에 대한 거부감을 ‘검은 것이 아름답다’로 치환한 민권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말이다.
그래서 소위 ‘다문화여성들’이 도달한 하나의 해법은 ‘한국의 대학 입학’이다. 이들은 눈길도 주지 않던 수퍼마켓 아저씨와 목욕탕 아줌마의 태도가 바뀌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간 자신을 무시하던 시어머니와 남편의 눈빛이 바뀌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건 주변 사람들에게 쇼크였죠.” 방송대를 졸업하고 최근 박사학위를 받은, 한 중국 출신 여성은 말을 잇는다. “대학에 들어가는 건 우리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정받는 길이에요.”
이주여성들이 대학에 가는 ‘의외의 사건’이 일어나자, 주변의 ‘한국인’들은 그들을 ‘다문화’가 아닌 ‘한국인’으로 받아들였고, 그 모습을 보면서 좀 더 많은 이주여성들이 대학을 가기로 마음먹는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대학생이 되는 건, ‘주류의 티켓을 통해 비주류의 리더로 서는 일’이다. 자신감은 덤이다. 사회통합 혹은 사회발전에 이만큼 중요한 고리가 있을까? 시작의 문은 이들이 열었다. 그녀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도록, 이제 국가가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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