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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철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초빙교수 -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1930년대 문학과 근대 체험』(공저),『한국 문학권력의 계보』(공저),『박인환 문학 전집 1-시』(편저) 등을 펴냈다. 현재 경북대학교 교양교육센터 글쓰기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9년 5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49.89%인 2천586만명이 남한 전체 면적의 11.81%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에 몰려 산다. 정밀한 조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1949년 대한민국 정부가 실시한 최초의 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의 인구는 대략 419만명 정도였다. 그러니까 70년 사이에 약 2천167만명이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전국 인구가 3천165만명 정도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이 얼마나 극심하게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밀려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터다. 지방에 비해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일자리가 풍부하고, 교육·문화·의료 분야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이유이리라. 더 좋은 것을 얻고 싶어 하는 건 인지상정이니 그걸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문제는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대상이 같거나 비슷해지면 그 대상의 가치가 턱없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할 상대가 늘어나며,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장정일이 발표한 시 중에 「‘중앙’과 나」라는 제목의 시가 두 편 있다. 먼저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민음사, 1988)라는 시집에 실린 시는 권력에 편입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권력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는 권력을 상징하는 “‘중앙’으로부터/ 임명을 받았다는” ‘그’가 등장한다. 그는 모든 것을 ‘중앙’과 연관지어 이야기하며, 자신도 언젠가는 ‘중앙’으로 올라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살지만 끝내 ‘중앙’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존재다. 수도권으로 진입하고 싶고,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고, 공무원이 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할 것이다.
한편 이 시에서 화자는 말끝마다 ‘중앙’을 들먹이는 ‘그’ 때문에 “자꾸 ‘중앙’이 두려워진다”고 고백한다. 이는 자신을 ‘변방’의 존재로 여기는 장정일의 내면 고백에 가깝다. 대구 성서중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며, 소년원 수감 경력을 지닌 장정일에게 ‘중앙’으로 상징되는 권력은 갈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터이다. 이러한 두려움이 비단 장정일만의 것은 아니리라.
흥미로운 것은 『서울에서 보낸 3주일』(청하, 1988)에 실린 작품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중앙’이 이제 ‘경멸할 만한’ 것, ‘왜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화자는 자기 스스로를 ‘중앙’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외부에서 자신을 억압하고, 자신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었던 ‘중앙’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더 이상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규정된 ‘중앙’ 혹은 ‘권력’에 주눅들어 살지 않겠다는 뜻이다. 물론 그것을 감당할 만한 힘이 없는 한 실제 현실에서 이러한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규정된 ‘중앙’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중앙’이 되려고 한다면 지방에 살든 수도권에 살든 그것이 무어 그리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오직 내가 진짜 가고 싶은 길, 그래서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그 길을 선택할 용기일 뿐이다. 그 길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데 헛된 힘을 쓰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진솔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다. 그리하여 서서히 자기 스스로 ‘중앙’이 되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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