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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출판문화원 직원

올해는 내가 출판업계에 발을 디딘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해다. 처음에는 편집자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홍보맨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 업계를 떠나고 싶은 몇 번의 욕구를 잘 참고 지금까지 버텨 온 나 자신이 무척이나 대견스럽다.
20대 후반, 대학 마지막 학기를 다니던 중에 어느 출판사에 취직했는데, 마침 서울국제도서전(이하 ‘도서전’)이 열린 때였다. 풋풋한 출판 새내기 시절, 난생처음 도서전이 열리는 행사장을 방문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세월이 흐르고 몇 차례 직장을 옮기다 보니 옛날 휘둥그레진 눈으로 도서전을 구경만 하던 새내기는 이제 도서전 참가를 위해 모든 걸 신경 쓰고 준비해야 하는 선배가 됐다. 출판사 직원으로서 또는 관람객으로서 지난 10년간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도서전에 방문한 경험은 나 개인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지난 6월, 코엑스에서 열렸던 2019 서울국제도서전은 그 어느 때보다 ‘성황’을 이뤘다. 나는 도서전 참가를 준비한 담당자이기도 하고, 참가사 직원이었기에 도서전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차례 현장에 방문했는데, 이렇게나 많은 참가사와 방문객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출판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몇몇 대형 출판사들이 오랜만에 등장했고, 이들과 함께 나온 유명 저자와 연예인을 만나러 온 방문객의 수도 상당했기에 북적북적해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도서전을 주최한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정확한 수치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도서전은 전년도에 비해 전시공간이 20% 이상 증가했고, 참가사 수와 관람객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말 올해 도서전의 결과가 이러하다면 지난 수년간의 도서전과 비교해 봤을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매년 개최하는 도
서전은 당시의 출판업계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떠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지를 그대로 보여 주는 현장이었다. 주최 측에서 이번 도서전을 성공적이었다고 자축하고 있다면, 지난 수년간 보여 주었던 도서전은 출판업계의 이상과 현실, 그리고 독자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있었던 것일까?
도서전 흥행에 성공한 이유가 우연인지, 주최 측이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정말로 대형 출판사와 유명 작가들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출판업계와 독자 사이의 괴리를 어느 정도는 좁힌 것 같다. 도서전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현장 운영 측면에서도 지난 몇 년 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과거에는 참가사를 위한 도서전이었다면 올해에는 독자를 위한 도서전이었다는 느낌이랄까? 어찌됐건 주최 측도, 참가사도 오랜만에 성공의 맛을 보았으니, 한동안은 충분히 즐기고 좋은 기분을 가져도 좋을 듯싶다. 그리고 내년에도 독자를 위한 흥미로운 도서전이 열려서 새로운 기록을 갱신해 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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