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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르마 건양대 교수·불문학 -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양대 브리꼴레르 학부 학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에는 『글쓰기란 무엇인가』,『투르니에 소설의 사실과 신화』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장 자크 루소의 『고백』 등이 있다.

대학에서 13년이 넘게 신입생만 가르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교양필수 교과를 맡아서 수업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대학 1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그것도 글쓰기 과목을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고등학교 3학년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학생들에게 대학공부부터 생활지도까지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다음으로 읽기와 쓰기 경험이 별로 없는 학생들을 글을 잘 쓰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회의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2000년 이후 변화된 대학 강의의 특징 중 하나는 이른바 ‘배경지식이 없는’ 학생들을 상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문학 세대인 이전 대학생들은 이른바 기본 독서라는 것이 있었지만 지금은 드라마나 웹툰 말고 수업시간에 인용할 수 있는 혹은 공감할 수 있는 텍스트가 별로 없는 까닭에 특히 글쓰기 수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하나뿐인 딸아이’가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됐다. 나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올해 처음 맞은 신입생들이 딸아이와 같은 나이이다 보니 부모 심정이 되어 잔소리를 더 하게 된 것이다. 집을 떠나와 기숙사 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학교 식당 식사가 부실하지는 않은지, 무사히 졸업해 취업의 관문을 뚫을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번 맞이하는 신입생들이지만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만큼은 잊지 않고 꼭 이야기해준다. 선생이 하는 뻔한 이야기나 잔소리쯤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우선 여행을 다녀오라고 말한다. 학기 중에는 서울로, 방학 때는 외국으로 떠나라고 권한다. 지방에 있는 대학에 다닌다고 해서 학문에 대한 꿈, 미래에 대한 꿈까지 축소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소득격차뿐 아니라 문화적 경험의 차이가 꿈의 축소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 말고 다른 지역에도 가보고 사람들을 만나야 앞날에 대한 욕심도 생길 것이다. 다음으로 전공과 대학이 여러분들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매정해 보이는 현실을 지적한다. 전공 공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는 것은 기본적인 대학 커리큘럼을 이수한 것에 불과하고 나머지 공부와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학문분야와 결합시킬 수 있는 능력은 스스로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책읽기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방편임을 강조한다. 더도 말고 10권의 책만 제대로 읽으면 글쓰기와 전공에서는 물론 평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신입생을 대상으로만 가르치다가 교양필수 교과를 이수 못해 졸업이 유보된 4학년 학생 3명을 두고 올 여름 계절학기 수업을 하게 됐다. 휴학을 몇 번 하여 나이가 제법 많은 학생들이었는데 취업이 확정된 사람은 아직 없었다.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이면서 이런저런 상황을 물어보니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집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정도로 생활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학생들에게 그리 열성적인 선생이 아닌데도 마음이 아팠다. 신입생 때 내가 말했던 세 가지 당부를 들었을지도 모르는 학생들이었다. 1990년대 초반 대학의 졸업생들만 해도 취업이 비교적 용이했고 직장생활을 하여 돈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지금은 취업과 결혼, 집을 사는 일, 좀 더 현실적으로는 방을 구하는 일 모두 어려워졌다면 개인보다는 사회적 책임이 더 크다는 사실쯤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 내년에 들어올 신입생들에게도 여전히 예의 세 가지 당부를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선생으로서 나의 최선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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