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승 문화교양학과 4
‘어디에서 시작할까요?(Where do I begin)’로 시작하는 에릭 시걸의 소설 『러브스토리』에서 재벌가 아들 올리버와 빵집 딸 제니가 만난다. 멍청한 부잣집 도련님일 거라고 여자가 남자를 약올리며 티격태격 다투던 중 올리버의 전공인 ‘소셜 스터디(social studies)’가 등장한다. 우리들이 아는 사회학(Socialogy)과 완전히 별개인 이 학문은 역사 지리 사회의 세 개 영역을 통합한 교육학의 새로운 지평이었다.
이화여대가 1951년 사범대학 산하에 ‘사회생활학과’라는 생소한 명칭으로 개설하면서 한국에 처음 알려졌다. 생소함은 ‘삐딱’을 낳았다. 미팅에 나간 이 과의 한 여학생이, 거기서 뭘 배우느냐는 상대 남학생의 질문에 ‘사회생활을 잘하게 가르치는 과.’라고 대답했다. ‘덜 학문적이며 가벼운’이라는 생각으로 그 여학생은 ‘얼떨결’에 삐딱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생활과학대로 이름을 바꾼 가정대도 유사한 사례다.
지난 10여 년간 23만여 명의 국민이 개명신청을 냈고 그들 중 94%가 허가 판결을 받았다. 이름 탓에 놀림을 당하거나 부르기 불편하고 뜻이 나쁘며 혐오감을 준다는 점 등이 그 원인이다. 이름을 바꾼다고 인생이 술술 풀린다는 근거가 없는데도 개명하겠다는 사람들 수가 늘어가는 주요한 까닭일 것이다.
지난 봄 입학식 뒤풀이 자리에서 문화교양학과라는 이름이 도마에 올랐다. 농담처럼 시작한 얘기가 열띤 성토로 자조적 탄식으로 들끓었다. 교양적이지 못한 거니? 세상 전부를 섭렵할 듯 전문성 없는 학과, 뭔 공부 하느냐고 주위에서 물으면 은근히 민망하다. 그래도 동양과 서양, 고대에서 현대까지, 역사 지리 예술 과학 철학과 문학까지 다루잖아, 교양 쌓기로는 최고예요! 무슨! 지구 전체를 얄팍하게 탈탈 털고 다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그럼 학과 이름을 바꿔? ‘교양’이라는 고상해야 할 단어가 불러일으킨 예상 못한 재앙이었다.
문화란 ‘지식, 신념, 예술, 도덕, 법, 관습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이 축적한 모든 역량과 습관의 총체’라고 사회학자 에드워드 타일러는 정의한다. 문화를 통해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익히고 체현해가는 과정이 교양이라면 문화교양학과의 다양한 과목들은, 그 가치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지 가볍게 넓게 얕게 배우라는 뜻은 아닌 듯하다. 학교에서 학과명을 그렇게 결정한 이유도 나름대로 있었을 터, 그런데 그냥, 살짝, 뭔가, 불편하다.
소수의 투정일지 모르겠으나,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있다. 문화를 덜 학문적이며 가벼운 그러나 필수적인 교양으로서 ‘박학다식’을 공부하는 학과로 인정하든, 학문다운 학문을 연구할 법한 중후한 이름으로 개명하든, 한 번쯤은 짚어보아야 할 때다.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홈페이지 꼭대기에는 미학(美學)의 정의대로, 인문학(Liberal Arts)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차용했다. ‘Dept. Culture & Liberal Arts’, 짧은 실력으로 조심스레 번역해본다. 문화인문학과! 혹은 문화(과)학과(Kulturwissenschaft).
학과명을 그렇게 결정한 이유가 있겠지만,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있다
이화여대가 1951년 사범대학 산하에 ‘사회생활학과’라는 생소한 명칭으로 개설하면서 한국에 처음 알려졌다. 생소함은 ‘삐딱’을 낳았다. 미팅에 나간 이 과의 한 여학생이, 거기서 뭘 배우느냐는 상대 남학생의 질문에 ‘사회생활을 잘하게 가르치는 과.’라고 대답했다. ‘덜 학문적이며 가벼운’이라는 생각으로 그 여학생은 ‘얼떨결’에 삐딱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생활과학대로 이름을 바꾼 가정대도 유사한 사례다.
지난 10여 년간 23만여 명의 국민이 개명신청을 냈고 그들 중 94%가 허가 판결을 받았다. 이름 탓에 놀림을 당하거나 부르기 불편하고 뜻이 나쁘며 혐오감을 준다는 점 등이 그 원인이다. 이름을 바꾼다고 인생이 술술 풀린다는 근거가 없는데도 개명하겠다는 사람들 수가 늘어가는 주요한 까닭일 것이다.
지난 봄 입학식 뒤풀이 자리에서 문화교양학과라는 이름이 도마에 올랐다. 농담처럼 시작한 얘기가 열띤 성토로 자조적 탄식으로 들끓었다. 교양적이지 못한 거니? 세상 전부를 섭렵할 듯 전문성 없는 학과, 뭔 공부 하느냐고 주위에서 물으면 은근히 민망하다. 그래도 동양과 서양, 고대에서 현대까지, 역사 지리 예술 과학 철학과 문학까지 다루잖아, 교양 쌓기로는 최고예요! 무슨! 지구 전체를 얄팍하게 탈탈 털고 다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그럼 학과 이름을 바꿔? ‘교양’이라는 고상해야 할 단어가 불러일으킨 예상 못한 재앙이었다.
문화란 ‘지식, 신념, 예술, 도덕, 법, 관습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이 축적한 모든 역량과 습관의 총체’라고 사회학자 에드워드 타일러는 정의한다. 문화를 통해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익히고 체현해가는 과정이 교양이라면 문화교양학과의 다양한 과목들은, 그 가치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지 가볍게 넓게 얕게 배우라는 뜻은 아닌 듯하다. 학교에서 학과명을 그렇게 결정한 이유도 나름대로 있었을 터, 그런데 그냥, 살짝, 뭔가, 불편하다.
소수의 투정일지 모르겠으나,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있다. 문화를 덜 학문적이며 가벼운 그러나 필수적인 교양으로서 ‘박학다식’을 공부하는 학과로 인정하든, 학문다운 학문을 연구할 법한 중후한 이름으로 개명하든, 한 번쯤은 짚어보아야 할 때다.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홈페이지 꼭대기에는 미학(美學)의 정의대로, 인문학(Liberal Arts)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차용했다. ‘Dept. Culture & Liberal Arts’, 짧은 실력으로 조심스레 번역해본다. 문화인문학과! 혹은 문화(과)학과(Kulturwissenschaft).
학과명을 그렇게 결정한 이유가 있겠지만,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