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과 연합행사 동행취재

학과 개설 40주년 맞아
6월 29일부터 이틀간 무주에서 축제
교수들은 도약과 도전 메시지 전하고
재학생·동문도 학과 발전 약속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북특별자치도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중어중문학과의 ‘전국 중문인 축제’는 세 가지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첫째는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학과 개설 40주년의 의미를 되새겼다는 점, 둘째는 학생회 임원을 대상으로 한 LT를 확장해 일반 재학생과 동문도 참여할 수 있게 문을 열었다는 점, 셋째는 중문인 축제를 통해 교수, 재학생, 동문이 하나가 되는 접점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런 특별한 의미는 1박 2일 일정 속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3개 지역대학에서 무주로 집결한 250여 중문인들은 오후 2시 30분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열정을 발산하며 서로를 뜨겁게 응원했다.
이혜진 제38대 중어중문학과 전국회장의 개회사로 시작한 축제는 원혜련 학과장과 정상덕 동문회장의 축사에 이어 김성곤 교수,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변지원 교수의 강연, 강민호 서울대 교수와 남대현 동문의 특강과 공연, 송영길 동문의 축사로 1부를 달궜다.
원혜련 학과장은 “우리 학과가 40년 동안 좋은 분위기를 이어오고 있는 것은 모두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재학 중인 학우님들 또 졸업 후에도 학과에 관심과 애정을 아끼지 않는 동문 여러분들, 앞으로도 학과의 발전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면 좋겠다. 오늘 이 자리가 모두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 행사를 준비한 이혜진 전국회장을 비롯한 학생회 임원분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라고 축사를 전했다.
정상덕 동문회장은 “제가 11학번이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학생회 임원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오늘 행사는 전국에서 동문들도 함께 참여하는 자리이니 후배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학과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비룡재천의 의미와 AI시대 중국어 공부법
1부 축제의 정점은 김성곤 교수와 변지원 교수의 강연이었다. 김성곤 교수는 ‘비룡재천(飛龍在天)’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청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비룡재천 리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이라는 주역 건괘에 빗대 “올해 우리 중어중문학과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지난날의 영광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금은 더 큰 도약을 위해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약룡(躍龍)의 시간이다”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김성곤 교수의 강연은 다소 비장감이 감돌긴 했지만, 그 특유의 해학과 담대함도 물씬 풍겼다. ‘비룡재천’ 사자성어를 윤필해 현장에서 용띠 학우에게 선물하기도 한 그는 현재의 중어중문학과와 그 구성원들이 ‘약룡’의 상태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도약하다 실패하고 다시 도약하는 약룡의 덕목은 ‘도전’에 있음을 환기한 후에 동문 재입학을 권유하기도 했다.
“황화 용문협곡의 끝에는 용문의 거센 물줄기가 잉어들을 맞는다. 용문은 아주 어려운 지점, 남들이 모두 실패하는 곳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도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비룡재천의 약룡과 황하 용문협곡의 잉어들은 도전과 도약을 의미하며, 이것이 용의 해인 올해 우리에게 주는 희망이기도 하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동문들부터 중문학과 재입학을 권유하자.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중문인 축제가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도 무대에 올라 전북특별자치도를 소개했다. 그 역시 전북의 ‘백년대계―새로운 시작, 원대한 계획’의 윤곽을 그려가면서 ‘도전’을 강조했다.
이어 변지원 교수가 ‘AI시대, 중국어를 배운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성곤 교수의 강연이 ‘다시 도전, 도약’에 포커스를 둔 강한 울림을 줬다면, 변지원 교수는 지난 6월 1일 I LOVE 방송대 마라톤 축제에서의 5km 완주 경험과 연결해 중국어 공부의 특징을 짚었다.
“마라톤 5km를 겨우 완주하면서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 때가 어떤 계기점이 되는 것을 알았다. 많은 분들이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다가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거 같아 포기하려고 한다. 그 순간이 사실 중국어 실력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시점인데 말이다. 중국어 공부는 실력이 별로 향상된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할 때가 고비다. 어학 공부는 계단과 같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이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는 또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홧 어 원더풀 월드」를 잔잔히 불러가면서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에게서 왜 언어를 배워야 하는지 호소력 짙게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 모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아이들이 줄어있다는 것이다. 말을 가르쳐줄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AI에 말을 가르치고, AI에 배우려고 한다. 만일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아름다운 말을 누구에게 배울 수 있을까? 「홧 어 원더풀 월드」의 노랫말처럼 ‘아기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요 / 나는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죠 / 그들은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테죠 / 내가 아는 것보다 /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하죠 / 정말 멋진 세상이에요… .’ 바로 그 멋진 세상, 말을 배워가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 그런 것을 누구에게서 배워야 할까요?”
일순 행사장 안이 숙연해졌다. 인공지능, 챗gpt가 대세로 떠오른 지금, 변지원 교수가 던진 ‘우리의 말을 누구에게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은 모두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강민호 서울대 교수(중어중문학과)는 ‘중국 고전시가의 음송과 응용: 두보 강남봉이구년을 예로’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이어갔다. 중어중문학과에서 배우는 중국 고전시가는 음송과 응용이란 방식을 통해 좀더 깊게 공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성곤 교수와 함께 한시 음송을 공부하고 있는 강 교수도 두보의 시를 즉석에서 음송하기도 했다. 강 교수와 함께 무대에 오른 남대현 동문은 왕유의 시「상사(想思)」를 음송해 큰 박수를 받았다.
출석수업에 모두 참석하고 졸업한 전 민주당 대표 송영길 동문도 빗길을 뚫고 뒤늦게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그는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후 일본학과에서도 공부해, 중국과 일본을 좀더 연구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한·중관계를 풀어냈다. 송 동문은 한자가 동아시아 문명을 이끈 동력이었음을 지적하고, 중국의 변화에서 민주주의와 민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2부 행사 직전에 빗길을 가로질러 대전·충남지역대학장과 충북지역대학장을 겸하고 있는 장호준 교수와 외부 일정을 보던 손정애 교수가 달려와 먼저 도착해 축제의 대열 속에 있던 김성곤·변지원·원혜련·김나래 교수와 합류했다. 행사장은 더욱 뜨거워졌다.



동문·재학생 함께 학과 개설 40주년 축하
1부가 교수들과 외빈의 강연, 축사에 할애됐다면 2부는 본격적인 재학생, 동문들의 열띤 무대로 채워졌다. 특히 재학생과 동문이 한데 어울려 대화와 소통, 이해와 신뢰를 더욱 다질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안준영 고문이 ‘학생으로 4년, 동문으로 40년’을 주제로 소감을 전할 때는 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학과 개설 40주년을 축하하는 케이크 커팅식, 정초롱 국악인의 축하 공연과 김동영 동문의 변검 공연, 정나영 동문의 이백의 장진주 공연, 지역별 장기자랑과 시상식, 지역별 뒤풀이가 촘촘하게 이어졌다.
13개 지역대학을 대표한 참가자들은 한시 음송, 공연, 콩트 등으로 흥을 돋웠다. 장기자랑과 시상식을 밤 10시에 종료하기로 했지만,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아 밤 11시 30분에야 마칠 수 있었다. 특별상은 충북지역대학이, 응원상은 전북지역대학, 장려상은 인천지역대학, 우수상은 제주지역대학, 최우수상은 대전·충남지역대학, 대상은 서울 백천 스터디가 각각 차지했다.
이후 재학생과 동문은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 지역별로 못다 한 이야기를 교환하면서 우의의 시간을 이어갔다. 이튿날 일정은 우천 관계로 덕유산 산행 대신 태권도원 태권도 공연을 관람하고 폐회식으로 이어졌다.
2023년 중국어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김완석 동문(전북)은 “1박 2일 행사라 반가운 얼굴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됐다. 지금까지 참가한 행사는 전부 다 당일치기였는데, 참석해 보니 너무 좋았다. 뒤에서 행사를 위해 애쓰는 분들의 노고도 알게 됐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적극 참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2008년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 2013년 졸업했다가 10년 만에 다시 중문학과에 입학한 남연수 거창·함양학생회장은 “졸업하고 지역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면서 보냈는데, 사실 너무 심심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려다가 다시 학과에 입학해 새롭게 공부하는 걸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너무 잘한 것 같다. 이번 축제에서 많은 에너지를 받고 돌아가게 돼 기쁘다. 앞으로도 중문인 축제를 비롯해 학과 행사가 열리면 어디든 달려오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멀리 제주에서 5명의 학우와 함께 달려온 박명희 중어중문학과 제주학생회장도 “직접 와 보니 태권도원 주변 경치도 너무 좋았다. 참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타 지역 회장님들도 많은 정보를 주시고, 격려도 해주셔서 감사하다. 제주에서도 출석수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라고 말했다.

학생회 임원 LT에서 재학생, 동문까지 참여하는 전국 축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다. 1부 사회를 맡은 박제선 수석부회장, 2부 사회를 진행한 김태현 제35대 중어중문학과 전국회장, 행사 찬조와 먹거리를 준비해온 권미경(경기), 박명희(제주), 박미경(대전충남), 박승범(전북), 박현숙(대구경북), 심보연(인천), 이연광(충북), 이영미(강원), 조영철(부산), 천종학(울산), 추봉식(경남) 학생회장 등이 그들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무주로 달려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전국 중문인 축제에서 나누고 다진 마음들을 안고 갔기에 그 원점은 전혀 다른 원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학생과 동문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든 중어중문학과 개설 40주년 중문인 축제였다.

무주=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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