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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 언론인 -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등을 거쳐 <머니투데이> 베이징특파원과 편집국장을 지냈다.『패치워크 인문학』 등과 시집으로『얼-3·1정신 魂讚頌』등이 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3시간 반 정도 달리면 야스나야 뽈랴나라는 아름다운 고장이 나온다.『전쟁과 평화』『안나 까레리나』『부활』 같은 명작을 써낸 톨스토이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톨스토이(1828~1910)의 숨결이 아직도 느껴지는 이곳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곳은 크게 두 군데다. 하나는 2만2천여권의 책이 빽빽이 꽂혀 있는 서재이고, 다른 하나는 숲속(스타르이 자카르)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는 그의 묘소다.
서재의 책을 찬찬히 살펴보면 중국어 책을 볼 수 있다(물론 꺼내볼 수는 없고 제목만). 톨스토이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동양 사상에 심취해 『노자』를 비롯한 중국 책을 보기 위해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천재과에 속하는 그는 생전에 15개 언어를 읽을 수 있었다는데, 서양인이 환갑 넘어 한문(중국어)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 배움의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19세기 초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82년 동안 살다간 톨스토이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배우면 젊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60대 중반에 방송대 ○○학과에 다니는 정○○ 님도 마찬가지다. 그는 젊은 사람 못지않은 활력으로 ‘맹자의 고민을 훔쳐 좋은 정치를 알기 위해’ 매주 월요일 밤 7시, 고전학교 문인헌에 나온다. 조용히 앉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묻고 토론에도 참여한다. “넓게 배우고 깊게 물으며 신중하게 생각하고 독실하게 행동한다(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篤行之)”는 공자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
톨스토이와 정○○ 님은 ‘100세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모범 답안을 보여주고 있다. 50대 중후반에 은퇴한 뒤 앞으로 남은 또 한 번의 50년을 멋지게 살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맹자는 “구하면 얻고 버리면 잃는다(求則得之 舍則失之)”라고 했다. 이 말은 “구하라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열릴 것”이라는 성경말씀과 통한다. 진실로 원하면 그것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있으면 보다 더 잘 살펴보게 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정성 어린 노력이 계속되면 하늘도 감동해(至誠感天) 반드시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게 된다.
30년 이상 미국과 멕시코를 넘나들며 일구어 놓은 사업을 정리하고 귀국해 영화감독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50대 중후반의 김○○ 씨, 아이 넷을 다 키우고 난 뒤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지천명의 황○○ 씨, 관광버스를 운전하면서도 시조 맛을 잊지 못해 시조인이 되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60대 초반의 정○○ 씨….
그들은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김형석 교수의 메시지를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다. 김 교수는 3·1 독립만세가 울려 퍼진 다음해인 1920년에 태어나 100년째 살아가면서 ‘배움에는 나이가 상관없다’는 진리를 솔선수범하는 분이다.
사람은 하고자 할 목표와 가고자 할 방향을 잃을 때 방황한다. 배움의 뜻과 행위가 없을 때 부쩍 나이를 느낀다. 하지만 배우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싱싱한 젊음을 유지한다. 공자는 그런 활기로 무려 2500년 전에 74세까지 활동하고 살았다. 스스로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배우는 것, 바로 100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그건 살기 바쁜 자녀에게 병간호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청년 복지에 신경 써야 하는 국가도 도와주는 일석삼조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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