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프리즘

중요한 것은 돈을

꼭 쓸 데와 안 쓸 데를 분별하는 정부의 능력

그리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당연한 원칙을

실천하는 정부의 의지다.

“정부가 2003년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구 업적을 낸 과학자에게 주는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올해 수상자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로 노벨화학상 후보로도 꼽히는 박남규 교수인데요. (중략) 하지만 올해 불어닥친 연구 예산 삭감은 노벨상 후보 과학자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박남규·성균관대 교수: 제가 연구재단에 한번 전화를 해서 ‘저희 몇 % 삭감이 됐습니다.’ 하니까 ‘축하드립니다’ 이러더라고요. 보니까 다른 데는 많이 삭감됐는데 여기는 덜 삭감됐다고 해서…](후략)“(YTN, 2024. 7. 7.)


“올해 상반기 6달간 정부가 한은에서 91조6천억 원을 빌렸다가 71조7천억 원을 갚았습니다. 상반기 누적 대출 규모 91조6천억 원은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기록입니다. 이런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도 1천291억 원으로 산출됐습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입니다.(후략)”(YTN, 2024. 7. 7.)


어느 날 TV에서 두 뉴스가 연달아 보도되는 것을 봤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맞춰 노벨상 후보 과학자의 (‘문송’인 나로선 내용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혁신적인 연구의 예산마저 삭감하는 마당에,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한국은행에 마치 일수 찍듯 급전을 사상 최대 규모로 빌려 쓰고 있다는 것이다. 삭감된 ‘그 많던’ 연구비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처럼 정부가 기초과학 연구와 같이 정말 필요한 데조차 예산을 깎았는데도 불구하고, 한은으로부터 급전을 땡겨써야 할 만큼 쪼들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출을 확 줄였는데도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수입, 즉 세수가 지출보다 훨씬 더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전재정’ 구호가 무색하게도 지난해 계획보다 56조 원이나 세금이 덜 걷히면서 사상 최대 ‘세수 펑크’를 낸 데에 이어, 계획을 대폭 낮춰 잡은 올해조차 최소 10조 원대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뉴스에서 보듯, 코로나로 인한 비상 상황이었던 2020년 상반기(73조3천억)는 물론 역대급 세수 펑크가 난 작년 상반기(87조2천억)보다도 더 많이 한은에 손을 벌렸다니 현 상황이 얼마나 이례적인지 알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뉴스에서 보는 이런 이상한 현상은 기초과학 연구와 같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필수적인 곳에는 지출을 줄인 반면, (세제 혜택 없이도 이미 투자할 예정이거나 투자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을 위해 투자세액공제율 인상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시행하고 다주택자 중심으로 양도세,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을 전방위적으로 깎아주는 등 불요불급한 곳에 세금이 줄줄 새는 탓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필요성이 의심스러운 감세 조치가 앞으로도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아직 시행도 안 된) 금융투자소득세와 종부세 폐지, 상속 및 증여세 완화,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대한 감세 경제학과 교수등이 대표적 예다. 이러니 꼭 필요한 지출을 깎는 것도 모자라, 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일수 찍듯이 급전을 땡겨쓰는 상황이 앞으로는 예삿일이 될 수도 있다.


세수가 왜 부족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사실 정부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니 입 아프게 또 말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감세가 아니라) 돈을 꼭 쓸 데와 안 쓸 데를 분별하는 정부의 능력, 그리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당연한 원칙을 실천하는 정부의 의지다.


1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