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베이비부머의 인생2막은?

 

K-MOOC '베이비부머를 위한 진로설계' 과목을 강의하는 교육학과 이로미 교수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자는 
배우고(learn) 비우고(unlearn) 재학습(relearn)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배운 만큼 비우고, 비운 만큼 채운다는 마음가짐이 
인생 후반의 진로설계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부머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 높은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제도와 공간이 늘어났습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라이프 대학과 같은 지역사회의 고등교육기관을 눈여겨보세요. 신기술도 배우고, 학령기의 학생들과 관계를 맺으며 리버스 멘토링도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학생이 베이비부머의 멘토가 되어서 디지털 스킬을 알려 줄 수 있고, 현직자에게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세대간의 교류도 함께 일어나서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알게 됩니다.”
 
과거 노인세대와는 달리 높은 교육수준과 경제수준, 더 나은 건강상태의 특성을 가진 베이비부머는 경제활동과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이다. K-MOOC「베이비부머를 위한 진로설계」과목을 설계하고 강의한 이로미 교수(교육학과)는 50~60대를 아우르는 신노년층이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정립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실천방법을 안내한다. K-MOOC사이트에 접속해 회원 가입 후 수강신청을 하면 된다. 특히 이 교수는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각국의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도 짚었다. 나라마다 개별적인 특징은 있지만 공통적으로 ‘낀 세대’이며, 노후 자산 부족 문제를 겪고 있고, 국가 재정 위기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도 받기 어려운 ‘위기의 세대’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를 만나 50~60대의 진로설계 방향을 물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베이비부머의 진로설계에 있어서 어떤 점이 중요할까요?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고령 인력에게 바라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인성이라고 하더군요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자는 배우고(learn) 비우고(unlearn) 재학습(relearn)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배운 만큼 비우고 비운 만큼 채운다는 마음은 흔히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런 마음가짐이 인생 후반의 진로설계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베이비부머는 어려서부터 많이 배웠고 성인이 된 후에도 열심히 일하면서 또 배웠죠. 그런데 지금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속도로 사회가 변화하면서 베이비부머 세대가 젊은이들에 비해 모르는 것이 많아졌고 가지고 있는 경력과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고요. 
 
 K-MOOC을 통해 해외 베이비부머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소개해주셨는데요.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을까요
 
디지털시대 재교육의 가장 기본은 디지털 리터러시입니다. 싱가포르의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잘 갖춰져 있어요. 온라인 교육 외에도 주민 센터와 러닝 허브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고요.최근 개봉한 영화「퍼펙트 데이즈」는 도시의 중산층 노인이 도쿄의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며 돈을 벌면서 여가 시간에는 책을 읽고, 취미 생활을 즐기는 단순하고도 충만한 삶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지만 일본에서는 흔하죠. 대기업 임원으로 은퇴해도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공공근로를 하면서 육체노동의 기쁨을 느끼고 나머지 많은 시간은 자신을 위해 보냅니다. 또 캐나다는 돈을 적게 벌거나 무급이더라도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봉사나 재능기부를 하며 경험을 쌓다가 새로운 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베이비부머들은 어떤 교육을 받으면 좋을까요? 외국의 사례 등에서 추천해 주실 사례가 있을까요
 
중고령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지역사회의 전문대학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40~60대가 전문대학에서 교육받고 다양한 곳에 취업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호주의 전문대학 TAPE의 경우, 중고령자들이 배울 수 있는 미장, 배관 등의 기술 교육을 제공하죠. 짧게 단기 또는 2년 과정을 통해 기술을 배우고 이를 통해 삶을 설계하는 게 가능하거든요. 전기공으로 일하는 게 박사 학위를 소지한 연구원의 급여와 비교했을 때도 뒤지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을 지역의 평생교육 상시 플랫폼으로 육성하는 라이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폴리텍대학에서도 기술교육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른 진로설계 과목과 비교해 차별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요
 
베이비부머는 신노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1차 베이비부머, 2차 베이비부머 등으로 나눠서 표현하기도 합니다. 현재의 50대와 60대를 아우른 진로설계와 건강관리, 노후자산관리, 여가는 물론 인생 후반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죠. 50대 현직자부터 70세가 넘는 분들이 들어도 유용할 수 있고 후반기 인생의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룬다는 점에서 종합적입니다.
 
사실 베이비부머들은 진로설계에 있어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령주의’를 지적하고 싶은데요. 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연령을 기준으로 능력과 태도를 판단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노인’, ‘노년’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100세 시대는 도래했고, 주된 일자리에서는 은퇴했지만 베이비부머들은 능력이 충분하고 일도 하고 싶어 하죠. 문제는 이들에게 열려있는 일자리는 소득도 의미도 얻기에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은 주로 어떤 일을 많이 하고 있나요 
 
사무실에서만 일하던 사람들도 과거 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은행장을 했던 분이 자신이 일하던 건물의 보일러를 관리하고 있다고 화제가 됐다는 기사도 있는데요.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일하던 분야에서 일감을 얻거나 하는 방식으로 비슷하면서도 축소된 양상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내가 일하던 분야에서 계속해서 일감을 얻기란 쉽지 않아서 결국은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일, 단순노동이나 프랜차이즈 창업같은 쪽으로 수렴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죠. 원해서 하는 단순노동은 삶의 기쁨과 의미를 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선택권이 없이 내몰리는 진로는 아쉬움이 큽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민간 차원에서 베이비부머를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정책 방향은 어때야 할까요
 
K-MOOC「베이비부머를 위한 진로설계」과목 2주차에서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한 각종 정책과 사업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고용노동부, 교육부, 보건복지부가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사업과 지자체, 민간의 사업도 소개하고요. 하지만 정책을 접하고 나면 “분명 잘 차린 상인데, 왜 이렇게 먹을 게 없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정책과 개개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 사이에 미스매치가 존재합니다. 이런 사업에 100% 의존하기보다는 본인 스스로 진로설계를 설정하고 그 과정에서 정책과 사업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천드립니다. 강의를 꼭 보시길 바라고요, 저도 여러분의 느낌을 듣고 싶어요. 
 
그렇다면 퇴직 후 베이비부머들은 개인적 혹은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1주차 강의에 성인진로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사비카스(Savickas)가 제안한 ‘진로구성주의 이론(Career Construct Theory)’이 제 마음에는 쏙 듭니다. 진로구성주의 이론이란 쉽게 말하면 개인이 자신의 진로를 자신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주도적으로 구성해 간다는 것이에요. 더 쉽게 말하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 누구에게나 진로는 자신에게 고유한 개념일 것입니다. 남과 같을 수가 없으니 남을 따라 할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없는 거죠.
 
무작정 남들이 준비하는 자격증에 도전하는 대신, 인생 후반기에 지속 가능성 있게 해볼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나의 진로적성과 장단점을 파악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나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진로는, ‘있는 데 가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발굴’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디지털 역량은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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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읽었습니다. 베이비부머의 삶에 기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교수님~^^ 응원합니다. 저희도 혜택을 볼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해주세요~~~
    2024-08-12 12:09:41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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