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색 졸업생을 만나다

태풍 종다리가 올라오는 21일, 오후 3시부터 2024년 후기 학위수여식이 방송대 본부 디지털미디어센터 4층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오전에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학부와 대학원 졸업생들이 교내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담느라 분주했다. 졸업식 시즌이면 기획처 대외협력홍보과도 바빠진다. ‘이색 졸업생 인터뷰’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방송대 졸업생 모두가 ‘이색 졸업생’이기에 누구를 만나도 ‘서사’가 충만할 수밖에 없다. 8월 졸업생 가운데 대외협력홍보과가 만난 졸업생들의 면면을 보면, 서로가 닮아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7천300명의 졸업생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들의 서사를 담은 여섯 명의 졸업 스토리를 소개한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다문화가정 이리나 졸업생(법학과)
입학 당시에 정치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법에 대한 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 방송대를 선택했다. 또한 한국 대학의 학위를 받는 것도 소원이었다. 시간과 장소의 제한 없이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솔직히 입학하기 전에 ‘입학은 쉬운데 졸업은 어렵다’는 말을 듣고 조금 두려웠는데 막상 공부해 보니까 할 만했다. 그래서 후배님들, 두려워하지 말고 열심히 강의 잘 듣고, 교재도 잘 보고, 과제물 잘 내면 어렵지 않게 졸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벼락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을 투자해 계획을 짜서 공부하면 좋다. 입학해서 개인적인 실수로 4년 만에 졸업을 하지 못해 속상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국에서 일하면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어서 기쁘다. 비록 다른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대학원 진학의 꿈도 이뤘다. 이제 석사뿐만 아니라 박사까지 공부할 생각이다.

20세에 학위 취득한 유지혜 졸업생(행정학과)
17세 때 남들보다는 조금 이르게 대학 공부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홈스쿨링을 하면서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 졸업 학력을 조금 일찍 취득했고,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주변 분들을 통해 ‘방송대 입학’이라는 새로운 경로를 추천받았다. 부모님도 방송대에서의 공부가 적성과 진로를 찾아가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입학을 권유하셨다. 이러한 조언을 통해 방송대 진학이 합리적인 선택이며, 인생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진학을 결정했다.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유능한 행정인’이 되어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 그런데 그 이전에 우선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해 공부를 조금 더 이어나가고 싶다. 지금까지 배워 온 지식을 삶에서 풀어내고 적용하기에도, 저의 궁극적인 비전대로 국가를 이끌어가고 변화시키는 자로 합당하게 쓰임받기에도 아직은 나의 역량이 많이 부족해서다. 또한 어린 나이에 입학해 학사일정을 소화하기에도 벅찼던 때가 있었기에 학문을 깨달아가는 진정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수박 겉만 핥는 공부를 했기에 큰 아쉬움이 있다. 지금은 미래를 위해 조금 더 지식을 쌓고, 공부의 여정을 이어나가는 것이 학생으로서 합당한 진로인 것 같다.

친언니 따라 왔더니 성적우수, 김단비 졸업생(미디어영상학과)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듯이 친언니를 따라 방송대에 발을 들였다. 특별한 목표도, 계기도 없어서 좀 민망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저 사람도 하네? 나도 해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미디어영상학과에 입학원서를 넣었던 게 벌써 3년 반이 흘러 졸업까지 하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우리 대학의 최대 장점이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 청소년, 생계를 위해 대학 대신 사회로 뛰어든 20대 청년, 육아와 경력 단절에 고민이 짙은 30대 주부, 이직을 목표로 자기계발을 하는 40대 회사원, 제2 인생의 막을 여는 50대 퇴직자, 젊었던 날 못 이뤘던 배움의 꿈을 이루고 싶은 할머니, 할아버지, 심지어 수감자에게도, 방송대는 열려있다. 모든 대학이 미래를 이끄는 글로벌 리더와 인재 양성을 목표할 때, 방송대는 저 밑에서 평등하게 모두를 받쳐주는 땅이자 길이 되어 주고 있다.
방송대를 다니면서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멈춰있지 말자.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자. 진심을 다해서!’라는 마인드다. 처음 신입생 때는 졸업만 하자는 목표가 이번에는 성적 장학금을 받아보자, 이번에는 4.5 학점을 받아보자. 점점 구체적이고 높아져서 졸업 학기에는 학과 최우수 졸업을 해보자는 게 목표가 됐다. 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태도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직업이나 전공과 관련된 목표가 아니라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무슨 직업을 갖던, 어떤 문제에 직면하던,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부표가 아니라 돛을 달고 노를 저으며 전진하는 삶, 그것이 나의 계획이다.

호텔리어의 졸업, 박현철 졸업생(관광학과)
2008년에 관광학과에 편입해서 16년을 다녔다. 호텔 영업이 주말에 집중돼 있고, 호텔 운영의 중요한 역할을 맡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빠지면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주말에 학교를 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출석수업이나 시험에 빠질 때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가까스로 학교에 가면 직장 일이 걱정돼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돼 몇 년을 허송세월했다. 그런데 지금은 온라인으로 수업도 하고, 과목별 강의도 내가 필요한 시간에 반복 청취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공부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마침 직장도 주말에 휴무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16년 만에 졸업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늘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잘 짜인 학습프로그램에 따라 좀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들지만, 이렇게라도 공부해서 졸업할 수 있어서 방송대에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는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한다.


다학위자의 도전, 양희석 졸업생(농학과)
중국어를 배우려고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처음 입학했다. 중문과에 다니면서 방송대 공부에 흥미를 느껴 청소년교육과, 보건환경학과까지 공부했다. 이번에는 농학과를 졸업한다. 농학과에 입학한 것은 제가 평소에 화학을 좋아해서 다른 전공보다 접근이 쉽다는 점, 농학과 입학 당시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국선전담으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농촌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계속하면서 세상을 좀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됐다.
2학기부터는 경제학과 3학년으로 다시 공부하게 된다. 경제학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분야이므로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학을 공부한 후에는 방송대 대학원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학과에 다시 편입학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계속 방송대와 함께할 것임은 분명하다. 신문 기사를 보니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공부와 운동이라고 한다. 방송대에 계속 다니면서 공부한다면 저절로 치매도 예방될 것이라고 믿는다.

‘재입학 권유 문자’에 재도전, 민경문 졸업생(유아교육과) 
1997년 처음 방송대에 입학한 계기는 단순히 ‘대학 졸업장’이 필요해서였다. 그렇지만 그마저 중간에 삶의 방향이 바뀌면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2023년 코로나를 겪으면서 살아가는 길을 찾고자 재입학을 승인받고, 이번에 학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방송대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희망과 즐거움을 준 것이다. 이제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 유아교육을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기엔 나이가 많아서 사회복지 쪽으로 전공을 넓혀 유아와 노인복지를 전공하고 싶다.
방송대는 기회를 열어주는 곳이다. 재입학을 해서라도 공부를 마무리할 수 있는 대학이다. 어느날 학교에서 보내온 ‘재입학 문자’를 보고, 다시 도전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또 다른 성취를 위해 도전할 수 있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 힘들면 잠시 쉬면 되고, 좀 쉬었다고 생각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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