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지금부터 진로 설계!

 방송대 학우 여러분들은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시나요? 기본적으로 이름과 나이, 직업을 소개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직업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일을 한다’는 것을 넘어 직업은 많은 함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평생 직업의 개념이 사라지고 각 개인에게 맞는 ‘진로’를 설정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자신의 미래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정하는 시간을 갖기를 희망하면서,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들을 소개합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직업·진로 교육을 보는 두 시선


 과거에는 사회에 나와 한 직업을 갖게 되면 은퇴할 때까지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전 생애에 걸쳐 이직이나 직업 전환 등이 잦아진 오늘날 진로 설정의 중요성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이 되면 사회 초년생들이 직업적 진로를 8~10번은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 선택이나 진로 설정이 인생의 특정 단계에서만 행해지지 않고, 전 생애에 걸쳐 여러 차례 이뤄지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진로 설정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대 후반인 A 학우는 “주변 친구들의 경우, 대기업 취업은 아예 포기하고 어차피 어렵다면 전문직 등 진입하기 어려운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높아졌다. 저 역시 다른 학과에서 공부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타 분야 취업을 목표로 미디어영상학과에 편입했다. 그래도 실무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다. 산학 연계 등 취업과 연결되는 과정이 학교에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는 30대 B 학우도 진로를 다루는 정식 교육 과정이 생겼으면 좋겠다”라면서 “방송대에 현직자나 은퇴자, 20대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학우들이 많은데, 실습 등을 통해 취업과 연계한 수업을 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교육이 지나치게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고,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 쏠림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법학과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40대 현직자인 C 동문은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가 진로 설정이나 진로 교육과 관련된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 은퇴 이후를 고민하며 여러 기관을 찾아가고 미래 진로를 탐색해 봤지만, 마땅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은퇴한 선배들을 통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보통 구직 교육에 초점을 맞추기 쉬운데, 진로교육에는 직업 적응 교육, 진로전환을 위한 전환 교육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일과 관련된 생애 전체를 조망하면서 학습하고, 준비하고, 전진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전 생애적 관점의 진로’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직접적인 진로 과목은 없지만 특강이나 다양한 형태로 진로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진로교육학회 대학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빈 교수(교육학과)는 “많은 교육들이 진로 교육과 연결돼 있는 만큼 특강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KNOU평생교육사협회 사례처럼 선배들이 어떻게 방송대를 거쳐 진로의 길을 찾았는지를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있는데, 이처럼 학교를 거쳐 직업적인 발전을 이룬 모델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성인의 진로 설정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개인의 특성에 맞게 개별화된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멀티미디어 형식의 강의로는 학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부족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홀랜드의 여섯 가지 성격유형
‘나는 누구인가?’ 가장 쉬울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로, 다양한 검사들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진로상담 시에 널리 이용되는 대표적인 진로 선택 이론인 ‘홀랜드 이론’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워크넷 사이트에서도 홀랜드 검사를 받을 수 있어 추천한다.
 김영빈 교수와 여러 저자가 함께 쓴 『직업·진로 설계』(방송대출판문화원)도 ‘홀랜드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교재 36쪽에는 자신의 홀랜드 유형을 검사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문항이 실려 있다. 본인의 흥미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주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김지영 서강대 교수는 “홀랜드 적성·흥미 검사 결과 1순위만으로 자신의 적성과 진로 방향을 결정짓지 말고 2순위, 3순위, 4순위까지의 점수도 살펴봐야 한다”라면서 “검사 결과를 놓고 혼자서 해석하고 결정하기보다는 반드시 전문가의 해석과 상담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으시길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각각의 유형별로 간단한 특징을 살펴봐도 대략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학우들은 어떤 유형일까?
현실형(realistic)은 도구나 기계를 다루는 일을 즐기며 실질적인 작업을 좋아하지만, 추상적이거나 관계 지향적인 일에 가치를 두지는 않는다. 기술자, 항공기 조종사, 정비사, 엔지니어 등의 직업군과 가깝다.
탐구형(investigative)은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고, 수학적·과학적 문제 해결을 즐겨 하는 성향이다. 사람들을 상대하기보다는 혼자서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자료를 정리하거나, 논리적·분석적으로 이론을 정립하는 데 흥미를 느낀다. 과학자, 의사, 심리학자, 연구 개발자 등의 직업과 밀접하다.
예술형(artistic)은 개혁적·직관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들로 자유롭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하는 것을 즐긴다. 독창성과 창의성, 개방성을 중시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편이다. 건축가, 신문기자, 카피라이터, 예술가, 작가, 배우 등의 직업군과 가깝다.


사회형(social)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를 좋아하고, 가르치고 돕는 활동에 관심이 많다. 친절하고 포용력이 있으며, 사람과 관련된 복잡하고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 교육자, 간호사, 종교지도자, 상담사 등의 직업에서 만날 수 있다.

기업형(enterprising)은 지도력이 있고 목표 달성에 관심이 많다. 자기주장이 강하며 적극적이며 경쟁적인 편이다. 변호사, 경영인, 정치가, 판사, 영업사원 등의 직업군과 가깝다.
관습형(conventional)은 안정적이고 지침을 따를 수 있는 작업을 선호하며,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작업을 처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인회계사, 프로그래머, 은행원, 사서 등의 직업과 가깝다.

위클리가 제시하는 이정표


 진로 설정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방송대학보 〈KNOU위클리〉도 전문가 2인의 진로 칼럼을 월 1회 연재해 진로 설정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학우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네차례 연재됐는데, 위클리 홈페이지(weekly.knou.ac.kr)에서 볼 수 있다.
 중장년 진로에 대해서는 관련 서적 등을 저술하고 강연을 해온 최재식 동문(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이 은퇴 후 일의 의미와 40대 초반부터 점진적 은퇴의 필요성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 20~30대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해온 진로 교육 전문가인 김지영 서강대 교수가 ‘자기 이해와 시대 이해’, ‘진로 결정을 위한 의사결정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직업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생한 직업인, 혁신가들을 인터뷰해서 전하는 ‘커리어줌인’ 코너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까지 모두 13인을 인터뷰해 학우들의 진로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향후에도 더 다양한 직업 세계와 직업인을 만날 예정이다. 그밖에도 방송대 학생통합서비스센터의 진로·심리상담실을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예술을 통한 접근

 

 진로 설정으로 힘든 학생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함께 예술로 인한 치유의 과정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을 추천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2024년 상반기 국내 도서 판매량을 종합한 결과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웅진지식하우스)라는 책이다. 뉴요커의 기자로 바쁘게 살다가 친형의 죽음이라는 상실의 과정을 겪은 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10년간 근무한 패트릭 브링리의 자전적 에세이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기로 했다는 브링리의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예술 작품을 음미하고 탐구하며 지낸 그는 현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떠나 뉴욕 도보 여행 가이드로 일하면서 과거 미술관에서 근무한 10년의 시간을 회고하며 이 책을 썼다. 힘든 상황에서의 답을 찾는 것은, 방법론이 아니라 어쩌면 예술이나 다른 것으로의 몰입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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