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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배우고
익혀가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보람이고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6년 전 일본학과를 졸업하고 배움에 대한 갈증이 도져서, 지금 영어영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런데 주위에서 ‘공부는 뭐 하러 계속하느냐’라든가 ‘이제 그만 내려놓으시지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리다면 공부해서 취직하거나 대학원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이제 그 나이에 무슨 공부냐는 것이다.


이런 말 속에는 공부에 대한 대단히 실용적인 접근 태도가 깃들어 있다. 공부는 실용적인 효용성 특히 돈벌이와 관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공부에 관한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공부는 공부하는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삶의 보람이 있듯이 공부에도 보람이 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기쁨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다.


일본학과를 다니면서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일본어 등을 배우고 일본을 좀 더 이해하게 됐을 때, 일본에 관해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생각이 많이 바뀐 것도 실용성을 뛰어넘는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특히 일본어를 배운 것은 나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학과를 다니면서 배운 일본어를 바탕으로 졸업 후에도 계속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은 일본어로 쓰인 소설, 수필 등을 어지간히 읽을 수 있고 일본어 작문도 웬만큼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참 보람이 있다. 지금도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일본어를 공부할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지금은 영어영문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영어 회화, 생활영어, 영어 듣기, 영문법, 영작문, 시사영어 등 실용성이 강조되는 과목도 배우지만, 영미 소설, 영미 시, 영미 희곡, 영미 아동문학, 영어의 역사 등 실용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한 과목들도 배운다. 전자도 영어 실력 향상에 중요하지만, 후자를 통해서 영어 실력 향상은 물론 서양인들의 정신세계를 많이 이해하게 되고 감동하기도 한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물질보다 정신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물질적, 경제적 가치를 도외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나면 누가 더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느냐가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공자님도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하지 않았는가. 배우고 익히는 것을 공자님도 즐기신 것이다.


배움을 즐기시는 분들을 우리 방송대에서 자주 보게 된다. 방송대에서 여러 학과를 전공하며 여러 번 졸업하신 분들이다. 이분들은 편한 인생을 뒤로하고 힘든 공부를 택하신 분들이다. 편한 인생보다 힘든 공부가 더 삶의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고(思考)의 유희(遊)를 즐기는 유일한 존재다. 인류의 발자취를 더듬어 봐도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찾고, 배우고, 탐구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인류문명을 일궈낸 것이다. 인간 개개인에게도 똑같이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죽는 날까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배우고 익혀가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보람이고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견디기 힘들었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시작된 듯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가을, 공부를 시작하기가 너무 좋은 계절 아닌가. 구도자의 길을 가듯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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