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48회 방송대문학상 당선자 인터뷰

제48회 방송대문학상 당선작과 가작이 확정됐다. 심사위원들은 566편의 전체 응모작 가운데 시, 단편소설, 에세이 부문에서 당선작과 가작을 선정했고, 희곡/시나리오 부문에서는 가작만 뽑았다. 단편동화 부문은 수상작이 없었다. 국어국문학과, 법학과, 농학과 학우들이 대거 수상했다. 커버스토리에는 시, 단편소설, 에세이 부문 당선작을 낸 학우들의 문학상에 도전한 이유, 수상 소감 등을 담았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시쓰기와 함께 성장한 내면 ― 이정희 학우
“집안일을 하면서도, 맨발걷기를 하면서도 늘 강의를 듣고 있어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방송대 강의와 함께하고 있어요”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 부문 당선자 이정희 학우는 가정 형편상 일찍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맏딸, 맏며느리, 아내, 엄마, 직원 등 수많은 역할들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주름진 얼굴에 흰머리가 가득한 노년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방송대학TV 채널을 시청하게 됐어요. 평소 관심이 있었던 국문학과 수업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몰입해서 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더라고요. 배가 고픈지도 날이 어두워졌는지도 모르고 집중했던 경험은 마치 다시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60대 늦깍이 공부였지만 어느덧 졸업 문턱에 이르렀다. 이정희 학우는 건강만 허락한다면, 졸업 후 다른 학과에 진학해 공부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처음 방송대에 도전했을 때보다는 훨씬 더 나이가 들어버렸지만, 방송대 학생이라는 그동안의 자부심이 두 번째 시작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어서다.
이 학우는 응모해 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문학상에 도전했다. 방송대 홈페이지에 매일 들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상 공모 공지사항을 보고는 문득 전공과목을 공부를 하면서 꾸준하게 작성한 시작노트가 떠올라 용기를 냈다.
이 학우에게 시 창작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시창작론」과목을 공부하면서 테드 휴즈의 「생각여우」라는 시를 접하게 됐어요. 아무리 기다리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나에게는 생각여우가 오지 않는다고 남편에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문득 시상이 떠오르더라도 한 편의 완결된 시가 아닌 문장으로만 남아서, 완성을 기다리는 과제로 시작노트에 남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시를 쓰는 쉼 없는 과정은 끝없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쓰고, 지우고, 소리 내어 읽어보고, 몇 번이고 고쳐 쓰기를 하는 동안 자신이 조금씩 더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는 앞으로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담은 글쓰기로 주제를 넓혀서 꾸준히 시를 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많이 읽고, 메모하고, 퇴고했더니 ― 허석준 학우
단편소설 부문 당선의 영예를 거머쥔 허석준 학우도 4학년 졸업반이다. 엔지니어링 업체에서 도시계획 일을 하다가 현재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쉬고 있다. 법학과는 그에게 세 번째 학과인데, 2005학번으로 재입학했다.
“‘학사 학위’라는 명목적인 이유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때마침 일이 줄어드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요.”
4년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도 막상 졸업이 다가오니까 ‘아직 모르는 게 많은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는 허석준 학우는 로스쿨에 진학하거나 경제학 쪽으로 대학원을 진학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공모전에 응모해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고 말하는 허 학우는 “단편소설을 써보려고 시도했지만, 제대로 끝까지 마무리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지금도 노트나 한글 파일로 쓰다 만 단편소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문학상 공지를 보고 ‘이번에는 일단 완결된 한 편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에 눈 딱 감고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너무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체국에서 응모작을 등기로 보내기 직전까지 ‘나같은 사람의 글을 읽는 게 시간낭비라며 욕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제대로 ‘소설 공부’를 해본 건 중·고등학교 국어시간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 그런 그에게 소설 창작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물었다.
“그냥 최대한 많이 읽으려고 했어요. 읽으면서 작가들의 묘사나 재치 넘치는 문장들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으면서 감탄하기도 했죠. 그리고 갑자기 떠오른 이야기 줄거리나 소재, 또는 상황에 대한 묘사, 독특한 표현 등이 떠오르면 노트든, 워드든, 핸드폰이든 기록을 해 두곤 합니다. 그게 한 단어든, 한 문장이든 적어두면 조금씩 살을 붙여서 쓸 수 있게 되더군요.”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과처럼 매일같이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쓰면서, 조금 더 실력(?)이 생긴다면 ‘신춘문예’ 같은 데도 응모하겠다고 밝혔다. 상금은 대학원 진학에 보탤 예정이다.  
독서후기와 「글쓰기」 과목의 힘 ― 송명흡 학우
에세이 부문 당선자인 송명흡 학우는 1학년이지만 다채로운 이력을 지녔다. 혜화동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해 2010년 중령으로 예편했다.
“정년 퇴직 후 한국의 베이비부머 남자들이 2막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시도해 보는 여러 일들을 저 역시 거의 다 해봤어요. 이른바 ‘3D 구직’을 한 거죠. 그런데 올여름부터 미련 없이 모두 접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바닥 온도가 그렇게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학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의 방송대 진학도 흥미롭다. 한 해 먼저 정년 퇴직한 ‘절친’ 육사 동기가 어느날 방송대에 입학했다고 하면서 “너도 해 봐” 하면서 그의 소맷자락을 끌었다. 체계적으로 기초부터 ‘공부’를 하고 싶었던 송 학우는 그 길로 친구따라 방송대생이 됐다.
에세이 부문에 선뜻 도전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2020년 송 학우의 부친과 모친이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돌아가셨다. 그분들을 보내드리면서 자기 방식의 애도를 하고 싶었다. “부모님과 함께했던 기억들을 ‘시간’이란 세계어 안에서 어떻게든 정리하고 싶어서” 문학상 문을 두드렸다.
“나이 60을 넘어 상을 받는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라고 생각해요. 음, 나도 뭔가 할 수 있구나, 그래 더 열심히 해보자. 그야말로 동기부여, 격려와 고무, 촉진 차원에서 이만한 것은 더 없을 거예요. 확실한 인정을 받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제 정말 더 제대로 열심히 해 볼만한 인생 목표가 생긴 거라고 생각해요. 제 에세이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제게 남은 ‘시간의 수놓기와 향기를 피울’ 인생 마지막 과제를 찾았다는 점이 너무 가슴 벅찹니다.”
주제를 정해 놓고 쓴 에세이는 난생 처음이라고 말하는 송 학우지만, 그에게도 비결은 있었다. 지난 6년 동안 꾸준히 독서후기를 썼다. 2010년 퇴직할 때까지 300권을 읽겠다고 결심했고, 그걸 완주했다. 그 후기를 계속 써왔던 것이다. 물론 1학기 수업과목인 「글쓰기」 과목도 도움이 컸다.
“젊은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쓰기를 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송 학우는 문학상 상금을 통 크게 아내 계좌로 쏴주겠다고 귀띔했다. 대학을 마치면 대학원 과정인 문예창작콘텐츠학과에 지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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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lss***
    당선되신 분들 정말.. 고생많으셨고 앞으로의 집필 길에 응원드릴게요. 다들 인생을 참 부지런히 살고 계시네요. ^^
    2024-10-15 11:06:38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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