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박수
-이정희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웠지
공장에서 기름때 낀 손이 말했다
지난 가을은 너무 쓸쓸했어
시식대 앞 쉰 목소리가 외쳤다
지난 여름은 너무 더웠다구
배추 밭에서 흙 묻은 장갑이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꿈을 잃지 않았어
봄날의 내가 소리쳤다
많은 계절을 돌고돌아 맞이한 이 봄,
어느 벚꽃 나무 아래에서
아름답게 흩날리는 박수소리를 듣는다
그동안 참 고생 많았노라고
꿈을 지켜 꽃피워낸 네가 참 대견하다고
나무가 나무에게, 나무가 나에게 보내는 빛나는 박수
바람결에 박수소리가 반짝인다
흩날리는 벚꽃의 웃음소리
지난 겨울에도 꿈을 꾸었던
기름때 낀 손과
지난 가을에도 꿈을 지켰던
쉰 목소리와
지난 여름에도 꿈을 품었던
흙 묻은 장갑의 이야기
봄날 어느 벚꽃나무 아래에서
벅차오르던 나무와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