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주제: 시간) 본심에는 7편의 작품이 올라왔습니다.
좋은 에세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주요 기준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현재의 시점에서 내 이야기를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잘 풀어내느냐의 여부에 있습니다. 지금의 이야기든 과거의 회상이든 글을 읽는 독자가 저자의 의도를 알아채고 감동할 수 있다면 좋은 에세이가 됩니다.
7편의 글 모두가 독자에게 자기의 생각과 정서를 잘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글을 읽으면 문장 표현에 많은 공을 들인 저자들의 고민과 손품이 느껴집니다. 다만 표현에 치우쳐 주제 의식이나 글의 전체 구성에서 아쉬운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올해는 글 소재에 있어서 실험적인 작품은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안정적인 글쓰기를 추구하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이 인상적입니다. 각 글에 대한 짤막한 소감으로 나머지 평을 대신하겠습니다.
「익어가는 시간」(김상문)은 주제 의식이 확실한 작품입니다. 오랜 삶의 시간을 살아온 만학도에게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은 행복”한 것임을 글을 읽는 내내 공감하며 우리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에게 세상은 분명 ‘연둣빛 강아지풀’처럼 쉬지 않고 다가설 것입니다.
「소비자와 사용자」(서정기)는 “이럴 때 시간을 사용해야지”라고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친구가 저자에게 건넨 한마디 말의 의미를 파고든 글입니다. 친구가 건넨 한마디 속에 담긴 문자 의미에 대한 고민에서 인생 전체에 대한 통찰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나칠 일상의 경험을 자기 성찰로 연결한 창조적 발상이 돋보였습니다.
「시간의 수(繡)와 향(香)」(송명흡)은 어릴 적 어머니가 놓았던 수를 떠올리고, 우연히 오래된 향내를 접하며 스쳐 보낸 과거를 회상을 통해 현실로 소환하는 구성의 이음새가 세련되게 맞물려 있는 빼어난 작품입니다. 글의 제목과 주제가 글의 전체적인 구성에 잘 살아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열애, 나를 만난 시간」(조선희)은 별거 없이 살던 인생에 찾아온 학문의 길과 방송대에 재학하게 된 지금까지 과정을 적절한 표현력과 진솔함, 담담한 구성으로 담아냈습니다. 글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꿈이 자기 성찰로 이어지는 과정을 무리 없이 풀어냈습니다.
「중첩」(정하인)은 일상 속 산행의 시간을 소재로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는 글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또 하고 있을 경험을 소재로 삼고 있기에 참신함은 조금 부족해 보일 수 있으나 그만큼 읽기 편안한 글이 됐습니다.
「연명의 시간」(현명희)은 드러내기 불편한 부모의 병환 이야기를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애정 어린 눈으로 어머니 인생과 자신의 얘기를 가감없이 들려주는데, 특히 도입부의 글 구성력이 좋았습니다.
「시간의 마법」(황다리아)는 무엇보다 영화의 한 대목으로 시작한 글의 구성을 통해 다음 글이 어떻게 이어질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글 전체에서 주제에 대한 언급을 놓지 않아 매우 충실한 글이 됐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통일성이 강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고심 끝에 당선작으로 「시간의 수(繡)와 향(香)」, 가작으로 「열애, 나를 만난 시간」을 선정했습니다. 다들 개성 강하고 성실한 글이어서 수상작을 선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글쓴이들의 노력과 성취에 박수를 보냅니다.
진보성 방송대 교수·문화교양학과